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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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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해가 지는 곳으로>를 통해 순도 높은 사랑을 선보이며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작가 최진영 소설집. <팽이> 이후 6년 만에 묶는 그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6년의 시간을 통과하며 최진영은 그가 언젠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처럼("이제 막, 1초가 지났어.") 신중하게 눈을 한 번 깜빡인 것 같다.
폭력과 고통의 세계를 거침없이 펼쳐 보였던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자세와 눈빛으로 우리의 아홉 살을, 열두 살을, 그리고 현재를 바라본다. 세계의 불행과 가혹함보다 그 시간을 통과해야만 하는 이들의 말 한마디와 걸음걸이, 쪼개어 자는 잠을 관찰한다. 사랑하면서 미워하고, 착하면서 나쁜 마음의 모양들을 소중히 보관한다. 소설집 <겨울방학>을 읽는 일은 바닥에 주저앉아 모래와 먼지를 헤치고 보물을 찾는 일과 닮았다. 날이 어두워지고 손이 더러워지더라도, 뒤섞이고 탁한 바닥에서도 우리는 결국 작게 빛나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돌담 7
: 「겨울 방학」의 고모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가 아홉 살 조카에게 자신의 집을 내어 주는 방식을 보며 어떤 과시도 없이 내 삶을 소개하는 법을 배운다. 초라하고도 찬란한 고모처럼 말할 수 있다면, ‘네가 내게 배운 것이 가난만은 아니라면 좋겠다’고 소망하는 고모의 얼굴을 닮아 갈 수 있다면 좋겠다. 또다시 겨울방학의 계절이 다가온다. 어리고 나이 든 겨울 방학이다. : 첫 장편소설로 처연한 비관의 세계를 열어 보였고, 근작 『해가 지는 곳으로』를 통해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지옥이 된 세계에서 절망적이면서도 절대적인 사랑을 찾아갔던 최진영은 두 번째 소설집 『겨울방학』에서는 자신과 독자를 위해 의자 하나를 만들어서 보여 주려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등받이와 팔걸이가 부드러워 몸을 알맞게 감싸는”(「의자」) 의자, 누군가에는 희망이 그런 의자 모양이지 않을까.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국일보 2019년 10월 31일자 '새책' - 동아일보 2019년 11월 2일자 '책의 향기' - 조선일보 2019년 11월 9일자 - 국민일보 2019년 11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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