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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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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의 신작 <인간 연습>이 출간됐다. 신작 소설로는 <한강> 이후 4년 만이고, 장편소설로는 1983년에 출간된 연작장편 <불놀이> 이후 무려 23년 만이다. 계간 「실천문학」 2006년 봄.여름호에 걸쳐 2회 분재되었던 것을 단행본으로 엮었다.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 앞선 대하소설들이 민족의 역사를 객관적 시각으로 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인간 연습>은 분단시대의 고통을 온몸으로 감당해온 한 개인의 시각을 통해, 사회주의 몰락 이후의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작가는 '내 문학에서 분단문제를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번 소설을 지었다'고 말한다. 이 소설로써 분단 이야기를 끝낸다는 점에서, 장장 20년 세월을 바쳐 우리 민족의 근현대사와 씨름하면서 일궈낸 대하소설 3부작의 끝머리에 놓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주인공은 남파 간첩으로 내려왔다가 체포되어 30년간의 감옥살이 끝에 강제 전향을 당하고 출소한 장기수 출신의 노인 '윤혁'이다. 소설은 윤혁과 '이념적 쌍생아'이자 그 역시 강제로 전향해야 했던 장기수 박동건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 세 편의 대하소설을 통해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 몸담았던 작가는, <인간 연습>을 통해 이제 역사의 지평 위에서 새로운 인간의 조건을 탐색하는 문학세계로 한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 작품은 과거의 이념에 대한 치열한 비판적 성찰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통일이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시작되어야 하는지도 웅숭깊게 암시하고 있다. 우리 민족의 통일은 현재의 남과 북을 그대로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분단으로 왜곡된 제도와 이념과 의식을 반성하고 새로운 인간적 심성의 토대 위에서 연습을 하듯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과정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길은 더디지만, 인간을 희생하지 않고 역사적 퇴행이 없이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 황광수 (문학평론가) :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인간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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