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의 섬진강 이야기' 5권. 첫 장면은 돼지 잡는 풍경이다. 취미라곤 종종 영화 보는 일밖에 없는 작가는 영화 [축제]를 보다 지난 시절 동네에서 돼지 잡던 날을 떠올린다. 추석이나 설, 고된 모내기나 가을일이 끝났을 때나 돼야 돼지를 잡았고, 그런 날은 곧 축제날이었던 시절. 작가는 영화의 롱테이크 기법처럼 돼지 잡는 과정을 시작부터 끝까지 쭉 따라가며 생생하게 묘사한다.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배불리 포식한 돼지를 잡아 근수를 재고, 누구는 물을 긷고, 누구는 칼을 갈고, 도끼질 단 한 방에 돼지의 숨통을 끊어놓는 데 도가 틘 사람이 신기를 발휘해 돼지가 숨을 거두면, 털을 뽑아 지게에 짊어지고 강으로 간다. 돼지오줌보는 아이들에게 공놀이 하라고 넘겨주고, 모두가 기다리는 '해체'가 시작된다.
내장이며 고기며 하나도 남김없이 살뜰하게 마을 사람들에게 배분되면서 돼지 잡는 축제는 서서히 막을 내린다. 온 동네 사람들이 하나 되는 현장에 북적이는 흥분과 펄펄 피어오르는 생명의 훈기를 작가는 흥미진진하게, 질펀하게 담아낸다. 같이 일하고, 같이 먹고, 같이 놀 수밖에 없는 농촌에서의 삶에는 땀냄새, 사람 냄새가 진하게 배어 있다.
이 책에 담긴 것은 바로 이젠 휘발되어 사라진 삶의 냄새다. 뙤약볕 아래 보리를 베고, 논을 갈고, 물을 대고, 모내기 하고 그렇게 함께 농사지으며 살아가는 농군들의 삶, 풍물굿을 치는 굿마당에서 물아일체, 희로애락을 노래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붉게 비추는 모닥불의 불꽃, 그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진 진한 냄새가 이 책 속에 박제되어 있다.
서문_마루에 서서 5
제1부 같이 사는 우리
돼지 잡는 날 13
박과 바가지 27
지충개야 지충개야 나주사탕 지충개야 31
정든 임 반찬 35
보리 갈 무렵 39
세상의 소리, 아름다운 물소리 43
활장구 장단에 너울너울 48
먹고 놀자, 정월 53
제2부 물고기도 밤에는 잠을 잔다
물 반 고기 반 앞냇가 69
저런 멍청이 같은 놈 85
작살로 작살내기 89
돌려막고 품기 95
꺽지야, 꺽지야, 눈이 예쁜 꺽지야 99
꺽지 낚기 선수, 성만이 양반 103
메로 두들겨서 고기 잡기 106
고기 잡는 약 110
여름 보약 은어 잡기 117
가재 줍기 121
물고기도 밤에는 잠을 잔다 124
여름날의 가물치 사냥법 128
징검다리와 수두렁책이 131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고기, 쉬리 141
헛샘의 미꾸라지 144
제3부 한밤의 서리, 눈 내리는 날의 사냥
토끼 사냥 노루 사냥 151
딱꿍총과 새끼노루 160
닭 잡아먹고 꼴 베기 164
참새, 멧새, 꿩 잡기 173
물오리 집오리 177
제4부 아름다운 시절
곶감서리 185
보리 주면 외 안 주겄어 190
새각시가 뀐 방귀 소리 198
호미로 풀 한 짐 202
진메 마을의 풍물굿 205
달빛 쏟아지는 산길 밤나락 지기 210
갈굴 도랑 길에 돌무덤 둘 216
같이 일하고, 같이 먹고, 같이 놀고 220
그후의 이야기_ 고향에 사는 것이 고통이었다 224
문학동네
최근작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온갖 열망이 온갖 실수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등 총 4,272종
대표분야 :일본소설 1위 (브랜드 지수 1,450,157점),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1위 (브랜드 지수 4,251,480점), 에세이 1위 (브랜드 지수 2,153,029점)
“그리운 고향 산천을 생각하면 그들은 잠들지 못할 것이다.
