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문학의문학」 창간호부터 3년 넘게 발표돼 온 우리 시대 최고 대가들과 중견 작가들의 주옥같은 단편들 중 편집위원들과 4대 주요 서점 MD들의 추천을 거친 베스트 10편만을 엄선해 묶은 작품집. 박완서, 이청준, 최일남, 윤후명, 이승우, 권지예, 이나미, 조경란, 김연수, 이명랑 등 리스트만으로도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대가에서부터 묵직한 중견 및 신진 작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특히 「문학의문학」 창간호에 실린 이청준의 '이상한 선물'은 작고 전 마지막 발표한 유작이 되었으며, 박완서의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 또한, 2007년 <친절한 복희씨> 이후 고인이 남긴 단 3편('갱년기의 기나긴 하루', '빨갱이 바이러스', '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의 유작 가운데 하나로, 주제 또한 가족애와 물신주의를 풍자한 귀한 작품이다.
자폐아 가정의 절망과 희망을 담아낸 김연수의 '깊은 밤, 기린의 말', 제15회 김준성문학상 수상작 이나미의 '마디', 권지예 작가의 지적 순수성과 문학적 감수성이 돋보이는 작품 '퍼즐', 인종과 차별의 벽을 뛰어넘는 인간 구원 문제를 다룬 이승우의 '한 구레네 사람의 수기', 조경란 작가의 산뜻한 가족 소설 '파종' 등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김연수 _ 깊은 밤, 기린의 말
박완서 _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
이청준 _ 이상한 선물
이나미 _ 마디
권지예 _ 퍼즐
이승우 _ 한 구레네 사람의 수기
윤후명 _ 소금창고
조경란 _ 파종
이명랑 _ 제삿날
최일남 _ 국화 밑에서
김윤식 (문학평론가) : 박완서 씨의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 참으로 기묘하고 다행하게도 이 작품은 지루하지도 따분하지도 않습니다. 너무도 요란하고 신바람조차 날 정도. 대가급 박씨의 솜씨. 겉으로는 영락없는 청춘의 글쓰기인데 내면에는 고도의 지적 전략 전술이 감춰져 있는 글쓰기. (…) 이 게임을 지켜보는 우리 관객은 또 얼마나 즐거운가. 고도의 두뇌 싸움 구경이니까. 더구나 그 두뇌 싸움의 전략 전술이 우리의 일상적 삶 속에서 까맣게 잃어가는 고상한 인간적 법도(세련성)이고 보면 교훈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으니까.
김연수의 <깊은 밤, 기린의 말>. 자폐아의 증상이 5년 동안 얼마나 이 가족을 절망으로 몰아넣었는가를 말하는 방식이야말로 작가 김씨가 힘준 곳. 자폐아란 무엇인가. 인간이기에 앞서 동물급이지요. 어째서? 인간의 언어가 불통이니까. 인간의 그다움이 언어인데 그 언어가 불통인 이런 동물이 인간으로 될 수 있는 방도란 무엇인가. 기린도 곰도 아닌 인간되기. (…) 어떻게 해야 자폐아를 인간의 수준에로 다시 이끌어 올릴 수 있을까. 이 물음에서 작가 김씨는 썩 민첩하군요. 인간이란 언어 사용자라는 사실. 그 언어 사용 중 가장 은밀한 것이 시(詩)라는 것. 그런데 이 시의 언어보다 더욱 은밀한 것이 또 있다는 것. 바로 ‘보이지 않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로마서 8장 24절이지요.
권성우 (문학평론가) : 최일남 작가의 <국화 밑에서>는 근래 읽은 가장 완성도 높은 소설이다. 여든에 가까운 노작가의 역작을 통해 나는 문학에서 연륜과 세월,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다져온 사람과 세상에 대한 눈썰미와 내공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죽음과 시체, 화장(火葬)을 둘러싼 풍속이나 다양한 지식의 향연은 이 소설을 읽는 즐거움의 커다란 부분이다. 폭넓은 독서에서 배어든 인문적 향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연륜과 체험에서 비롯된 그윽한 소설적 내공과 박람강기(博覽强記)의 소설 미학, 고색창연한 언어 감각이 성공적으로 버무려진 이 작품은 그 자체로 우리 시대의 소설적 귀감으로 대접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정호웅 (문학평론가, 홍익대 교수) : 조경란은 상징을 부리는 데 능란한 작가이다. <파종>에서도 조경란의 그런 능력이 확인된다. 제목인 ‘파종’부터가 상징이다. 뿌리 뽑힌 존재의 안간힘 다한 뿌리내리기의 시도. 땅에 몸을 붙이고 납작 엎드려 겨울을 견디는 시금치의 상징이 바로 옆자리에 푸르르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한겨레 - 한겨레 신문 2011년 3월 19일 문학 새책
조선일보 - 조선일보 Books 북Zine 2011년 3월 26일자
수상 :2001년 황순원문학상, 1999년 만해문학상, 1997년 대산문학상, 1995년 한무숙문학상, 1994년 동인문학상, 1993년 현대문학상, 1991년 이산문학상, 1990년 대한민국 문학상, 1981년 이상문학상, 1980년 한국문학작가상 최근작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 ,<소설의 첫 만남 1~10 세트 - 전10권> ,<카메라와 워커> … 총 426종 (모두보기) 소개 :1931년 경기도 개풍군에서 태어나 소학교를 입학하기 전 어머니, 오빠와 함께 서울로 상경했다. 숙명여고를 거쳐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했지만, 6‧25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했다. 1953년 결혼하여 1남 4녀를 두었다.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어 불혹의 나이로 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2011년 1월 담낭암으로 타계하기까지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하며 40여 년간 80여 편의 단편과 15편의 장편소설을 포함, 동화, 산문집, 콩트집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남겼다.
