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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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쏜살 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선집. 노벨 문학상 수상자 가와바타 야스나리를 필두로, 미시마 유키오, 가라타니 고진 등 일본 문학의 주요 인사들이 앞다투어 상찬한 작가이자 단 한 사람의 작품 세계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다양한 문체와 주제, 형식을 넘나들며 현대 문학의 지평을 확장한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문학을, 데뷔작에서부터 말년의 대표작, 엄선해 엮은 에세이에 이르기까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준비한, 전체 열 권 규모의 '작가 선집'이다.
선집 여덟 번째 권은 <열쇠>다. <겐지 이야기>를 현대 일본어로 옮기며 간사이 시대(일본 고전 문학으로의 회귀)를 총결산한 다니자키는 2차 세계대전을 경유해, 마침내 자신의 말기 문학을 펼쳐 보이기 시작한다. <열쇠>는 거장조차도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시기에 돌연 이제껏 고수해 온 형식과 주제, 문체까지 전부 타파하며 다시금 문단의 정중앙을 조준한 야심작(가라타니 고진,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이 작품으로 화려하고도 완벽하게 부활했다.”)이자 일반 독자부터 비평가, 심지어 정계에 이르기까지 ‘외설 문제’로 씨름하게 한 문제작이다. 프랑스 심리 소설의 걸작이자 서간체 문학의 정수,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를 방불하게 하는 일기체 형식의 독특한 작품으로, 권태기에 이른 중년 부부가 비밀스럽게 서로 일기를 남기며 상대의 정신과 육체를 쥐락펴락하는 대단히 아슬아슬하고도 교묘한 소설이다. 한편 남편과 아내의 일기를 교차시키며, 마치 실제로 두 사람이 글을 쓴 것처럼 완전히 다른 문체를 구사하는 다니자키의 문재(文才)는, 그야말로 감탄스러울 따름이다.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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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2018년 8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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