고향은 몸과 마음에서 쉽게 떼어지지 않는 나무껍질 같은 것이다.”
『같이 먹고 일하면서 놀았다네』의 첫 장면은 돼지 잡는 풍경이다. 취미라곤 종종 영화 보는 일밖에 없는 작가는 영화 <축제>를 보다 지난 시절 동네에서 돼지 잡던 날을 떠올린다. 추석이나 설, 고된 모내기나 가을일이 끝났을 때나 돼야 돼지를 잡았고, 그런 날은 곧 축제날이었던 시절. 작가는 영화의 롱테이크 기법처럼 돼지 잡는 과정을 시작부터 끝까지 쭉 따라가며 생생하게 묘사한다.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배불리 포식한 돼지를 잡아 근수를 재고, 누구는 물을 긷고, 누구는 칼을 갈고, 도끼질 단 한 방에 돼지의 숨통을 끊어놓는 데 도가 틘 사람이 신기를 발휘해 돼지가 숨을 거두면, 털을 뽑아 지게에 짊어지고 강으로 간다. 돼지오줌보는 아이들에게 공놀이 하라고 넘겨주고, 모두가 기다리는 ‘해체’가 시작된다. 내장이며 고기며 하나도 남김없이 살뜰하게 마을 사람들에게 배분되면서 돼지 잡는 축제는 서서히 막을 내린다. 온 동네 사람들이 하나 되는 현장에 북적이는 흥분과 펄펄 피어오르는 생명의 훈기를 작가는 흥미진진하게, 질펀하게 담아낸다. 같이 일하고, 같이 먹고, 같이 놀 수밖에 없는 농촌에서의 삶에는 땀냄새, 사람 냄새가 진하게 배어 있다.
이 책에 담긴 것은 바로 이젠 휘발되어 사라진 삶의 냄새다. 뙤약볕 아래 보리를 베고, 논을 갈고, 물을 대고, 모내기 하고 그렇게 함께 농사지으며 살아가는 농군들의 삶, 풍물굿을 치는 굿마당에서 물아일체, 희로애락을 노래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붉게 비추는 모닥불의 불꽃, 그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진 진한 냄새가 이 책 속에 박제되어 있다.
실낱같이 좁고 굽이가 많은 길을 뛰어내려오는 나무꾼들의 행렬을 보면 물을 건너가는 커다랗고 긴 구렁이의 몸짓 같다. 봄에 진달래꽃을 나뭇짐 위에 꽂고 내려올 때면 더욱 장관이다. 이 산 저 산 이 골짜기 저 골짜기에서 나무를 한 나무꾼들은 우연히 노딧거리에서 모두 만나게 되고, 거기서 모두 한 번씩 또 쉬게 된다. 강 건너 노딧거리에서 쉬지 않고 집까지 가기에는 짐이 너무 무겁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나무꾼들이 쉬고, 웃통을 벗고 강물에 땀을 씻고 저고리 옷섶으로 얼굴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는 나무꾼들의 건강한 몸과 상기된 얼굴은 참으로 살아 뛰는, 생생하게 살아 있는 ‘생生’ 그 자체였다. 간섭도 없고, 빼앗김도 없는 순수하고 온전한 노동은 아름답다. 그 얼굴들은 더없이 평화롭고 평안해 보인다. _본문에서
섬진강 시인 김용택 문학의 시원始原이자 절정!
우리가 잃어버린 순수의 시절,
사람과 자연의 아름다운 조화, 그 아름다운 공동체의 복원!
김용택의 기념비적인 산문집 『김용택의 섬진강 이야기』
1948년부터 2012년까지
섬진강 마을의 역사와 사람살이를 복원하다!
마침내 한자리에 모인 여덟 빛깔의 ‘섬진강 이야기’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1982년 「섬진강 1」을 발표하면서 등단한 이래 지난 30년 동안 시로, 산문으로, 동화로 끊임없이 섬진강 이야기를 써왔던 김용택. 그의 이름 앞에는 늘 ‘섬진강 시인’이란 별칭이 따라붙는다. 그만큼 ‘김용택 문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섬진강’이다. 섬진강은 김용택 문학의 시작과 끝을 잇는 가장 중요한 줄기이자 역사이며 심장이다. 그를 ‘섬진강 시인’으로 만들어준 것은 섬진강과 그 곁의 자연, 그리고 사람들이었다.