한국문학작가상(1980), 이상문학상(1981), 대한민국문학상(1990), 이산문학상(1991), 중앙문화대상(1993), 현대문학상(1993), 동인문학상(1994), 한무숙문학상(1995), 대산문학상(1997), 만해문학상(1999), 인촌문학상(2000), 황순원문학상(2001), 호암예술상(2006) 등을 수상했고, 2006년 서울대학교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1년 타계 후에는 문학적 업적을 기려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최근작 :<2022 크레용하우스 필독서 세트 : 초등 1-2학년 - 전5권> ,<화해 대작전> ,<링컨> … 총 81종 (모두보기) 소개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6세에 첫 장편 소설 『꽃을 던지고 싶다』로 많은 독자와 평론가들의 주목을 받으며 소설가로 데뷔한 뒤 『삼오식당』, 『나의 이복형제들』, 『입술』, 『어느 휴양지에서』 등의 작품을 출간했다. 이후 동화 『재판을 신청합니다』, 『나는 개구리의 형님』, 『할머니의 정원』을 비롯해 청소년 소설 『구라짱』, 『사춘기라서 그래?』, 『사춘기라서 그런 거 아니거든요!』,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등을 발표하며 다양한 분야에 걸쳐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예비 중학생들과 중학생들의 중학 생활에 도움을 주고자 『차라리 결석을 할까?』, 『일단 시작해 봐!』, 『절대로 예쁠 리가 없잖아!』로 이어지는 '중학 생활 날개 달기 시리즈'를 집필하고 있으며, 문학 전문 글쓰기 아카데미 〈문학하다〉의 소설 창작 강의와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많은 독자.청소년들과 소통 중이다.
수상 :2007년 제비꽃서민소설상, 2004년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1998년 김준성문학상(21세기문학상, 이수문학상), 1994년 대산문학상, 1990년 이산문학상, 1985년 대한민국 문학상, 1978년 이상문학상, 1975년 한국일보문학상, 1969년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1968년 동인문학상 최근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새롭게 만나는 우리 명작 한빛문고 18종 세트 - 전18권> ,<가해자의 얼굴> … 총 259종 (모두보기) 소개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했다. 1965년 『사상계』에 단편 「퇴원」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이후 40여 년간 수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대표작으로 장편소설 『당신들의 천국』 『낮은 데로 임하소서』 『씌어지지 않은 자서전』 『춤추는 사제』 『이 제 우리들의 잔을』 『흰옷』 『축제』 『신화를 삼킨 섬』 『신화의 시대』 등이, 소설집 『별을 보여드립니다』 『소문의 벽』 『가면의 꿈』 『자서전들 쓰십시다』 『살아 있는 늪』 『비화밀교』 『키 작은 자유인』 『서편제』 『꽃 지고 강물 흘러』 『잃어버린 말을 찾아서』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등이 있다. 한양대와 순천대에서 후학 양성에 힘을 쏟은 한편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을 지냈다.
동인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대한민국문학상, 한국일보 창작 문학상, 이상문학상, 이산문학상, 21세기문학상, 대산문학상, 인촌 상, 호암상 등을 수상했으며, 사후에 대한민국 금관문화훈장이 추서 되었다. 2008년 7월, 지병으로 타계하여 고향 장흥에 안장되었다.
수상 :2024년 이상문학상, 2008년 동인문학상, 2003년 현대문학상, 1996년 문학동네 작가상 최근작 :<움직임> ,<일러두기> ,<푸른색 루비콘> … 총 78종 (모두보기) 소개 :199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불란서 안경원」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불란서 안경원』『나의 자줏빛 소파』『코끼리를 찾아서』『국자 이야기』『풍선을 샀어』『일요일의 철학』『언젠가 떠내려가는 집에서』『가정 사정』, 장편소설 『식빵 굽는 시간』『가족의 기원』『혀』『복어』, 짧은소설집 『후후후의 숲』, 산문집 『조경란의 악어 이야기』『백화점-그리고 사물, 세계, 사람』『소설가의 사물』 등을 펴냈다. 문학동네작가상, 현대문학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받았다.
수상 :2000년 한무숙문학상, 1998년 오영수문학상, 1986년 이상문학상, 1981년 한국일보문학상, 1979년 한국소설문학상 최근작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 ,<옥상의 민들레꽃> ,<최일남 단편집> … 총 48종 (모두보기) 소개 :1932년 전북 전주시 다가동에서 출생했다. 전주사범학교를 거쳐 1952년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했다. 1953년 <문예>에 <쑥 이야기>, 1956년 <현대문학>에 <파양>이 추천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그 후 <현대문학>에 <진달래>(1957) 등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 갔지만, 그리 활발하지는 않았다. 특히<경향신문>에 입사한 1962년 이후로는 거의 작품 활동이 끊어지다시피 하다가, 1966년부터 간간이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고,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활발하게 작품을 발표한다. 1975년에는 ‘월탄문학상’을 수상했고, 1979년에는 ‘소설문학상’을, 1981년에는 ‘한국창작문학상’을 수상했다.
최일남은 작가이기도 하지만, 또 일생 언론인이었다. 1980년에는 정치적인 문제로 <동아일보>에서 해직되었다. 1984년 복직되기는 하지만, 해직당했던 경험은 그에게 매우 큰 상처로 남았고, 그 이후 그의 작품 세계에 영향을 끼친다. 특히 1997년에는 해직 당시의 언론계에 대한 통렬한 고백을 담은 ≪만년필과 파피루스≫라는 작품을 발표하기도 한다. 1986년에는 <흐르는 북>으로 ‘제10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으며, 1988년에는 한겨레신문 논설고문이 되었고, 그해 ‘가톨릭언론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994년에는 ‘인촌문학상’을 수상했다. 1999년 ‘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 고문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역임했고, 2001년에는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작품집으로는 ≪서울 사람들≫(1975), ≪타령≫(1977), ≪흔들리는 성≫(1977), ≪홰치는 소리≫(1981), ≪거룩한 응달≫(1982) ,≪누님의 겨울≫(1984), ≪그리고 흔들리는 배≫(1984), ≪틈입자≫(1987), ≪히틀러나 진달래≫(1991), ≪하얀 손≫(1994), ≪만년필과 파피루스≫(1997), ≪아주 느린 시간≫(2000), ≪석류≫(2004) 등이 있다. 대담집 ≪그 말 정말입니까?≫(1983), 에세이집 ≪기쁨과 우수를 찾아서≫(1985), ≪정직한 사람에게 꽃다발은 없어도≫(1993), ≪어느 날 문득 손을 바라본다≫(2006) 등이 있으며, 시사평론집 ≪왜소한 인간의 위대함, 위대한 인간의 왜소함≫(1991) 등이 있다.
