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밖으로 뛰쳐나온 과학 1, 2> <밥상에 오른 과학>의 저자가 조선과학사에서 다루지 못했던 기괴한 과학 비사들을 중심으로 살펴본 놀랍고 발칙한 과학 이야기. 국내에서 출간된 <조선왕조실록> 관련 저서 중 최초로 과학적 시각으로 접근을 시도한 책으로 딱딱한 과학 책이 아닌 새로운 과학 이야기로 읽는 즐거움을 더욱 배가시킨다.
집 처마에 딱새가 집을 지었는데 거기에서 태어난 새끼의 크기가 산비둘기만 하다는 내용도 임금에게 일일이 보고되고, 부엉이가 궁중 안에서 운 것까지도 기록되어 있다. 또 조그만 시골 마을에서 발이 더 많이 달린 송아지나 강아지가 태어나도 그 생김새가 어떠하다는 사실까지 상세히 보고되었다. 그 세세함과 일상성 덕분에 저자는 트랜스젠더 닭, 조선의 UFO, 한강의 괴생명체 등의 자료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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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 동아일보 2010년 5월 15일자
조선시대에 한강에 출현한 괴생명체, 어느 날 갑자기 수탉으로 성전환을 해 버린 암탉, 숙종의 죽음을 암시한 흑점, 사육신을 궁지로 몰아넣은 핼리혜성, 타락죽 때문에 비소에 중독된 정조……
조선을 발칵 뒤집었던 놀랍고 발칙한
과학 이야기가 펼쳐진다!
조선을 경악시킨 미스터리한 사건들, 그 뒤에는 무엇이 숨어있는 것일까?
과학과 역사의 눈으로 들춰낸 <조선왕조실록>의 해괴한 비사들!
세계 최초의 로켓무기 신기전, 당대 최고의 활자 기술인 갑인자, 가장 정교한 관측을 수행한 천문대인 간의대, 과학적 수사의 원칙을 세웠던 최고의 법의학 서적 <신주무원록>……. 모두 조선 초기인 세종 당대에만 이루어진 조선 과학의 절정들이다. 그런데 이토록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던 조선은 어찌하여 상식적으로 믿기지 않는 다음과 같은 일들을 떡하니 <조선왕조실록>에 남기고 있을까?
“강릉 사람 김문석의 집에, 반쯤 검은 암탉이 2월 초부터 변화하여 수컷으로 되었다.”
-『중종실록』
“종친 서성정의 집에서 한 여종이 한꺼번에 아들 세쌍둥이를 낳았는데 사람 몸뚱이에 개의 머리여서 사람들이 모두 해괴하게 여겼다.”
-『중종실록』
“길주 사람 임성구지는 음양이 모두 갖추어져 지아비에게 시집도 가고 아내에게 장가도 들었으니 매우 해괴합니다.”
-『명종실록』
이런 기록들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 것일까? 한편으로는 조선의 놀라운 과학정신을 칭송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 비과학적이고 무지한 미신이 지배하던 시대였다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 아닐까? <UFO가 날고 트랜스젠더 닭이 울었사옵니다>는 <조선왕조실록> 곳곳에서 나타나는 해괴한 비사들을 당대의 역사적 시각과 과학의 통찰력이 마주치는 지점에서 다시 읽어 내려고 시도하는 흥미로운 교양서이다. 과학과 역사의 현미경을 들이대니 정통 과학의 그림자에 감춰진 비사들에서 무궁무진한 새로운 이야기들이 튀어나온다.
역사는 새롭게 읽어 내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과학의 눈으로 보면 숨겨진 새로운 역사가 보인다!
1565년(명종20년)의 기록을 보자. 이날 두모포(지금의 옥수동 한강변)에서는 “흰 빛깔에 비늘이 없고 턱 밑에 지느러미 3개가 있으며…… 머리 위에 구멍이 있어 물을 빗물처럼 내뿜는, 크기가 배 한 척만 한 기괴한 생물”이 그물에 잡힌다. 생김새가 물고기처럼 생기지 않아 어부도 무슨 고기인지 알지 못한다고 사관은 그 정황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얼마나 해괴한 고기였으면 왕조의 공식 역사에까지 그 흔적을 남겼을까.