2012년 11월 등단 30주년을 맞았던 그가 오늘날의 자신을 있게 해준 섬진강에 빚 갚음이라도 하듯, 지난해 꼬박 열중한 작업이 있다. 등단한 이래 30년 동안 써왔던 섬진강에 대한 산문들을 한데 모아 정리하여 완성한 『김용택의 섬진강 이야기』는 같이 먹고 일하고 놀았던 한 강마을의 역사와 보통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담긴 장대한 다큐이자 글로 쓴 풍경화라 할 수 있다.
신작산문집 『내가 살던 집터에서』와 『살구꽃이 피는 마을』 두 권을 포함해, 기존 여러 책과 매체를 통해 발표했던 섬진강에 관한 글들을 새로 묶어 펴낸 여섯 권의 산문집, 이렇게 전8권으로 구성된 『김용택의 섬진강 이야기』는, 그가 태어나고 살아온 섬진강 자락의 진메 마을과 진메 사람들 이야기, 강마을 초등학교 선생님으로서 품은 숱한 고민과 반성, 수십 년을 하루같이 만나온 아이들 이야기까지를 빼곡히 담고 있다.
그는 고향 진메 마을의 산과 강, 나무와 샘, 징검다리까지 그 무엇도 빼놓지 않고 ‘복원의 밑그림’을 성실하게, 빽빽하게, 아름답게, 때로는 서럽게 그려왔다. 그는 섬진강이, 진메 마을이, 강변의 작은 분교가 설령 사라진다 해도 훗날 어느 화가가 자신의 글을 보고 고스란히 있는 그대로 그려주기를 바라는 듯한 마음으로, 마을회관 앞에 나뒹구는 작은 돌멩이 하나 나무 한 그루 빠뜨리지 않고 소중하게 기록해왔다. 사라져가는 것들, 철 지나고 낡은 것으로 치부되는 인간 삶 본연의 가치를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알아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고된 글쓰기를 계속해온 것이다. 고통과 슬픔 없이 쓸 수 있는 글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작가는 자신만의 행복한 외길을 걸어왔으며, 『김용택의 섬진강 이야기』에서 그 기나긴 징검다리에 놓인 사람과 사연 들을 하나하나 소중하게 되살려내고 있다.
“나는 무너져가는 한 작은 마을의 시인이었다.
이제 나는 그 마을 밖으로 유배되었다.
지금 내가 속한 곳은 임시정부다.
그러나 나는 그 아름다운 정부를 잊지 않을 것이다.”
세상은 사라진 것들을 기억하지 않는다. 그런 세상을 대신해 사라진 것들을 살뜰히 챙겨 저장해온 가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김용택은 난폭한 변화의 물결에 휩쓸려가는 기억과 가치들을 열심히, 성실하게 건져내 반들반들 윤이 나게 닦아 제자리에 돌려놓는다. 그것은 책임감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의 글에는 세상을 향한 애정과 애착, 연민과 분노가 넘실거린다. 진정성이 담보된 작가의 글 안에선 그 옛날의 섬진강이, 또 한평생 가난과 풍파에 삶을 맡겨온 사람들이 잠시 아픔을 잊고 흘러갈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스스로 복된 인생을 살았다고 말한다. 굽이굽이 흐르는 강, 크고 작은 산 아래 작은 마을들은 그를 늘 사람에게 가까이 가도록 이끌었고, 그곳에서 작가는 나무와 풀과 곡식과 밤하늘의 달과 별들, 평생을 같이할 아이들을 만났다. 작가는 그런 자연이, 그런 사람들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흔한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행운을 알아보는 눈은 행운 이상의 가치가 있다.
그러고 보면 김용택이 섬진강을 만난 것은 분명 행운이지만, 섬진강이 김용택 작가를 만난 것 또한 행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