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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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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에디터 장우철의 첫 책. 사계절을 기점으로 총 5부로 나눈 뒤 글과 사진을 고루 섞었다. 길 위에서 저자가 마주친 계절과 생각과 이름들의 합집합인 이 책은, 사진 속 꽃이 피어서 봄에 있지 아니하고 문장 속 눈발이 날려서 겨울에 있지 아니한, 이른바 헛것처럼 한층 어렴풋한 기억을 따라 묶은 책이다. 글을 쓰고 글을 다듬고, 사진을 찍고 사진을 가려내는 솜씨가 도공의 그것처럼 예민하고 빈틈이 없어놔서 그 어떤 누구의 그림자도 흠칫 비치지 아니한 책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에세이로 보임직한 이 책은 자기 문체의 고유성을 간직한 에디터가 쉽게 나올 수 없는 풍토 가운데 어떻게 고집을 피워야 하는지 글과 사진의 흥과 취와 벽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 불경하게도 교정지를 보다가 몇 장을 군불 지피는 데 불쏘시개로 구겨 썼는데 푸른 불꽃을 이루어 삭정이들이 잘 붙는다. 손바닥을 펼쳐 온기를 쬐었다. 이 사람의 문장이 그러해서 옛것, 지금 것, 바다 건너 것, 이웃 것 모두 한데 어울려서 매사 식어버린 마음 아래 밑불을 이루어준다. 청하여 풋것들이나 내놓고 조용히 한 보시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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