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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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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한국어판이 출간된 바 있는 <종이로 만든 사람들>이 판형과 디자인을 바꾸고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들을 다시 찾는다. 작가 살바도르 플라센시아는 29살에 펴낸 첫 장편소설 <종이로 만든 사람들>로 단숨에 가르시아 마르케스, 움베르토 에코, 이탈로 칼비노, 오르한 파묵, 오에 겐자부로 등 세계적 명성의 작가들이 소속된 와일리 에이전시 작가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태어난 작가는 가족들이 돈을 벌기 위해 뿔뿔이 흩어져야 했기에 어린 시절 토루투가의 할아버지의 농장에서 자랐는데, 이때의 기억이 이 소설을 구상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주인공 페데리코 데 라페와 그의 딸 꼬마 메르세드가 새롭게 정착하는 곳이자 소설에서 주요 배경이 되는 엘몬테는, 미국 로스엔젤레스와 인접한 실존 지역으로 이주민들이 계속해서 유입되면서 인구의 70% 이상이 라틴계인 곳이다. 작가는 엘몬테를 주무대로 한 소설을 통해 자신이 항상 품고 있던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던지려 했다. 엘몬테에서 EMF라는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이민자들이나 멕시코 출신으로서 할리우드에서 성공한 여배우 마르가리타(리타 헤이워스)와 쇠락하는 마을 '엘데라마데로'로부터 떠나온 줄리에타 등 외부에서 미국으로 유입된 다양한 이민자들의 삶의 모습이 소설 곳곳에 그려진다. 무엇보다 소설가의 애인 리즈는 소설 <종이로 만든 사람들>에서 한낱 20달러에 자신의 이야기를 팔아먹는 플라센시아를 비판하는데, 그녀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날카로운 말들은 작가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자아비판이자, 부끄러운 고백이기도 하다. 떠나온 조국을 향한 애틋한 마음 때문에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결국 남의 언어인 '영어'를 가지고 '조국'의 이야기를 팔아 돈을 버는 치카노문학이 겪을 수밖에 없는 모순성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 : 기가 막히게 비현실적이지만 깜짝 놀랄 정도로 정확하게 인간의 진실을 묘사한 소설. 기존의 그 어떤 소설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독창적이다. : 소설에 대한 우리의 상식과 편견을 깨끗이 배반하는 소설. : 토성을 막는 유일한 길은 우리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는 것뿐임을 알았습니다.
“문학은 침묵의 얼굴에 입술을 그려주는 행위다. 그다음에는 그 입술이 혼자서 떠들어댈 것이다. 그게 짐작하던 대로의 이야기든, 상상도 못했던 엄청난 이야기든, 처음으로 입술을 가진 침묵은 수다스럽게 떠들어댈 것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말하지 못했던 입술에게서 듣는 이야기만큼 놀라운 상상력의 세계가 어디 있을까? 플라센시아의 이 소설은 적어도 미국에서는 문학이 죽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는 걸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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