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이셔우드 소설. 오래 함께한 연인을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떠나보낸 한 남자가 있다. 조지, 58세, 대학 교수. 그리고 언제나처럼 눈뜨고, 출근하고, 강의하고, 퇴근하는 그의 하루. 조지는 죽은 연인의 옛 여자를 병문안하고, 오랜 친구와 저녁을 먹고, 혼자 바에서 술을 마시다가 제자인 케니를 만나기도 한다. 겉으로는 아무 사건도, 아무 문제도 없는 하루이지만, 문득문득 찾아오는 상실과 부재의 감각은 매번 날카롭고 아프고 생소하다.
<싱글 맨>은 크리스토퍼 이셔우드가 소설 속 조지와 같은 나이인 58세에 발표한 작품으로, 사별의 여진을 견디고 있는 한 중년 남성의 하루를 그린다. 아무리 충만하고 아무리 반짝인대도, 어느 순간 고통은 피할 수 없고 언젠가 상실은 찾아온다. <싱글 맨>은 결국 누구나 발견하게 되는 이 삶의 빈자리들을 정제된 언어로 아름답고 통렬하게 비춘다.
작가 스스로 자신이 쓴 글 중 가장 사랑하는, 바라는 바 그대로 쓰인 유일한 작품이라고 밝혔고, 「가디언」 선정 '100대 영문 소설'로도 꼽혔다. 2009년 톰 포드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어 베니스 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및 「타임」 선정 '올해의 영화' 등으로 호평받으면서 원작 소설 역시 재조명된 바 있다.
더 가디언 : 서사는 예리하고 섬세하며 능숙하고, 가라앉은 분노가 균열하며 드러난다. 주인공 조지는 최근 그의 연인 짐을 교통사고로 잃고, 사별의 슬픔과 싸운다. 동성 결혼, 그후를 그리며 이별의 고통을 파고드는 이 작품은 독보적이고 눈부시고 몹시 감동적이다. 단 하나의 단어도 낭비하는 법이 없다.
앤서니 버지스 (<시계태엽 오렌지> 저자) : 소설가로서 이셔우드의 뛰어난 재능이 전혀 바래지 않았다는 증거.
에드먼드 화이트 (소설가, 프린스턴 대학교수) : 1964년에 처음 발간된 이셔우드의 『싱글 맨』은 현대 동성애 인권 운동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최초이자 최고의 소설이다.
스티븐 스펜더 (영국 시인) :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통렬하고 뛰어난 책.
텔레그래프 : 책의 첫장부터 조지는 연인을 잃었고, 서서히 찾아오는 노쇠를 겪고 있다. 그러나 조지에게는 삶이 있고,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문장들. 영화가 만족스럽지 못했대도 책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 진솔하고 묵직한 사랑,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상실의 아픔이 가슴에 내려앉는다.
앨런 프라이스존스 (북위크) : 작가는 ‘조지’라는 인물의 삶의 결을 아주 뛰어나게 포착한다. 우울하다가도 갑자기 조증을 보이기도 하고, 계속 흥미로우면서도 갑자기 슬퍼진다. 길지 않은 이 소설을 통해 이셔우드가 초기에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문학적 테크닉을 그대로 맛볼 수 있다.
톰 포드 ('싱글 맨' 감독, 패션 디자이너) : 솔직히 나는 조지에게만 반한 게 아니고 이셔우드에게도 빠졌다. 통찰을 담은 이셔우드의 목소리, 글들에서 도드라지게 울리는 그 목소리는 지금도 여전히 내게 말을 건넨다.
이셔우드의 글들이 그토록 명료하고, 그토록 생생한 것은 그가 맹렬히 살고, 쓰고, 사랑하기를 갈망했기 때문이리라.
씨네21 : 『싱글 맨』은 오스카 와일드의 주인공이 쓴 제임스 조이스 책처럼 묵직하다. 그럼에도 결코 톰 포드를 반하게 만들었을 섹시함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톰 포드는 이셔우드의 원작에서 불멸의 아름다움을 보았음이 틀림없다.
밥장 (일러스트레이터) : 젊음을 바라보는 아련한 눈빛에 대하여.
