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의 섬진강 이야기' 6권. 창우와 다희는 마암분교에서 만난 아이들이다. 섬진강 댐가에 있는 이 작은 분교는 전교생이 열여덟 명이고, 운동장 끝에는 파란 호수가 걸려 있었다. 이 책은 중학교 2학년 국어교과서에도 수록된 김용택의 교사 시절의 산문집으로, 작가가 마암분교에서 만난 아이들 이야기와, 그 아이들이 쓴 '아이답고 솔직한' 동시들이 사이좋게 실려 있다.
작가가 마암분교에 가서 제일 처음 시작한 것은 아이들과 운동장에 나가 축구와 야구를 하는 것이었다. 무슨 게임이든 전교생이 다 나와야 할 수 있었다. 운동을 하며 아이들은 활달해지고 얼굴엔 생기가 돌았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없는 은미는 늘 선생님에게 와서 징징 울며 어머니가 보고 싶다고 울던 버릇을 고치고, 빼고 삐치는 짓이 줄어들었다.
늘 한쪽 구석에 그늘처럼 가만히 웅크리고 있던 인수는 점점 햇살 속으로 들어왔고, 그림같이 조용하던 현자와 현정이 자매도 아이들과 어울리며 활달하게 웃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세계는 골라지고 다듬어지며 질서가 형성되어갔고, 위와 아래가 분명해졌다. 작고 어린 아이들이지만 작은 공동체가 형성된 것이다.
그 공동체 속에서 창우와 다희는 무럭무럭 자라고, 귀봉이, 동수, 은미, 인수, 현정과 현자, 빛나와 두나, 세희, 창희와 소희, 진산, 진하, 진철, 그리고 초이는 일기도 쓰고 동시도 쓰며 김용택 '선생님'을 일깨우는 '어린 선생님'이 되어준다.
손을 잡아주고, 어깨동무를 해주고, 목을 껴안아주는 어린 동무들과 함께한 시간을 되새기며 작가는 "꽃과 바람과 새와 눈과 비와 호수와 아이들과 나,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에게" 이 책을 바치고 싶다 말한다.
서문_ 마암분교 5
2000년판 서문_ 새 학기 9
마암분교를 생각하며_ 아이들과 함께 지낸 아름다운 날들 16
다희의 편지 30
제1부 학교야, 지금 뭐 하니?
솔숲 35
학교야 지금 뭐 하니? 38
새날 새 아침, 작은 학교에서 40
봄바람을 타고 올 내 아이들아 44
꽃이 피고 새가 울면 48
봄과 함께 온 것들 54
꽃, 꽃, 꽃 56
풀꽃 59
5월 아침, 우리는 마음에 무엇을 그리는가 61
저 푸른 산에 꾀꼴새가 날아와 운다 66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아다니는 봄날 69
작은 운동장 72
산이와 민석이의 자리 75
찔레꽃이 핀 밭가에서 78
무엇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가 81
아이들아, 구절초꽃 피면 만나자 85
학교에 가고 싶다 89
일기 94
참 좋은 어느 가을날 아침 98
제2부 창우랑 다희랑
창우야 다희야, 내일도 학교에 오너라 103
꽃은 피고 지고 109
이 봄, 나도 꽃이다 113
창우와 빼빼로 115
창우와 다희 117
창우 열받다 122
다희랑 창우랑 우리 집에 가다 124
참 행복한 날 126
제3부 슬픔 없이 어찌 좋은 사람이 되겠니
은미야, 슬픔 없이 어찌 좋은 사람이 되겠니 131
은미, 인수, 선옥이의 학교 가는 길 135
전학 왔다가 하루 만에 간 아이 138
세희의 만둣국 140
인수 144
사랑 148
지금 내 옆에 앉아 있는 사람 151
봄맞이꽃이 피는 길 156
소희네 소 159
제4부 내 인생의 어린 선생님들
눈부신 이슬방울들 163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렸어요 166
난로 위에는 물이 끓고, 창밖에는 눈이 옵니다 171
시인과 선생님 176
나도 집에 갈랍니다 179
내 인생의 어린 선생님들 183
우리 반 강지호를 아세요?
제5부 우리 동무들은 지금 무얼 하고 지낼까?
강아 일어나 189
물고기를 잡자 194
겨울 아침은 눈이 펑펑 내린다 200
거미는 거미줄에 산다 204
오동나무가 춤을 춘다 207
우리 가족이 하는 일 212
저도 만들고 싶어요 216
우리 동네는 동물의 천국 219
구름 위에 한번 앉아보고 싶다 223
촌아 울지 마 231
학부모의 편지 237
창우와 다희에게 보내는 봄편지 243
수상 :1997년 소월시문학상, 1986년 김수영문학상 최근작 :<꽃밭> ,<바우솔 우리 시 그림책 + NEW 풀과바람 세계 그림책 세트 - 전45권> ,<그때가 배고프지 않은 지금이었으면> … 총 278종 (모두보기) 인터뷰 :작가는 자연이 주는 말을 받아 적는다 - 2008.10.07 소개 :전라북도 임실 진메마을에서 태어나 스물한 살에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고, 교직에 있는 동안 임실 덕치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시를 썼습니다. 그의 글 속에는 언제나 아이들과 자연이 등장하고 있으며 어김없이 그들은 글의 주인공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정년퇴직 이후 고향으로 돌아가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시골 마을과 자연을 소재로 소박한 감동이 묻어나는 시와 산문들을 쓰고 있습니다.
