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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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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민문학신인상 수상 작가 장지의 가족소설이다. 2016년 발표하자마자 큰 반향을 일으키며 더우반(豆瓣) 2016의 10대 중국문학 작품 중 하나로 평가되었고, 다수의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작품 속 팡취안이라는 인물은 현대인의 ‘또 다른 나’다. 그가 겪는 모든 과정은 대부분, 허무맹랑한 이야기 없이 지독히 사실적이며,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들이 녹아 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을 읽는 우리로 하여금 더 깊은 내면의 무언가를 찔린 듯한, 뜻 모를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새벽녘에 홀로 우는 그 조용한 슬픔에 더 깊이 빠져들게 만든다. 가장 팡취안의 아침은 그 누구보다 빠르다. 폐지를 줍는 노인이나 환경미화원조차 나오지 않은 새벽녘 거리로 우유를 들고 나선다. 우유 배달이 끝나면 신문을 돌리러 나선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아침을 해 먹고, 아이들을 돌본다. 일을 두 개나 하지만 도시에서의 생활은 더 많은 돈을 요구한다. 그래서 가끔은 지인인 아훙 아저씨의 요청으로 절에서 공반 일도 한다. 수계는 받지 않았지만 머리를 밀고 승려인 척 불사에 참여해서 얻는 돈이 적지 않다. 오후에는 불법 삼륜차를 몰고 영업에 나선다. 그렇게 남들보다 배는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했지만, 수중에 남은 돈이라고는 동전 몇 푼이 전부다. 새벽녘 길거리와 같이 어두운 인생은 한 걸음 앞조차 보이지 않는데…. : 저자는 날카로운 필체로 궁핍함에 쫓기는 우리의 생존 방식, 감정의 뒤엉킴, 현실의 어려움을 표면부터 본질까지 생생하게 묘사했다. : 『출가』를 보면서 『인생』과 『허삼관 매혈기』를 떠올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할 땐 두 작품보다 『출가』의 난이도가 더 높다. 『인생』은 파란만장한 시대적 배경을 기저에 깔고 있어 상대적으로 주인공의 운명을 굴곡지게 만들기가 쉽고, 『허삼관 매혈기』는 가난한 현실을 쉽게 희극적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출가』의 주인공 팡취안의 현실은 두 작품 속의 모질거나 예리함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품고 있다.
또한 팡취안에겐 소설가가 글을 쓸 때 가장 쉽게 만지작거릴 수 있는 장치인 ‘전기성(傳奇性)’이 없다. 큰 뜻을 가진 작가는 반드시 ‘관성’에 저항하고 ‘적당하게’ 슬픔을 다루며 자신의 능력을 시험한다. : 『출가』를 강력 추천한다. 서민 팡취안은 마치 등껍데기를 이고 다니는 달팽이처럼 우유와 신문을 배달하고 불법 삼륜차를 운전하며 열심히 살지만, 여전히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금, 범칙금, 동네 깡패의 치료비 같은 지출에 허덕이며 고단한 삶을 이어간다. 팡취안의 삶은 이미 중국 현대소설 속의 잊을 수 없는 인물, 예컨대 『아Q정전』이나 『낙타샹즈』 혹은 『허삼관 매혈기』의 주인공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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