이동진 (영화평론가) : 여기에 새로운 사건은 없다. 물결이 또 다른 물결을 어지럽게 불러들이는 사건의 여파만 있을 뿐이다. 『싱글 맨』은 부재를 반복해서 견뎌내야 하는 삶의 근원적인 고독에 대한 소설이다. 끝내 안식할 수 없는 자의 내면에서 상념이 내내 자맥질하는, 영원과 하루.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한겨레 - 한겨레 신문 2017년 8월 4일자 '문학 새책'
최근작 :<요가 수뜨라> ,<싱글 맨> ,<노리스 씨 기차를 갈아타다> … 총 202종 (모두보기) 소개 :영미 현대문학의 주요 작가 중 한명으로, 소설, 희곡, 씨나리오, 산문, 번역 등 다양한 저서를 남겼다. 동성애자임을 숨기지 않고 활동한 첫 세대이자, ‘퀴어’를 대표하는 인물로 동성애자 인권 운동에도 크게 기여했다. 영국 체셔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 대학을 중퇴하고 런던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던 중에 첫 소설 『모든 공모자들』을 출간한다. 그해 학업을 중단하고 이듬해 베를린으로 떠나, 나치 정권이 수립되는 1933년까지 머물며 후일 대표작이 될 글들을 활발히 집필한다. 베를린을 떠난 직후 『노리스 씨 기차를 갈아타다』(1935) 『베를린이여 안녕』(1939) 등을 잇달아 출간하며 크게 성공을 거두고 ‘영국 문학의 미래’로 각광받는다. 이 두 작품은 후에 『베를린 이야기』로 묶여, 뮤지컬 「까바레」, 영화 「까바레」 「나는 카메라」로 거듭 만들어지고, 『타임』 선정 ‘20세기 100대 영문 소설’로도 꼽혔다. 1939년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주하여 여생을 보내는데, 말년까지도 장편소설 『싱글 맨』(1964), 회고록 『크리스토퍼와 그의 부류』(1976) 등을 펴내며 다방면에서 왕성하게 활동한다. 1986년 캘리포니아 쌘타모니카에서 81세를 일기로 사망했고, 시신은 교편을 잡았던 캘리포니아 주립대에 기증되었다.
『싱글 맨』은 교통사고로 연인을 보낸 한 남자의 하루를 그린 작품이다. 소설은 평범한 일상의 순간순간을 진중한 성찰과 섬세한 문장으로 채우며, 담담하고 절제된 감정과 통렬한 분노와 슬픔이 부딪히며 빚는 삶의 결을 세심하게 포착해낸다. 작가는 “하고자 한 대로 구현된 유일한 작품”이라고 밝히며 가장 아끼는 글로 꼽기도 했다. 2009년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어 다시 널리 주목받았으며 『가디언』 선정 ‘100대 영문 소설’로도 꼽혔다.
최근작 :<여섯 빛깔 무지개> ,<소울푸드> … 총 127종 (모두보기) 소개 :서울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 영화학과 대학원 과정을 수료했다. 《이매진》 수석기자, 〈야후 스타일〉 편집장을 지냈으며, 현재 번역가와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빛을 두려워하는》, 《오후의 이자벨》, 《오로르 시리즈》, 《고 온》, 《데드하트》, 《픽업》, 《비트레이얼》, 《빅 퀘스천》,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파이브 데이즈》, 《더 잡》, 《템테이션》, 《파리5구의 여인》, 《모멘트》, 《파리에 간 고양이》, 《프로방스에 간 고양이》, 《마술사 카터, 악마를 이기다》, 《브로크백 마운틴》, 《돌... 서울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 영화학과 대학원 과정을 수료했다. 《이매진》 수석기자, 〈야후 스타일〉 편집장을 지냈으며, 현재 번역가와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빛을 두려워하는》, 《오후의 이자벨》, 《오로르 시리즈》, 《고 온》, 《데드하트》, 《픽업》, 《비트레이얼》, 《빅 퀘스천》,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파이브 데이즈》, 《더 잡》, 《템테이션》, 《파리5구의 여인》, 《모멘트》, 《파리에 간 고양이》, 《프로방스에 간 고양이》, 《마술사 카터, 악마를 이기다》, 《브로크백 마운틴》, 《돌아온 피터팬》, 《순결한 할리우드》, 《가위 들고 달리기》, 《거장의 노트를 훔치다》, 《일상 예술화 전략》, 《매일매일 아티스트》, 《아웃사이더 예찬》, 《심플 플랜》,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스피벳》, 《보트》, 《싱글맨》, 《정키》, 《퀴어》 등이 있다.