2023년 5월 세상을 떠났다. 향년 91세.
수상 :2008년 김준성문학상(21세기문학상, 이수문학상), 198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최근작 :<[큰글자책] 다시, 희망에 말을 걸다 > ,<다시, 희망에 말을 걸다> ,<섬, 섬옥수> … 총 22종 (모두보기) 소개 :고리끼 문학대학을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8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실크로드의 자유인』으로 1992년 MBC 문학상을, 2008년 단편 「마디」로 김준성 문학상을 수상했다. 창작집으로 『얼음가시』, 『빙화』, 『수상한 하루』, 『섬, 섬옥수』가 있다. 옮긴 작품으로는 톨스토이의 『악마』, 『바보이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안드레이 쿠르코프의 『펭귄의 우울』(공역) 등이 있다.
수상 :2005년 동인문학상, 2002년 이상문학상 최근작 :<베로니카의 눈물> ,<이상문학상 대상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 ,<멜랑콜리 해피엔딩> … 총 45종 (모두보기) 인터뷰 :고통도 남김없이 사랑하는 작가 - 2002.02.15 소개 :1997년 《라쁠륨》으로 등단했다. 소설집 《퍼즐》 《꽃게무덤》 《폭소》 《꿈꾸는 마리오네뜨》, 장편소설 《사임당의 붉은 비단보》 《유혹》(전 5권) 《4월의 물고기》 《아름다운 지옥1,2》, 그림 소설집 《사랑하거나 미치거나》 《서른일곱에 별이 된 남자》, 산문집 《권지예의 빠리, 빠리, 빠리》 《해피홀릭》 등이 있다. 2002년 이상문학상, 2005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사람과 세상에 대한 눈썰미와 내공이 빛나는
근래 보기 드문 완성도 높은 소설 미학!
계간 『문학의문학』 창간호부터 3년 넘게 발표돼 온 ‘우리 시대 최고 대가들과 중견 작가들의 주옥같은 단편들’ 중 편집위원들과 4대 주요 서점 MD들의 추천을 거친 베스트 10편만을 엄선해 묶은 <대표 작가 작품집>이 출간되었다.
수록 작가로는 박완서, 이청준, 최일남, 윤후명, 이승우, 권지예, 이나미, 조경란, 김연수, 이명랑 등 리스트만으로도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대가에서부터 묵직한 중견 및 신진 작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즉, 국내외를 아우르며 작품성과 대중성 모두를 획득한 명실공히 ‘우리 시대 대표 작가’들의 문학성 높은 빼어난 단편들로 구성된 근래 보기 드문 작품집이 될 것이다.
특히 『문학의문학』 창간호(2007. 가을호)에 실린 이청준 소설가의 <이상한 선물>은 작고 전 마지막 발표한 유작... 사람과 세상에 대한 눈썰미와 내공이 빛나는
근래 보기 드문 완성도 높은 소설 미학!
계간 『문학의문학』 창간호부터 3년 넘게 발표돼 온 ‘우리 시대 최고 대가들과 중견 작가들의 주옥같은 단편들’ 중 편집위원들과 4대 주요 서점 MD들의 추천을 거친 베스트 10편만을 엄선해 묶은 <대표 작가 작품집>이 출간되었다.
수록 작가로는 박완서, 이청준, 최일남, 윤후명, 이승우, 권지예, 이나미, 조경란, 김연수, 이명랑 등 리스트만으로도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대가에서부터 묵직한 중견 및 신진 작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즉, 국내외를 아우르며 작품성과 대중성 모두를 획득한 명실공히 ‘우리 시대 대표 작가’들의 문학성 높은 빼어난 단편들로 구성된 근래 보기 드문 작품집이 될 것이다.
특히 『문학의문학』 창간호(2007. 가을호)에 실린 이청준 소설가의 <이상한 선물>은 작고 전 마지막 발표한 유작이 되었으며, 2011년 1월 22일 작고하신 한국문학계의 대모 박완서 선생의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2008. 가을호) 또한, 2007년 《친절한 복희씨》(작품집) 이후 고인이 남긴 단 3편(<갱년기의 기나긴 하루> <빨갱이 바이러스> <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의 유작 가운데 하나로, 주제 또한 ‘가족애와 물신주의를 풍자’한 귀한 작품으로 오랫동안 추억될 의미 깊은 단편이 될 것이다.
『문학의문학』에 발표될 때마다 최고의 절찬과 뜨거운 감동을 받았던 소설 미학의 정수, 드디어 출간!
『문학의문학』은 2007년 창간된 동화출판사(문학의문학)의 문학 계간지이다. 조정래 작가의 베스트셀러 《허수아비춤》을 연재하면서 큰 이슈가 되었고, 명실상부 한국의 대표 문학잡지로 그 입지를 공고히 하였다. 창간호부터 우리 문단의 유수한 작가들의 작품을 수록하며 문단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바 있고, 장편소설 공모 등을 통해 인재 발굴에도 앞장선 바 있다.
『문학의문학』이 창간된 지 약 3년여 만에 지금껏 발표됐던 단편소설 중에서 진수만을 엄선하여 작품집을 묶게 되었다. 작고하신 이청준, 박완서 작가의 유작을 비롯하여 각종 문학상을 수상하며 독보적인 위치를 확립한 권지예, 이승우, 조경란 작가는 물론, 최근 한국 문단의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 떠오르는 김연수 소설가, 유머와 풍자가 빛나는 웅숭깊은 명문장으로 작품성과 문학성은 물론, 문단 안팎의 모국어 장인들로부터 아낌없는 찬사를 받고 있는 최일남 선생 등, 말 그대로 원로와 중견 등 내로라하는 언어의 연금술사들이 펼치는 천의무봉한 상상력의 향연이 될 것이다.