이 기괴한 거대 물고기가 영화 <괴물>에 나오는 것처럼 환경오염의 산물은 아니었을 것이다. 저자는 이 물고기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정조 때의 <난호어목지>나 세종 때의 <운부군옥> 등 과거의 사료들을 참조하며 역사적인 관련 기록들을 추적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소장의 견해를 언급하며 이 거대 물고기의 정체를 추측하고 있다.
이러한 추적이 단지 여기에서 그친다면 단순한 과학 오타쿠의 역사 읽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당시 사관이 이 해괴한 물고기에 관한 내용을 기록한 사유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생명체의 출현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정황에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한강의 어구로 발전한 두모포의 역사를 되짚으며 이 물고기가 주목을 끌게 된 것이 당시 두모포에서 물고기들을 위해 공양을 드리던 당대의 요부 정난정의 몰락과 관련이 있음을 알려 준다. 당시 사람들은 이 물고기의 출현을 명종의 어머니였던 문정왕후의 동생 윤원형과 그의 애첩 정난정의 횡포에 대해 하늘이 경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였고, 공교롭게도 3일 후 문정왕후가 세상을 떠나면서 이 세도가의 몰락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암탉이 수탉으로 변했다는 해괴한 사건도 이처럼 정치적인 맥락에서 새롭게 읽힌다. 생물의 성전환에 대한 과학적 지식과 함께 역사에서 종종 등장하는 이러한 ‘비과학적인’ 성전환 동물에 대한 보고가 실은 외척 세력이나 왕후비빈이 나서서 득세할 때 상소의 의미로 등장하곤 했기 때문이다.
무궁무진한 이야기의 원천인 <조선왕조실록>
과학의 눈을 통해 일상을 발견하고 상상력을 얻는다!
이렇게 새로운 눈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의 비사 뒤에서 우리는 과학과 정치의 조우를 목격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예상치 못한 인간적인 면모를 만나게 되기도 한다. 조선의 왕들이 우유로 만든 죽인 타락죽을 먹었다는 역사적 사실도 흥미롭지만 물속에 용해되어 있던 독소인 비소가 우유에 농축되어 왕의 생명을 위협했을지도 모른다는 과학적 가설을 마주치면 더더욱 흥미롭다. 하지만 자식을 뒤주에 넣어 죽인 비정한 왕 영조가 ‘자식을 어미에게서 떼어 내는 짓’을 못할 짓이라 하여 타락죽을 올리지 말라고 명을 내리는 장면을 보면 가슴이 아련해지기도 한다.
『조선왕조실록』은 1대 태종에서 25대 철종에 이르기까지 472년간의 역사를 기록한 것으로 1997년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왕과 왕실을 중심으로 하여 왕의 모든 행위가 기록대상이 된 『조선왕조실록』은 정치, 외교, 경제, 군사, 법률, 산업뿐만이 아니라 당시의 생활상 및 풍속, 사상, 과학 등까지 다방면의 역사적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저자는 실록을 살펴보며 ‘어떻게 이런 것까지 적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세세함과 일상성에 감탄했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집 처마에 딱새가 집을 지었는데 거기에서 태어난 새끼의 크기가 산비둘기만 하다는 내용도 임금에게 일일이 보고되고, 부엉이가 궁중 안에서 운 것까지도 기록되어 있다. 또 조그만 시골 마을에서 발이 더 많이 달린 송아지나 강아지가 태어나도 그 생김새가 어떠하다는 사실까지 상세히 보고되었다. 그 세세함과 일상성 덕분에 저자는 트랜스젠더 닭, 조선의 UFO, 한강의 괴생명체 등의 자료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UFO가 날고 트랜스젠더 닭이 울었사옵니다』는 국내에서 출간된 『조선왕조실록』 관련 저서 중 최초로 과학적 시각으로 접근을 시도한 책이다. 과학이라는 씨실과 날실로 촘촘히 엮인 이 책에서 『조선왕조실록』을 읽는 새로운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