쏜살 문고 시리즈. 피츠제럴드의 단편 소설 다섯 편을 엮었다. 파란만장한 작가의 일생을 보여 주는 동시에 ‘재즈 시대의 메아리(호황과 대공황의 풍경)’를 고스란히 들려주는 작품들이다. 마치 자신이 살아 냈던 시대의 정신을 완벽히 체현해 내려는 것처럼 글을 썼던 피츠제럴드… 그래서인지 이곳에 소개하는 그의 작품들 속에는 작가의 앞날을 예고하는, 어떤 의미에서는 찬란했던 과거를 회고하는 듯한 인상이 가득하다.
더불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살 수밖에 없고, 또 필멸하는 인간 존재에 대한 멜랑콜리, 그러한 상실감이 가져다주는 짙은 쓸쓸함이 담겨 있기도 하다. 특히나 거의 ‘피츠제럴드의 자서전’이라 부를 수 있는 「‘분별 있는 일’」, 「해외여행」, 「다시 찾아온 바빌론」을 순서대로 쫓아가다 보면 작가 자신과 젤다 그리고 그들의 딸 스코티의 모습까지 어렴풋이 찾아볼 수 있다.
결국 물질문명이 안겨 준 풍요에, 그런 찬란함 때문에 미처 보지 못했던 덧없음에 끝내 잡아먹히고 만 한 가족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것이다. <위대한 개츠비>에선 영웅적으로 그려진 재즈 시대의 사랑과 비극이, 이들 단편 소설에서는 취기가 가시고 난 다음에 찾아오는 현실 감각처럼 통렬하게 드러난다.
이어서 「기나긴 외출」은 매우 짧은 소설이지만 피츠제럴드의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된 서정적인 소품이다. 그리고 이 책의 표제작 「리츠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는 피츠제럴드의 뛰어난 상상력과 재치 있는 스토리텔링이 한데 섞인 놀라운 작품이다.
판타지 소설에서처럼 리츠칼튼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가 실제 등장하고, 지구상에 존재하리라고 상상할 수 없는 기묘한 세계가 유머러스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하게 그려진다. 달달한 로맨스와 물질문명의 허무함을 함께 그리며, 우리에게 정녕 중요한 게 무엇인지 스스로 되묻게 하는 피츠제럴드의 재능은 달리 형언할 수만큼 뛰어나다.
추천의 말: 아름다운 상실의 시대(소설가 임경선)
리츠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
‘분별 있는 일’
기나긴 외출
해외여행
다시 찾아온 바빌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