작품 소개
모국어의 연금술사들이 펼치는 천의무봉한
상상력의 향연!
▶ 김연수 _ <깊은 밤, 기린의 말>
탁월한 감성과 깊은 통찰의 작가 김연수 신작!
자폐아 가정의 절망과 희망을 담아내며 단편소설의 한 전범을 보여 준다!
소설 속 아이들은 동물원에 갔던 기억을 회상하면서 그날이 부모가 자신들을 버리려 했던 날임을 깨닫는다. 내성적 성격의 쌍둥이 자매와 자폐아 태호를 낳은 뒤 엄마는 좌절하고 그에 대한 돌파구로 시를 쓰기 시작하지만, 아이들은 엄마의 시가 점점 난해해진다며 엄마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가족이 우연한 기회에 애견센터를 통해 강아지 한 마리를 얻게 된다. 마음이 닫혀 버린 태호가 유독 동물원에서 본 ‘기린’이라는 이름에만 반응하자, 가족들은 강아지 이름을 ‘기린’이라 짓는다.
깊은 우물 속에 빠진 듯 세상과 소통 불능인 태호가 유독 시각 장애를 앓고 있는 기린(강아지)과 의사소통을 시작하면서 이 가정에 따스한 불씨 하나가 되살아난다. 어머니는 자폐아를 키우는 어려움을 딛고 시인으로 등단하면서 자신의 중학시절부터 소망해온, 잃어버린 꿈에 한발 다가가며…… 절망 속에서 희망을 퍼올리는 법을 배운다. 아이들의 눈으로 본 가족의 균열과 화합의 메시지를 놀랍도록 섬세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는 수작이다.
▶ 박완서 _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
故 박완서 선생의 유작 단편소설!
가족애와 물신주의를 농익은 청춘의 글쓰기로 풍자한 수작!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는 노작가의 내공이 엿보이는 소설이다. 노령에도 불구 작가의 투혼이 빛나는 작품이고 그의 문학 세계가 여전히 빛나고 있음을 방증하는 작품이다. 애석하게도 이 작품집 출간 준비 중에 박완서 선생이 타계하였고, 우리는 더 이상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박완서 선생의 유작 단편소설로, 그 가치가 더욱 소중하다 하겠다.
▶ 고부간의 게임론 _ 김윤식(문학평론가·서울대 명예교수) - <문학사상>(2008. 11월)
박완서 씨의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 제목에 주목할 것. 서두에 이렇게 적혔군요.
오늘 온종일 내가 무슨 일에 붙잡혀 있어야 하는지 최소한 남편은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출근하려는 남편에게 슬쩍 운을 뗀다는 게, 여보 나 왜 이렇게 울화가 치밀고 얼굴이 화끈거리지, 했더니 그가 한다는 소리가 갱년긴가 보군. 그래 갱년기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화상이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지가 여자에 대해 뭘 안다고. 의학적인 답변으로는 나 지금 갱년기가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팔십 노인들이 모여 앉아 갱년기 타령을 하는 것을 참아내야 할 걱정으로 아침부터 우울증에 빠져 있는 아내에게 그건 할 소리가 아니지.
네 가지 정보가 담겨 있지요. (A) ‘나’가 생리적 갱년기에 든 여자라는 것. (B) 출근하는 제법 근사한 남편이 있다는 것. (C) 생리적 갱년기와는 다른 정신적 갱년기도 있다는 것. (D) 오늘은 그 ‘정신적 갱년기’ 패거리의 시중을 들게 되어 있다는 것. 생리적 갱년기만 해도 지루하고 따분한데, 정신적 갱년기까지 넘보아야 한다면 그 얼마나 따분하고 지루하랴. 기나긴 하루일 수밖에. 그러나 참으로 기묘하고 다행하게도 이 작품은 지루하지도 따분하지도 않습니다. 너무도 요란하고 신바람조차 날 정도. 대가급 박씨의 솜씨. 노련함이나 세련성과는 담 쌓은 청춘의 글쓰기인 까닭. 박씨 표현으로 하면 ‘속에서 열불이 나’는 글쓰기인 까닭. 그런데 속에서 열불이 나는 글쓰기의 특징은 무엇인가. 이렇게 물을 때 박씨의 창작 방법론에 닿게 됩니다. 속에서 열불이 날 때 이를 내면화할 수도 있고 혼자 끙끙 앓아 병들 수도 있고, 세상과 등질 수도 있지만, 그 열불과 맞서 싸우는 쪽에 박씨의 글쓰기가 서 있습니다. 이에는 이, 주먹에는 주먹식의 글쓰기라고나 할까. 어떤 시각에서 보면 수다스러울 수밖에. 그러나 여기에는 박씨 특유의 고도의 전략이 스며 있어 놀랍습니다. 겉으로는 영락없는 청춘의 글쓰기인데 내면에는 고도의 지적 전략 전술이 감추어 있는 글쓰기. 이를 게임론으로 보면 선명해집니다.
어떤 게임도 규칙이 있기 마련. 이 규칙을 침범하지 않는 한도에서 결사적일 것. 이번 작품을 게임론으로 읽으면 어떠할까. 적어도 이 작품에는 두 가지 게임이 벌어져 있지요. (A) ‘나’와 시어머니 간의 게임이 그 하나. 지성과 감성 그리고 권위까지 갖춘 이 굉장한 구미호 같은 시어미와 맞서 게임을 벌이고 있는 ‘나’는 또 얼마나 굉장한가. 시어미의 전략 전술이 오묘하면 오묘할수록 이에 맞서는 ‘나’ 또한 얼마나 굉장한가. 그러니까 피장파장. 무승부일 수밖에. 이 게임을 지켜보는 우리 관객은 또 얼마나 즐거운가. 고도의 두뇌 싸움 구경이니까. 더구나 그 두뇌 싸움의 전략 전술이 우리의 일상적 삶 속에서 까맣게 잃어가는 고상한 인간적 법도(세련성)이고 보면 교훈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으니까.
