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진 (『82년생 김지영』 편집자 · 문학평론가) : 나와 나의 괴뢰를 구분하기 위해 체를 흔드는 손이 있다. 체가 걸러내는 ‘나’는 누구이고 걸러내지 못하는 ‘나’는 누구인가. 체를 통과하는 ‘나’는 누구이고 남아 있는 ‘나’는 누구인가. 나를 인내하며 내가 되어 가는 역설적이고 기만적인 ‘자아’의 환상이 흔들리는 체 안에서 미분을 거듭하는 사이, 체 바깥에서는 “나는 나를 보지 못하고 타인은 나를 보지 않는” 이중의 소외가 발생하는 중이다. 체를 흔드는 손은 궁극의 ‘나’, 또는 최후의 ‘나’를 만날 수 있을까. 김성대는 이번 시집을 통해 나의 이편과 저편을 구분하는가 하면 서로의 암전이 되어 그 구분을 지운다. 얼굴에 자정이 번지는 시간이라든가, 세수를 하면서 얼굴을 비는 순간이라든가, 매일의 시간 속에서 무구한 ‘자아의 역사’는 다시 또다시 허물어지며 적분된다. 미분과 적분이 교차하며 간신히 존재로운 상태에 이른 나, 그리고 우리. 이 유동하는주체는 다름 아닌 “사람의 슬픔”이다.
장은영 : 김성대의 세 번째 시집은 언어를 통해 드러나지 않는 세계의 얼굴과 그것에 귀속된 시적 주체 ‘나’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시인은 죽음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현실에 속하는 이마고처럼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얼굴이자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 얼굴인 ‘그것’을 포착하고, ‘그것’이 ‘나’의 삶에 개입하면서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고 진술한다. (중략) 김성대에게 시는 매순간 다시 태어나는 얼굴이다. 그것은 낯설고 모호한 것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기적의 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