창비
최근작 :<대온실 수리 보고서> ,<속지 마! 왕재미 2> ,<너와 나의 퍼즐> 등 총 3,869종
대표분야 :청소년 인문/사회 1위 (브랜드 지수 272,056점), 국내창작동화 1위 (브랜드 지수 3,012,290점), 청소년 소설 1위 (브랜드 지수 1,361,654점)
“독보적이고 눈부시고 몹시 감동적이다. 단 하나의 단어도 낭비하는 법이 없다.”
『가디언』 선정 ‘100대 영문 소설’
매복하는 기억들은 순간순간 다시 떠오른다
언제나처럼 삶을 채우는 고독과 상실을 견뎌내는 어떤 하루
“그러나 금세 조지는 그 장면을 무의미하게 만들 허점을 발견한다. 그 그림에서 빠진 것은 짐이다. 소파 맞은편에 반대로 누워서 책을 읽고 있는 짐. 각자 책에 몰두하고 있지만, 서로 상대의 존재를 정확히 알고 있는 두 사람.”(117면)
오래 함께한 연인을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떠나보낸 한 남자가 있다. 조지, 58세, 대학 교수. 그리고 언제나처럼 눈뜨고, 출근하고, 강의하고, 퇴근하는 그의 하루. 조지는 죽은 연인의 옛 여자를 병문안하고, 오랜 친구와 저녁을 먹고, 혼자 바에서 술을 마시다가 제자인 케니를 만나기도 한다. 겉으로는 아무 사건도, 아무 문제도 없는 하루이지만, ... “독보적이고 눈부시고 몹시 감동적이다. 단 하나의 단어도 낭비하는 법이 없다.”
『가디언』 선정 ‘100대 영문 소설’
매복하는 기억들은 순간순간 다시 떠오른다
언제나처럼 삶을 채우는 고독과 상실을 견뎌내는 어떤 하루
“그러나 금세 조지는 그 장면을 무의미하게 만들 허점을 발견한다. 그 그림에서 빠진 것은 짐이다. 소파 맞은편에 반대로 누워서 책을 읽고 있는 짐. 각자 책에 몰두하고 있지만, 서로 상대의 존재를 정확히 알고 있는 두 사람.”(117면)
오래 함께한 연인을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떠나보낸 한 남자가 있다. 조지, 58세, 대학 교수. 그리고 언제나처럼 눈뜨고, 출근하고, 강의하고, 퇴근하는 그의 하루. 조지는 죽은 연인의 옛 여자를 병문안하고, 오랜 친구와 저녁을 먹고, 혼자 바에서 술을 마시다가 제자인 케니를 만나기도 한다. 겉으로는 아무 사건도, 아무 문제도 없는 하루이지만, 문득문득 찾아오는 상실과 부재의 감각은 매번 날카롭고 아프고 생소하다.
『싱글 맨』은 크리스토퍼 이셔우드가 소설 속 조지와 같은 나이인 58세에 발표한 작품으로, 사별의 여진을 견디고 있는 한 중년 남성의 하루를 그린다. 아무리 충만하고 아무리 반짝인대도, 어느 순간 고통은 피할 수 없고 언젠가 상실은 찾아온다. 『싱글 맨』은 결국 누구나 발견하게 되는 이 삶의 빈자리들을 정제된 언어로 아름답고 통렬하게 비춘다.
조지는 아침이면 협소한 식탁에 앉아 느릿느릿 식사를 하는 삶의 수인인 자신의 모습을 본다. 외로움을 느낄 만한 빈 공간조차 없는 작은 집이지만 짐과 함께한 일상의 소소한 기억들은 곳곳에 매복해 있다가 그를 찔러 온다. 하지만 ‘조지’라는 역할에 충실한 이 베테랑 배우는 능숙하게 출근하고, 동료 교수들과 대화를 나누고, 학생들에게 강의를 한다.
이 평범하고 익숙한 일상에도 무언가는 일어난다. 동료와 대화하거나 강의하다가 갑자기 열변을 토하고, 퇴근길에 짐이 한때 만나던 도리스를 병문안하기도 한다. 도리스는 죽어가고, 질투나 패배감, 희미한 기억조차 사라지고 있다. 조지는 체육관에 들르고, 언덕에 오르고, 혼자 남게 된 오랜 친구 샬럿과 만나 옛일들을 떠올린다. 취한 채 혼자 술집으로 향했다 제자인 케니와 마주친 조지는 함께 남은 밤을 보내게 되고 사이사이 교감을 이뤘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점멸하며 조지의 어떤 하루는 사라져간다.