윤동주문학대상, 김수영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시집으로 《섬진강》, 《맑은 날》, 《그 여자네 집》, 《울고 들어온 너에게》, 《나비가 숨은 어린나무》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섬진강 이야기》 8권 등이 있습니다. 이 밖에도 동시집 《콩, 너는 죽었다》, 《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 그림책 《김용택 시인의 자갈길》, 《할머니 집에 가는 길》, 《나는 애벌레랑 잤습니다》, 《사랑》, 《지구의 일》 등 많은 저서가 있습니다.
문학동네
최근작 :<[북토크] 김기태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북토크> ,<[북토크] 조해진 <빛과 멜로디> 북토크> ,<문학동네 120호 - 2024.가을> 등 총 4,324종
대표분야 :일본소설 1위 (브랜드 지수 1,467,576점),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1위 (브랜드 지수 4,393,852점), 에세이 1위 (브랜드 지수 2,193,335점)
“아이들의 눈동자를 바라보면 나는 온몸이 다 서늘해진다.
온몸이 다 서늘해지는 끝없이 까만 아이들의 눈동자들을 바라보며
이 세상이 아름답다고 노래하며 나는 살았다.”
창우와 다희는 마암분교에서 만난 아이들이다. 섬진강 댐가에 있는 이 작은 분교는 전교생이 열여덟 명이고, 운동장 끝에는 파란 호수가 걸려 있었다. 중학교 2학년 국어교과서에도 수록된 김용택의 교사 시절의 산문집『창우야 다희야, 내일도 학교에 오너라』에는 작가가 마암분교에서 만난 아이들 이야기와, 그 아이들이 쓴 ‘아이답고 솔직한’ 동시들이 사이좋게 실려 있다.
작가가 마암분교에 가서 제일 처음 시작한 것은 아이들과 운동장에 나가 축구와 야구를 하는 것이었다. 무슨 게임이든 전교생이 다 나와야 할 수 있었다. 운동을 하며 아이들은 활달해지고 얼굴엔 생기가 돌았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없는 은미는 늘 선생님에게 와서 징징 울며 어머니가 보고 싶다고 울던 버릇을 고치고, 빼고 삐치는 짓이 줄어들었다. 늘 한쪽 구석에 그늘처럼 가만히 웅크리고 있던 인수는 점점 햇살 속으로 들어왔고, 그림같이 조용하던 현자와 현정이 자매도 아이들과 어울리며 활달하게 웃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세계는 골라지고 다듬어지며 질서가 형성되어갔고, 위와 아래가 분명해졌다. 작고 어린 아이들이지만 작은 공동체가 형성된 것이다. 그 공동체 속에서 창우와 다희는 무럭무럭 자라고, 귀봉이, 동수, 은미, 인수, 현정과 현자, 빛나와 두나, 세희, 창희와 소희, 진산, 진하, 진철, 그리고 초이는 일기도 쓰고 동시도 쓰며 김용택 ‘선생님’을 일깨우는 ‘어린 선생님’이 되어준다.
손을 잡아주고, 어깨동무를 해주고, 목을 껴안아주는 어린 동무들과 함께한 시간을 되새기며 작가는 “꽃과 바람과 새와 눈과 비와 호수와 아이들과 나,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에게” 이 책을 바치고 싶다 말한다.
창우야 다희야, 바람이 분다. 생각나니, 봄바람이 불고 운동장가 벚나무 꽃잎이 바람에 날릴 때 입으로 손으로 꽃잎을 받으려고 뜀박질을 하던 일이며, 작고 어여쁜 봄꽃들을 찾아다니던 일이며, 개구리 뒤를 따르던 일이며, 우리 셋이 나란히 앉아 하얀 개망초꽃을 들여다보던 일이며, 매미 소리를 듣고 이 나무 저 나무로 매미를 찾아 나서던 일, 거미줄에 걸린 이슬방울이 거미줄을 타고 쪼르르 굴러가던 모습을 오래오래 바라보던 일들이. 하루하루가 우리에게는 행복한 시간들이었지.
운동장을 걸으며 내 곁으로 와 내 손을 잡던 손이 따뜻한 다희야, 책상에 앉아 있으면 내 어깨에 손을 얹고 내 목을 껴안던 창우야. 마지막 날 내 곁을 떠나지 않고 내 주위를 뱅뱅 돌던 다희야. 인사를 하고 운동장을 걸어가며 옷소매로 눈물을 닦던 창우야. 정말 너희들이 그립고 보고 싶어서 나는 이렇게 철없이 목이 메어 속으로 운단다.
