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광주상무점] 서가 단면도
|
재개발도 비껴간 오래된 동네 문안동, 주민 대다수가 고령층인 이 자그마한 마을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던 박씨가 어느날 자택에서 고독사한 채 발견된다. 가까이 지내던 이웃의 사망 소식을 뒤늦게 들은 동네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고, 자신들 역시 언제 혼자 있다 죽어도 이상할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마지막 가는 길, 자존심이라도 지켜주기 위해 매일 아침 서로의 생사를 묻는 고독사 방지 모임 ‘안녕 커뮤니티’는 그렇게 탄생했다.
다드래기 작가의 만화 『안녕 커뮤니티』(전2권)는 1인가구의 고독사를 물꼬로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 문제, 가부장제를 둘러싼 해묵은 갈등, 다문화가정과 성소수자가 받는 차별, 젠트리피케이션을 둘러싼 주민들의 대립 등 다양한 주제를 유쾌하면서도 묵직하게 그려낸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고, 거주지에 따라 계급을 나누며, 이웃 간 불화와 갈등이 매일같이 뉴스로 쏟아져나오는 지금, 문안동 사람들이 건네는 인사는 더더욱 각별하게 느껴진다. 이들은 아침마다 서로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다. 살가운 말에 민망해하면서도 반찬을 잔뜩 만들어 나누어 먹고, 손이 닿지 않는 등에 파스를 붙여주고, 갈 곳 없는 이웃을 재워주는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그간 잊고 지냈던 공동체의 따뜻함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안녕 커뮤니티』는 이처럼 서로를 보살피는 인물들을 통해 얽히고설킨 현실적인 갈등을 유머와 재치로 매끄럽게 풀어낸다. 39화 먼저 가는 사람
40화 누구의 굴레 41화 국지성 호우 42화 무더위 뒤에 오는 것 43화 영역 44화 분리 45화 각자의 태풍 46화 온도 차 47화 엉킨 실타래 48화 출발 전 대기 49화 몰랐던 소식 50화 환절기 바람 51화 꿈틀꿈틀 52화 계절이 바뀌는 바람 53화 먹고살이 54화 꿈과 현실 55화 버려지려나 떠나가려나 56화 최소한의 예의 57화 모두의 불안 58화 소식 59화 소음 60화 누구의 말 61화 길을 찾아서 62화 기억 63화 누구의 꿈 64화 진행 65화 결정 66화 순서 67화 소외의 진행 68화 입춘 69화 실존주의자 70화 이해하기 힘들어 71화 누구에게 좋은 것 72화 돌아오지 않는 일상 73화 각자의 선택 74화 가까운 방 75화 돈키호테 76화 늙은 꿈 77화 오늘의 문안동 78화 혼자 자란 아이 79화 다음 차례 80화 너에게도 끝 81화 익숙한 불행 82화 돌아오는 길 83화 기다리는 사람 84화 호상 마지막화 모두 겨울 작가의 말 : 책을 덮고 나서도 오랫동안 문안동 골목을 나서지 못했다. 그래서 세봉김밥 주방에서 세봉, 안젤라, 경욱과 만두를 빚고, 옛 문안사진관으로 쪽방촌 식구들과 영순, 쌍연 그리고 보경과 영남까지 불러내 이야기를 나눈다. 이렇게 여운이 길게 남는 만화는 정말 오랜만이다. 『안녕 커뮤니티』는 노인문제와 재개발과 빈곤, 다문화가정과 성소수자, 그리고 여성, 가부장제까지 다양한 이슈를 다룬다. 그런데 그 다양한 인물과 갈등이 하나도 튀거나 겉돌지 않는다. 서로의 죽음을 지키기 위해, 서로의 삶을 지키는 문안동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에 오랜만에 희망을 떠올리게 되었다. : 재개발이 살짝 비껴간 동네 문안동에는 아파트와 주택가와 쪽방촌에 고만고만한 가게들이 옹기종기하다. 한몫 잡거나 놓친 사람들, 퇴직자, 노총각과 홀아비, 쌍과부와 늙은 부부와 동성 커플, 그리고 영혼을 찾아 가출한 할머니까지. 가진 것과 처지와 내력이 모두 다른 사람들의 욕망과 정체성이 알록달록하게 그려진다. 느릿느릿 아웅다웅하던 이웃들이 ‘안녕 모임’으로 모인 계기는 한 노인의 고독사다. 송장이라도 얼른 치워주기 위해 아침마다 릴레이 전화로 생사를 확인하는 노인들과 동네 속을 젠트리피케이션이 훑는다. 젊고 늙은 욕망들이 뒤엉켜 얼룩덜룩해진다. 세세하게 재밌고, 낱낱이 슬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