다른 게임의 하나인 (B)는 어떠할까. 이번엔 ‘나’와 며느리 세미와의 게임. 그런데 이 게임은 ‘사이비 게임’일 수밖에. 어째서? 세미는 ‘나’의 아들과 이혼했으니까. 관객인 우리에겐 재미가 있을 이치가 없지요. 기껏해야 젊은 세대 풍속도이거나 세상 고발 또는 한탄에 지나지 않는 것. 게임의 재미란 진짜 시어미와 진짜 며느리 사이에만 가능한 법. 그게 게임의 규칙이니까. 이혼한 며느리란 이 규칙에 위반되는 것. 진짜 게임일 수 없는 것.
비평적 포인트. 고부간의 게임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나’가 이혼한 전 며느리 세미와의 게임에서 여지없이 참패하여 기진맥진한 장면을 남편은 이렇게 묘사했군요. ‘누가 업어 가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코 골며, 아, 아, 간간이 신음했다’라고. 그러나 남편이 ‘나의 꿈속’을 들여다보지 못했다고 단언함으로써 이 요란한 소설이 끝납니다. 대체 ‘나의 꿈속’은 어떠했을까. 관객인 우리는 이렇게 추측해 볼 수 없을까. 하나는 지옥 풍경. 다른 하나는 보살도. 유황불에 시어미도 세미도 처넣기 또는 연꽃 위에 시어미도 세미도 함께 올려놓기. 중요한 것은 이 중간쯤이 아니라는 것.
▶ 이청준 _ <이상한 선물>
故 이청준 작가의 마지막 선물! 가장 완벽한 소설 쓰기의 결정체!
<소문의 벽> 《당신들의 천국》등 우리 문단의 거목으로 작품 활동을 펼쳐온 이청준 작가가 남긴 마지막 단편소설이다. 2008년 이청준 작가는 지병으로 별세하였다. 이청준 문학 연구자들과 독자들에게 커다란 의미를 가지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동네가 사연을 만들고 그 사연을 잇기 위해 살았던 일화를 들으며 입은 웃지만 눈은 시리다. 그건 한 마을을 지키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다. 이청준 작가가 독자들에게 영면에 들기 전에 선물한 <이상한 선물>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우리 모두의 노력-한 마을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알고 있지만 모른 척하는 이야기들은 공동체가 주는 진짜 소설이다.
▶ 신화의 수준으로까지 깊어진 6·25의 민담화 _ 김윤식(문학평론가·서울대 명예교수)
이청준 씨의 소설엔 유독 서두가 중요하오. 그야말로 뜸 들이는 방식을 취하는 만큼, 양파로 치면 맨 껍데기 층에 해당되는 것. 이로부터 겹겹으로 싼 글쓰기에는 양파와는 달리 알맹이가 있기 마련. 있되 아주 황금 조각으로 있기 마련. 이번 작품의 그 황금 조각은 어떤 것일까. 세 가지 점이 지적되오.
(1) 씨자형(氏子形) 얘기라는 것. 〈황기태 씨〉를 내세웠다는 것. 책임을 작가가 지지 않고 황기태에게 맡기는 수법. (2) 보림사를 들러 옛 고향 찾아가기. (3) 날궂이 하는 위인을 내세웠다는 것. 문제는 ‘날궂이 하는 인물’에로 좁혀졌소. 이상하달까, 부정적인 인물을 두고 날궂이 하는 위인이라 부른다면 황기태 씨는 어느 편일까. 예순을 넘어 대단치도 않은 지방 공직에서 물러나 절간 사진이나 찍으러 다니는 황기태 씨는 날궂이 하는 인물이기는커녕 극히 범속한 인물인데도 민담의 주인공처럼 날궂이 하는 인물로 분류되며, 더구나 긍정적으로 평가된 곡절은 무엇일까. 바로 참주제가 깃든 황금 부분.
독학으로 보통고시 합격. 중하위 공무원으로 시작, 도청 사무관까지 승진한 황기태 씨를 그의 고향에서는 최고의 출세 인물로 친다는 것. 그런데, 마을이 황기태 씨에게 마을이 지켜온 최고의 선물을 주었다면 어떠할까. 그 선물이란 고향의 최고 값진 것. 서당에서 사용하던 벼루였다는 것. 아이들 공부용의 원점, 공부 곧 출세니까. 황씨가 최고의 출세자이니까. 그런데 정작 그 벼루란 6· 25에 행방불명되었다는 것. 바로 이 대목이 작가의 노회한 솜씨가 깃들인 곳. 정작 마을이 황씨에게 준 것은 숫돌이었던 것. 벼루의 실물이 마음에 없는 만큼 그것이 바깥에 있다고 해야 온전한 법. 숫돌이지만 그것을 벼루로 알고 간수할 수 있는 인물이 바로 범생이 황기태 씨라는 것. 숫돌=벼루란 깨침의 경지에서는 불교식으로 하면 불이법문(不二法門)이라는 것.
비평적 포인트. 이 작품엔 6· 25가 언급되지만 별다른 구체성을 갖지 않습니다. 〈지하실〉(2005)에서 압도적으로 제시했으니까. 벌써 작가 이씨에 있어 6·25란 민화나 신화 수준으로 깊어지고 있었다는 것. 장편 《신화를 삼킨 섬》(2003) 이후의 일이지요.
▶ 이나미 _ <마디>
제15회 김준성문학상 수상작!
실연과 상처를 딛고 새롭게 마디를 새기는 아름다운 ‘홀로서기’!