_본문에서
섬진강 시인 김용택 문학의 시원始原이자 절정!
우리가 잃어버린 순수의 시절,
사람과 자연의 아름다운 조화, 그 아름다운 공동체의 복원!
김용택의 기념비적인 산문집 『김용택의 섬진강 이야기』
1948년부터 2012년까지
섬진강 마을의 역사와 사람살이를 복원하다!
마침내 한자리에 모인 여덟 빛깔의 ‘섬진강 이야기’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1982년 「섬진강 1」을 발표하면서 등단한 이래 지난 30년 동안 시로, 산문으로, 동화로 끊임없이 섬진강 이야기를 써왔던 김용택. 그의 이름 앞에는 늘 ‘섬진강 시인’이란 별칭이 따라붙는다. 그만큼 ‘김용택 문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섬진강’이다. 섬진강은 김용택 문학의 시작과 끝을 잇는 가장 중요한 줄기이자 역사이며 심장이다. 그를 ‘섬진강 시인’으로 만들어준 것은 섬진강과 그 곁의 자연, 그리고 사람들이었다.
2012년 11월 등단 30주년을 맞았던 그가 오늘날의 자신을 있게 해준 섬진강에 빚 갚음이라도 하듯, 지난해 꼬박 열중한 작업이 있다. 등단한 이래 30년 동안 써왔던 섬진강에 대한 산문들을 한데 모아 정리하여 완성한 『김용택의 섬진강 이야기』는 같이 먹고 일하고 놀았던 한 강마을의 역사와 보통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담긴 장대한 다큐이자 글로 쓴 풍경화라 할 수 있다.
신작산문집 『내가 살던 집터에서』와 『살구꽃이 피는 마을』 두 권을 포함해, 기존 여러 책과 매체를 통해 발표했던 섬진강에 관한 글들을 새로 묶어 펴낸 여섯 권의 산문집, 이렇게 전8권으로 구성된 『김용택의 섬진강 이야기』는, 그가 태어나고 살아온 섬진강 자락의 진메 마을과 진메 사람들 이야기, 강마을 초등학교 선생님으로서 품은 숱한 고민과 반성, 수십 년을 하루같이 만나온 아이들 이야기까지를 빼곡히 담고 있다.
그는 고향 진메 마을의 산과 강, 나무와 샘, 징검다리까지 그 무엇도 빼놓지 않고 ‘복원의 밑그림’을 성실하게, 빽빽하게, 아름답게, 때로는 서럽게 그려왔다. 그는 섬진강이, 진메 마을이, 강변의 작은 분교가 설령 사라진다 해도 훗날 어느 화가가 자신의 글을 보고 고스란히 있는 그대로 그려주기를 바라는 듯한 마음으로, 마을회관 앞에 나뒹구는 작은 돌멩이 하나 나무 한 그루 빠뜨리지 않고 소중하게 기록해왔다. 사라져가는 것들, 철 지나고 낡은 것으로 치부되는 인간 삶 본연의 가치를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알아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고된 글쓰기를 계속해온 것이다. 고통과 슬픔 없이 쓸 수 있는 글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작가는 자신만의 행복한 외길을 걸어왔으며, 『김용택의 섬진강 이야기』에서 그 기나긴 징검다리에 놓인 사람과 사연 들을 하나하나 소중하게 되살려내고 있다.
“나는 무너져가는 한 작은 마을의 시인이었다.
이제 나는 그 마을 밖으로 유배되었다.
지금 내가 속한 곳은 임시정부다.
그러나 나는 그 아름다운 정부를 잊지 않을 것이다.”
세상은 사라진 것들을 기억하지 않는다. 그런 세상을 대신해 사라진 것들을 살뜰히 챙겨 저장해온 가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김용택은 난폭한 변화의 물결에 휩쓸려가는 기억과 가치들을 열심히, 성실하게 건져내 반들반들 윤이 나게 닦아 제자리에 돌려놓는다. 그것은 책임감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의 글에는 세상을 향한 애정과 애착, 연민과 분노가 넘실거린다. 진정성이 담보된 작가의 글 안에선 그 옛날의 섬진강이, 또 한평생 가난과 풍파에 삶을 맡겨온 사람들이 잠시 아픔을 잊고 흘러갈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스스로 복된 인생을 살았다고 말한다. 굽이굽이 흐르는 강, 크고 작은 산 아래 작은 마을들은 그를 늘 사람에게 가까이 가도록 이끌었고, 그곳에서 작가는 나무와 풀과 곡식과 밤하늘의 달과 별들, 평생을 같이할 아이들을 만났다. 작가는 그런 자연이, 그런 사람들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흔한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행운을 알아보는 눈은 행운 이상의 가치가 있다.
그러고 보면 김용택이 섬진강을 만난 것은 분명 행운이지만, 섬진강이 김용택 작가를 만난 것 또한 행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