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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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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카 솔닛의 회고록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원제 Recollections of My Nonexistence)이 출간되었다. ‘맨스플레인’ 현상을 비판하며 단숨에 동시대 여성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존재로 떠오른 솔닛의 첫 회고록으로, 우리 시대 가장 대담하고 독창적인 작가인 솔닛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보여준다. 작가이자 활동가로서 각종 사회운동에 참여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 분투한 기록을 사적인 세계와 정치적 세계를 넘나드는 유려하고 아름다운 글로 담았다.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에서 솔닛은 집을 떠난 19세부터 지난 40여년을 되돌아본다. 지금은 전세계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존재가 된 그도 젊었을 때는 스스로를 세상에 없는 ‘비존재’(nonexistence, 非存在)라 느꼈음을 고백한다. 어리고 불안정했던 그가 자신의 존재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서사’를 통해서였다. 그는 글을 씀으로써 사회에서 지워진 이들의 이야기를 찾아주고, 집단과 사회의 지배서사를 조금씩 바꿔나간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솔닛이 자기 뒤에 오는 젊은 여성들에게 보내는 편지와도 같은 이 책은 그를 아껴온 독자뿐만 아니라 존재에 대한 고민을 안고 사는 동시대 모두에게 울림을 줄 것이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걸려 넘어진 돌들로 지은 성 : 솔닛은 내게 각별한 작가이다. 내 사유와 언어는 그의 노동에 빚졌다. 말하고 싶은데 말하지 못하고 있을 때, 솔닛이 내어준 안전한 사유의 방에 머물며 나도 묵은 이야기를 꺼내놓을 용기를 냈다. 죄다 밑줄을 그을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은 아마 솔닛 최고의 저작이 될 것이다. :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에서 솔닛이 그랬듯 나도 내 방 책상에서 세상이 주입한 모국어를 버리고 새로운 언어를 배웠다. 상상 속에서 나의 작은 방은 광장이 되고 나의 책상은 단상(壇上)이 된다. 우리는 ‘비존재’가 가시화되는 세상을 꿈꾸며 책상 앞에 앉는지도 모른다. 또한 이것이 모두에게 책상이, 자기만의 방이 필요한 이유인 것이다. : 이 책은 젊은 활동가들과 여성 작가들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읽힌다. 하지만 ‘나 때는 말이야’ 하고 말하는 게 아니라 ‘나는 싸웠다, 지금도 싸우고 있다, 당신들과 같은 싸움을’ 하고 말한다. : 갈망과 결단, 저항과 혁명, 개인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이 어우러진 근사한 회고록. 우리 시대의 가장 대담하고 독창적인 작가인 솔닛이 어떤 가마에서 단련되었는지 보여준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22년 3월 4일자 - 문화일보 2022년 3월 4일자 - 국민일보 2022년 3월 3일자 '200자 읽기' - 경향신문 2022년 3월 4일자 '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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