이나미 작가는 이 작품 <마디>로 제15회 김준성문학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소설쓰기의 진수에 대해, 소설이란 무엇인가를 진검 승부해 간 작품으로, 이야기꾼으로서의 존재 증명에 성공한 수작이다. 강사 탈락과 실연이라는 상처를 딛고 삭발을 감행하며, 다기진 새출발을 옹골지게 다짐하는 주인공을 통해, 중견 작가의 내면 풍경을 오롯이 엿볼 수 있는 성찰적 주제가 눈부시다.
▶ 더 이상 버리지 않을 ‘나’ _ 서경석(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이나미 작가의 <마디>는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던 것들로부터 벗어나려는 40대 여성의 이야기이다. 익숙한 주제로 느껴질지 모르겠다. ‘나란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올바르게 사는 것일까’라는 고전적 주제에 해당하며, 강요된 삶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90년대 소설들의 자유로운 여성 주인공이 상상되기 때문이다. 독서 과정 속에서 우리는 이런 예견들이 대체로 정확함을 확인하며 그 ‘익숙한’ 주제에 공감한다.
그 대강의 내용은 이러하다. 주인공 ‘나’는 그간의 삶의 여러 곡절들이 만들어낸 현재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그 상황을 극복하는 어떤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침내 자신을 구속하는 현실적인 굴레들을 벗겨내고 새로운 삶으로 내쳐가기 위해 ‘삭발’을 감행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 40대 여인을 삭발로 내몬 삶의 곡절이란 실연과 실직이다. 무뎌져 왔던 사랑의 감정을 촉발시켰던 한 남성은 ‘나’의 절친한 동료와 관계하며 ‘나’를 배신한다. 늦게 얻은 인연이라 일주일간 밥 한 술 뜨지 못할 만큼 그 실연은 충격적이었다. 그 즈음 강사로 다니던 음악 대학에서 실직한다. 2년 단위로 계약하던 강사 자리를 다섯 번이나 재계약했으면 특혜에 해당한다는 전임교수의 발언과 지도교수의 무관심은 모멸감을 불러일으킨다. ‘너무 구차하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치밀어 올랐다. 숨이 막힐 지경에 다다르자 ‘나’는 ‘삭발’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먼저 충격 받을지 모를 노모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준비 작업으로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 가꾸고 사진관에 가서 기념사진을 찍어두려 한다. 이어, 목욕을 하고 낯선 미용실에서 삭발한다. 삭발이란 세속적 욕망을 끊고 청정수행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는 불가의 생각을 떠올린다. 삭발은 의외로 수월했고 숨구멍이 트임을 느낀다. 이미 학교를 떠나 음악학원을 차린 선배에게 실직 위로 전화를 받고는 함께 꽃구경 가기로 약속한다. 꽃구경은 그간 바쁘게 앞만 보고 뛰어온 ‘나’의 삶에 대한 위로이자 반성이다. 나무도 전지 작업이 필요하듯 인간도 가지를 쳐내는 아픔을 이겨내야 제대로 성장하지 않겠는가. 불혹의 40대로 접어들며 ‘내’가 내린 삶의 깨달음이다. 이렇게 읽다 보면 이 작품의 주제는 분명하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40대 여성의 성찰적인 깨달음인 것이다.
▶ 권지예 _ <퍼즐>
작가의 지적 순수성과 문학적 감수성이 돋보이는 빼어난 감각!
<뱀장어 스튜>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우리 문단에 이름을 공고히 한 권지예의 작가의 단편소설이다. 모성이라는 숙명적 문제와 그것이 거세됐을 때의 갈등 구조를 섬세한 필치로 치밀하게 묘사해 낸 문학적 성취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전처의 딸을 키우며 살아가는 한 여인이 거듭되는 낙태와 유산을 반복하면서 절망에 빠지는 모성 양상을 고도의 조탁된 언어로 풀어냈다. 작가는 이 풀리지 않는 갈등을 ‘퍼즐’이라고 명하며, 마지막 인생의 퍼즐 조각을 찾아내고자 한다.
▶ ‘들키지 않고 완전히 소멸되고 싶었던 여인’의 얘기
_ 김윤식(문학평론가·서울대 명예교수)
권지예 씨의 〈퍼즐〉. 결혼 18년 만에 남편도 딸도 몰래, 또 시어머니도 몰래 감쪽같이 그러니까 ‘들키지 않고 완전히 소멸되고 싶었던 여인’의 얘기. 무슨 사연이 있었기에 세상에서 완전히 소멸되고 싶었을까.
시어머니는 임신 10주 전후에 태아의 성별을 가장 빨리 알 수 있는 융모막 검사를 강권했다. 태아 성별 감별만을 위한 검사는 명백한 불법이었지만, 전처소생 딸은 하나 있으니 아들만 하나 얻으려는 속전속결하는 게 현명하다는 게 시어머니의 지론이었다. (……) 융모막 검사 결과, 두 번은 딸이었다. 결과를 통보받고 나면, 선택은 하나였다. 기껏 11주밖에 안 된 딸을 인공 중절시키는 데 대해 남편과 시어머니는 태연했다. 시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산부인과에서 간단히 처치했다. 악몽을 꾸었다고 생각했다.
5대 독자 집안에 시집 온 여인이 있다. 그 집안에는 전처소생 딸이 있다. 그러니까 아들을 낳아야 하는 강박관념에 시달릴 수밖에. 씨받이 신세인 셈. 지극히 한국적 통속성이 아닐 것인가. 더욱 가관인 것은 아들만을 낳기 위해 시어머니와 남편의 강요로 태아 융모막 검사까지 해서 두 번씩이나 낙태했고 세 번째 역시 그러했다. 아들로 판명된 세 번째 경우도 바로 그 태아 감별 검사로 말미암아 실패한 것. 이 현대판 씨받이 여인이 마침내 폐경기를 맞았다면 어떻게 될까. ‘들키지 않고 세상에서 완전히 소멸되고 싶음’의 곡절이 여기에서 왔다.
