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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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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청소년 시리즈 4권.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2009 청소년저작및출판지원사업’ 당선작. <금이 간 거울>의 작가 방미진이 주변의 상황과 사람들이 두렵기만 한 청소년의 내면을 이야기한다. 십대의 불안한 자의식이 불러일으키는 공포를 날카롭게 그려낸 다섯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신에 대한 질문과 의심 또는 과도한 자존감으로 자신과 타인에게 쉬이 상처를 내고 마는 청소년을 작가 특유의 ‘강렬하고 음습한 이미지’의 언어로 그려낸 독특한 작품집이다. 표제작 「손톱이 자라날 때」는 이제 막 청소년 시기에 접어든 여중생들이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때로는 폭력적으로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폭발하는 장면을 그린다. 하얀 벽 : 어릴 때 제가 가장 좋아한 이야기는 무서운 이야기였습니다. 특히 귀신 이야기. 죽은 자들이 산 사람을 항상 쳐다보고 있다는 식의 이야기에 끌렸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주위가 아주 조용해졌지요. 불길해 꺼려지면서도 자꾸만 기대되는 공포. 달리기를 하지 않아도 심장이 빨리 뛰었던 걸 보면 분명 몸에 좋은 공포였던 것 같습니다.
『손톱이 자라날 때』는 으스스한 책입니다. 뼈와 살이 자라는 열기를 어쩌지 못해 제 안에 서늘함을 들이다, 결국 오싹해지고야 마는 청소년들의 초상을 그리고 있으니까요. 이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어딘가 일그러져 있습니다. 이상한 소리를 내는 벽 때문에, 집안을 집어삼킨 곰팡이 때문에, 누군가 할퀴고 싶어 미치겠는 손톱 때문에. 엄마 때문에, 친구 때문에, 돈 때문에……. 아이들은 대부분 나쁜 상황을 견뎌 냅니다. 스스로 섬뜩한 사람이 되는 식으로요.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닫습니다. 자기가 진짜 두려워한 건 가난도 왕따도 아닌 '내가 나'라는 사실이었다는 걸요. 바야흐로 사춘기. 이제 무서운 이야기를 읽을 시간입니다. 기괴하고 아찔한 이야기 속에는 우리가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우리의 모습이 얼마간 얼비쳐 있습니다. 귀신이 무서운 건 사람과 닮았기 때문인 것처럼요. 그러니 책장을 열고 서늘함 속으로 들어오세요. 어둠과 만나세요. 잘 놀라야 잘 자랄 수 있고.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서 두려움을 경험하는 것만큼 좋은 건 없으니까요.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10년 4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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