황종연 (문학평론가) : 『칼의 노래』의 각 장은 이순신의 자기 서사라는 구조 안에서 서로 연속되는 동시에 현저한 독립성을 가지고 있어서 그 자체로 단아한 소품 고백록처럼 읽힌다. 서로 다른 제목이 달린 장마다 이순신은 그의 생애의 서로 다른 시간과 연결된 그의 지각과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며 반성적인 자기의식이 수정水晶처럼 응결되는 순간을 보여준다. 그의 서술 문체는 간결성, 직핍함, 통렬함 쪽에 기울어 있다. 그가 서술된 이야기 속에서 좀처럼 울지 않듯이 그가 하는 이야기 서술은 감정 표현을 절제한다. 그의 마음속에서 격랑을 이루고 있을 근심과 회한과 분노를 표출하는 대신에 그는 그의 몸으로 느낀 세계의 인상을 기록한다.
류보선 (문학평론가, 국립군산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운영위원) : 『칼의 노래』는 이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한반도의 역사 전체 혹은 호모사피엔스의 역사 전체를 재구성하고 재배열한다. 그리고 그를 통해 우리가 아주 오래전부터 생명체로서의 개별적인 몸짓과 목소리, 그리고 언어 등을 원초적으로 억압당하고 장치들의 지배를 일방적으로 받는 순종하는 신체들로 살아왔다는 점을 밀도 있게 보여준다. 바로 이 지점이 21세기를 자신의 세기로 만든, 그리고 한국문학 전체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바라보았던 김훈 소설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