(A) 한때 퍼즐에 빠진 적이 있었다. 내 또래의 여자들은 그 나이가 되면 종교나 불륜에 빠진다고 한다. 종교를 통해서 구원을 받고, 불륜을 통해서 오르가슴을 얻는다면 퍼즐 또한 만만치 않은 카타르시스를 준다고 나는 믿는다. 참다가 누는 오줌이 더 시원하듯이, 100피스 퍼즐부터 시작해서 1000피스 퍼즐까지, 조금씩 난이도를 높이면 만족감은 더해갔다. 화룡점정. 마지막 순간에 유일무이한 단 하나의 조각을 그 자리에 꿰어 맞출 때의 그 성취감이란!
그 지적 분위기가 여지없이 작품 전체에 울려 퍼지고 있는 형국. 퍼즐이란 무엇인가. 완벽함의 대명사인 것. 하나라도 빠지면 무의미한 것. 지적 조각, 두뇌의 문제인 셈. 인생엔 ‘완벽함’이 없기에 더욱 부각되는 것.
▶ 이승우 _ <한 구레네 사람의 수기>
인종과 차별의 벽을 뛰어넘는 인간 구원 문제를
이보다 더 섬세하고 감동적으로 그려낼 수 있을까!
구레네 사람 시몬이 주인공이다. 시몬은 장사꾼이고 돈이 되면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살고 있다. 큰아들 이름은 알렉산더, 작은 아들 이름은 루포다. 원래 장사꾼에게 대목인 시기지만 아들과 예루살렘에 올라가기로 약속을 했다. 시몬은 알렉산더와 함께 유월절 행사를 하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왔다. 이곳에서 시몬은 나사렛에서 온 사나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자신이 사람의 아들이라고 하는 자에 대한 소문을 듣고 직접 보러 성전으로 간다. 그 성전에서 상인들을 향해 쓴 소리를 하는 그 자와 눈이 마주친 시몬은 묘한 기운에 휩싸인다. 갈릴리에서 어부들을 불러 제자를 삼은 그 자의 나와 함께 십자가를 지고 따르는 자는 영원한 생명을 받을 것이라는 말이 시몬의 잠자리를 뒤숭숭하게 한다. “나와 함께 십자가를 지고…….” 그리고 그가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를 하다가 병사에게 잡혀갔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를 만나러 간 시몬은 그곳에서 다시 그와 마주친다. 그가 말한 ‘나와 함께 십자가를 지고’라는 의미는 무엇인가. 그의 제자란 자도 그를 부정했는데.
예수의 십자가를 대신 짊어진 사람, 시몬의 시선으로 본 유월절 예수의 행적이 담겨 있는 단편소설이다. ‘깜둥이 놈’이라는 차별받는 장사치에 불과한 그가 예수가 던진 말을 곰곰이 생각하고 깨닫게 되는 행보가 아주 쉽게 담겨 있는데, 그 속에서 우리는 잘 알려지지 않은 성경의 인물을 자세히 만나게 된다.
▶ 윤후명 _ <소금창고>
존재의 근원을 찾아가는, 기시감으로 충만한 환상적 소설!
작가에게 있어 <소금창고>는 아름다운 환상이면서 문학의 모태이기도 하다. 작가는 ‘소금 창고’를 찾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존재의 근원을 찾는 행위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은 일상적 삶이 아닌 근원적 삶의 의미를 찾는 행위라고 말할 수 있다.
윤후명, 그는 산업화 시대를 맞아 아직도 ‘외로움과 그리움을 찾아 황폐한 터전을 헤매는 낭만적 예술가’의 한 사람이다
_ 유재엽(문학평론가)
▶ 소금창고에서 같이 살자고 했던 그 여자, 그 여자는 어디에도 없다!
주인공 ‘나’는 협궤열차가 지나는 몇 도시의 사람들의 단체의 행사에 참석해 달라는 초청을 받는다. ‘나’는 지난 한 시절이 실려 있는 열차를 타고 흔적을 더듬어볼 수 있는 기회를 망설이지 않고 수락한다. 인천의 동막에서 시작한 여행은 도시화로 인해 많이 변한 지역의 현재를 보게 하지만 추억을 되새기게 한다. 나문재가 우거졌던 동막, 조개껍데기와 염전이 있던 오이도는 그 옛 모습을 잃었다. 그러나 시화호 호수 가운데 무인도가 아직 남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희망을 느낀다. 그제야 자신이 카메라에 저장해온 소금창고 그림을 들여다보는데 한 여자가 귀찮게 따라붙는다. ‘나’는 소중한 사람과 동죽조개 칼국수를 처음 먹었던 기억을 되살린다. 도통 그 소중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소래에 도착해서 옛 소금창고를 찾아가서 나는 옛 추억의 사람들 속에 묻혀 있는 한 여자를 떠올린다. 행사가 끝나서야 귀찮게 따라붙던 여자를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 조경란 _ <파종>
소설적 상징을 부리는 데 능란한 조경란 작가의 산뜻한 가족 소설!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등 우리 문단의 굵직한 문학상들을 섭렵하면서 우리 소설계를 대표하는 여류 작가로 우뚝 선 조경란 작가의 단편 <파종>.
사유의 깊이와 인생의 비의를 담아내는 직조 기술이 날로 무르익어가는 조경란 작가의 <파종>은 무심히 송곳니를 작살처럼 상대의 몸속을 후벼 파듯 쿡쿡 찔러대는 우리 시대 가족들의 자화상을 상처와 연민 가득한 시선으로 보듬는다. 그를 통해 더 한층 성숙해지는 내적 자아와 가족 공동체의 새로운 파종을 지켜보게 한다.
▶ 이명랑 _ <제삿날>
비인간적이며 몰가치적으로 변해가는 세태를
신랄하게 꼬집는 능숙한 이야기꾼!
《삼오식당》등으로 발랄하고도 재치 있는 글쓰기를 선보인 이명랑 작가의 신작 단편소설이다. 망자들의 영혼에 얽힌 우리네 가족들의 인생 이야기를 액자식 이중 구조로 절묘하게 짜맞춰간 실험적 소설이다.
