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으로 내리꽂히며 대지를 달구던 태양도 식어가고 찬바람이 한줄기 불어오는 늦여름의 피렌체. 아르노 강의 한 다리 아래서 한 남자의 익사체가 발견된다. 그의 약혼녀가 실종 신고를 한 지 이틀 만의 일이다. 피렌체의 내로라하는 명가(名家)의 아들 루카 살리에리, 나이는 스물아홉 살.
한 남자의 의문사를 알리며 시작되는 이 소설은, 한 남자와 그가 사랑한 한 여인과 남자(그의 두 연인 중 한 사람은 남자이다)의 기이한 사랑을 그려나간다. 세 주인공은 각자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사랑을 추억하고, 망자를 추모하고, 비정한 삶의 아린 맛을 독백한다. 섬세하고 절제된 문체로 죽음, 고독, 타인과의 관계라는 주제에 천착해온 프랑스 작가 필립 베송의 첫 국내 출간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