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와타야 리사가 17세 때 쓴 소설. 일본 순수문학잡지 「문예」에서 주관하는 제38회 '문예상' 수상작이다. '등교 거부 여고생의 섹스채팅 아르바이트'를 소재로 한 이 소설은 여고생의 깜찍한 일탈기라 할 수 있다.
주인공 도모코는 평범한 고등학교 3학년 입시준비생이다. 소녀가 만나는 사람들도 하나같이 평범한 사람들 뿐. 도모코는 어느 날 갑자기 산다는 것이 무상하게 느껴져 무단 결석을 결심한다. 그 후 아파트 쓰레기장에서 만난 초등학교 5학년 카즈요시와 컴퓨터 섹스 채팅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아침이면 교복과 도시락을 들고 카즈요시 집 벽장으로 숨어드는 도모코. 과연 그녀는 삶의 무료함에서 벗어나 생의 새로운 의미를 되찾게 될까?
소설의 제목 '인스톨'은 프로그램을 인스톨 하듯 도모코의 삶 또한 인스톨해야 함을 상징한다. 특별한 모험도 없는 남의 집 벽장에서 도모코는 음란채팅을 하며 작은 스릴을 맛본다. 일상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공간을 갖는다는 건, 10대들에겐 분명 매력적인 일.
그러나 와타야 리사는 단순히 이 하나만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카즈요시의 벽장은 현대 젊은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한다. 자기만의 골방에 갇혀 인터넷을 통해 가상세계와 만나고 소통하는 도모코를 내세워 사이버 세대가 봉착한 모순을 꼬집은 것.
심사위원들은 자기 또래에 맞는 고민을 시대적 감수성에 맞게 풀어낸 점을 높게 평가했다. 컴퓨터란 소재로 사이버 세대의 자가당착과 10대의 깜찍한 반란을 잘 그려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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