▶ 다른 세대와의 불화, 또는 이기적 세태의 극한
_ 김종회(문학평론가·경희대 교수)
이명랑 작가의 <제삿날>은 경제적 이익을 미시적으로 따지며 책임을 벗어나려는 소시민적 비열을 그 시발점으로 한다. 이 소설은 두 가족과 그 가족 내부의 인적 구성원들이, 각기 어머니의 병원비 및 간병인비를 두고 서로 책임을 회피하는 비열한 사태를 매우 시니컬하게 그리고 있다. 작은 단락별로 스토리텔러를 달리하면서 그 발화자의 의중을 직선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을 통해, 상황의 전체적인 모습을 마치 퍼즐 조각 맞추듯 점진적으로 완성해 간다.
그 이야기의 한가운데 있는 어머니와 할머니, 두 과부는 소설의 마지막에 이르러 기막힌 운명의 모습을 함께 공유한 사연 깊은 인물들임이 밝혀진다. 과거 신산한 시절을 함께 보내며 남남이면서도 한집에서 가족처럼 살아온 이들은, 서로 공통된 비극적 가족사의 주인공들이다. 그러한 사건의 일치와 심정의 연대가 이들을 강력한 정동적 유대로 결속해 왔으나, 그것은 그 당사자들의 문제일 뿐 자식들에게는 그다지 상관없는 일이 된다. 자식들은 아무도 모르고 있지만, 실상에 있어서 이들은 모두 두 과부의 친자식들이 아니다.
서로 다른 세대와의 가치관 차이나 그것을 부양하는 사회적 환경, 사소한 이익에 모든 것을 거는 이기적 세태나 그것을 북돋우는 숨겨진 진실 등은, 매한가지로 오늘날 우리 삶의 배경이 얼마나 비인간적이며 몰가치적인가를 보여 주는 소설적 바로미터들이다.
▶ 최일남 _ <국화 밑에서>
고수의 예봉이 돋보이는 단편 미학의 정수!
최일남 선생의 혜안이 빛나는‘메멘토 모리’에 대한 웅숭깊은 통찰!
▶ 연륜과 내공 _ 권성우(문학평론가·숙명여대 교수)
최일남 작가의 <국화 밑에서>는 근래에 내가 읽을 수 있었던 가장 완성도 높은 소설이다. 올해로 여든에 가까운 이 노작가의 역작을 통해 나는 문학에서 연륜과 세월,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다져온 사람과 세상에 대한 눈썰미와 내공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 소설은 주인공이 하루에 두 군데 장례식장을 방문하여, 상주와 대화를 나누거나 과거를 추억하는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대화와 과거에 대한 추억은 주로 장례, 죽음, 시체, 염, 화장한 후의 뼛가루 등의 장례 풍속에 관한 것이다. 가령 다음 대목을 보자.
그렇지. 지지난번에도 유가족들 사이에 끼어 심장병으로 죽은 친구의 입관식을 지켜보았는데 칠십 노인의 사안(死顔)이 어쩌면 그렇게 뽀얗지? 화장 빨 덕이 크겠지만 생시 때 저리 가라였다구. 숨을 죽이고 남편과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던 미망인과 아들딸의 눈이 환해지더만. 흐느낌을 멈추고 입을 감쌌던 손바닥을 조용히 풀며 지극히 편안한 사안에 마음을 놓은 기색이 역력했다네.
위의 대목에서 볼 수 있듯, 죽음과 시체, 화장(火葬)을 둘러싼 풍속이나 다양한 지식의 향연은 이 소설을 읽는 즐거움의 커다란 부분이다. 가령 레닌의 아내 크룹스카야가 레닌 시신의 영구 전시를 반대한 사실을 로버트 서비스의 《레닌 전기》에 기대 말하는 대목이라든가, 화장한 뼛가루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장폴 뒤부아의 장편소설 《이성적인 화해》를 예로 들어 언급하는 대목이나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에 등장하는 죽음과 장례의 모습을 소개하는 대목들에서는 폭넓은 독서에서 배어든 인문적 향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종합병원 영안실이 장례식장으로 대중적으로 사용되기 이전의 장례 풍속과 같은 반 친구인 봉수네 가족을 둘러싼 유년의 풍속을 묘사한 대목도 죽음과 연관된 세목을 얘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겹기까지 하다.
<국화 밑에서>를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최일남의 절묘하고 웅숭깊은 언어 감각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칙살스럽다’ ‘듬성드뭇’ ‘께복젱이’ ‘눈밑 살주머니’ ‘헤실바실’ ‘고릿적 얘기’ 등의 순우리말과 토착어가 <국화 밑에서>에서 절묘하게 사용되고 있다. 소설가를 우리말의 넓이와 깊이, 아름다움을 위해 자발적으로 헌신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면, 최일남은 그 영예로운 대열의 앞자리에 기꺼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고색창연한 토착어를 자주 사용한다고 해서 작가 최일남의 현실 감각이 고루한 세계에 머물러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이 소설은 이즈음의 문화적 추세나 사회 변화에 대해서도 대단히 적극적이고 민감하게 수용하고 있다. 가령 일본 영화 〈오꾸리비리도〉가 언급되는 장면이나, 손상된 주검을 복원하는 특수 처리 기능을 담당하는 엠바머(embalmer)가 대화 소재로 등장하는 대목은 작가가 지금 이 시대의 장례 풍속이나 현대 문화에 대해 만만치 않은 정보를 지니고 있음을 인상적으로 보여 준다.
수록작품 발표지면
깊은 밤, 기린의 말 _ 《문학의문학》 2010년 가을호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 _ 《문학의문학》 2008년 가을호
이상한 선물 _ 《문학의문학》 2007년 가을호
마디 _ 《문학의문학》 2007년 가을호
퍼즐 _ 《문학의문학》 2007년 겨울호
한 구레네 사람의 수기 _ 《문학의문학》 2008년 봄호
소금창고 _ 《문학의문학》 2007년 가을호
파종 _ 《문학의문학》 2009년 여름호
제삿날 _ 《문학의문학》 2009년 가을호
국화 밑에서 _ 《문학의문학》 2010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