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 <달> <문명의 우울>의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의 세번째 소설집. 데뷔이래 진중하고 깊이 있는 작품들을 발표해 온 히라노 게이치로가 2005년에서 2006년에 걸쳐 발표한 단편소설 11편을 엮었다. 소설로 만든 삽화, 문자로 그린 그림, 동시 진행 소설 등 독특한 형식적 실험이 돋보인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역사적 요소가 강한 시대를 배경으로 의고체 문장과 전통적인 소설작법을 보여준 장편과 달리, 단편에서는 주로 현대사회의 병폐와 개인의 고독을 다루면서 파격적인 형식상의 실험을 시도해왔다. 이번 소설집에서도 일반적인 상식을 깨뜨리는, 표현방식 영역뿐만 아니라 작가와 독자의 관계까지 새로이 구성하는, 히라노 게이로식 ‘21세기형 소설’을 엿볼 수 있다.
다양한 형식과 내용을 선보인 이 소설집은 공통적으로 의사소통의 단절과 현대인의 고독이라는 감정을 짙게 깔고 있다. 그의 주특기라 할 수 있는 현학적이고 심도 있는 묘사 또한 돋보인다. 특히 프랑스 파리에서 체재하면서 느낀 이방인의 감정과 작가로서의 자아를 솔직하게 담아낸 '페캉에서'는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의 생생한 내면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윽고 광원이 없는 맑은 난반사의 표면에서……/『TSUNAMI』를 위한 32점의 그림없는 삽화 · 7
거울 · 41
「페캉에서」 · 45
여자의 방 · 147
한 수 위 · 163
크로니클 · 169
의족 · 209
어머니와 아들 · 217
이방인#7-9 · 263
모노크롬 거리와 네 명의 여자 · 279
자선 · 293
히라노 게이치로 (지은이)의 말
이 책의 제목 <당신이, 없었다, 당신>은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지만, 두번째의 ‘당신(あなた)’은 ‘저편’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 부재는 읽는 행위를 통해서 비로소 메워집니다. 작가란 항상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그에게 존재했을지도 모를 세계와 존재했을지도 모를 인간을 제공합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각각의 세계와 등장인물이 읽는 이에게 새로운 무언가를 열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저는 이 작품을 완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