작품은 어느새 인생을 채우곤 하는 슬픔, 분노, 상실의 고통을 평범하고 고단한 일상을 견뎌내는 조지의 내면을 통해 담담하지만 묵직하게 그려낸다. 작가 스스로 자신이 쓴 글 중 가장 사랑하는, 바라는 바 그대로 쓰인 유일한 작품이라고 밝혔고, 『가디언』 선정 ‘100대 영문 소설’로도 꼽혔다. 2009년 톰 포드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어 베니스 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및 『타임』 선정 ‘올해의 영화’ 등으로 호평받으면서 원작 소설 역시 재조명된 바 있다.
‘차마 말할 수 없는 것’은 여전히 여기 있어요
바로 당신들 한가운데에
“아무리 쉿 하며 조용히 시켜도 제 이름을 드러내려 하는 온갖 존재들.
조지는 말한다. 다른 여러 괴물들 중에서도 무엇보다, 이 자그마한 나를 두려워하지.”(25면)
동성애자임을 공언한 첫 세대에 속하는 이셔우드는 자신과 같은 나이에, 사는 곳도 직업도 같은 조지를 통해 정면으로 퀴어 문제를 다루며 본격적인 퀴어 문학의 장을 열었다. 20대 후반에 집필한 『베를린이여 안녕』에서 “결국 우리는 모두 퀴어죠. 정말 너무나 퀴어죠”라고 씁쓸히 말하던 이셔우드의 분신 같던 젊은 인물들은 이제 1960년대 미국에서 노년을 앞두고 퀴어로서 사랑하고 살고 이별한 후일담을 들려준다.
소설은 시종 잠잠한 일상을 따라 흘러가지만, 그 속에 깊숙이 자리한 분노나 맹렬한 비판을 부드럽게 덮어두지는 않는다. 조지는 상념 중에 “사람들은 짐의 존재조차 몰랐지만, 그 사람들 말, 그 사람들의 생각, 그 사람들의 생활양식, 그 모두가” 짐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며 분노를 속으로 곱씹거나 혐오자들과 선동가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조지 아저씨’를 상상하며 세상을 향한 증오를 드러내기도 한다. 차마 말할 수 없는, 있지도 않은 존재, 기껏해야 동정이나 치료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조지는 나의 연인은 남편이나 아내의 대용품이 아니고, 나의 사랑도 뒤틀린 정신의 문제가 아니며, 퀴어인 나는 여기에, 바로 당신들 한가운데 있다고 선언한다.
조지는 똑같이 반려를 잃었지만, 그것은 아내나 남편을 잃는 일과는 같지 않다. 사랑도 기억도 고통도 여느 사람들과 같지만, 세상 속에서 그것은 같을 수 없다. 짐과의 관계는 세상의 대부분은 알 수 없이, 알려고 하지도 않은 채로 이제 온전히 혼자인 그의 세계에만 남아 있다. 이처럼 같으면서 같지 않은 조지의 고독은 제대로 이야기되지 못한 무수한 삶이 ‘있음’을 역설하며, 우리 각자의 삶을 설명하고 타인의 고독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을 넓혀준다.
살아남는다는 두려움도
살아 있다는 즐거움도
“완전히 지친 수영 선수나 육상 선수의 모습. 그러나 포기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바라보는 저 동물은 끝날 때까지 계속 싸우리라. 용감하기 때문이 아니다. 다른 대안은 아무것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9면)
소설의 배경은 1962년의 미국, 쿠바 미사일 위기로 핵전쟁의 위협에서 막 벗어난 때이고, 주인공 조지는 사별의 여진을 견뎌내고 있다. 조지 스스로도 노년을 맞는 참이고, 짐의 옛 여자 도리스나 오랜 친구 샬럿 등 그의 주변 사람들도 시간 속에서 서서히 풍화하고 있다. 죽음은 교통사고나 핵전쟁처럼 갑작스럽게도, 병이나 노화로 천천히 찾아올 수도 있다. 실감은 아주 뚜렷하고, 조지는 죽음을 떠올리고 또 떠올린다.
그러나, 그렇기에, 조지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끝날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이다. “용감하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대안은 아무것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그리고 사랑하는 이는 없고 파편만 남은 세계에 홀로 살아남게 된다 해도 더 절실하고 열렬하게 살아 있음의 경이와 즐거움을 누릴 것이다. “나는 살아 있어!” 조지는 힘들게 승리를 거둔 늙은 몸으로, 현재에 사랑하고 현재에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셔우드는 인터뷰에서 조지가 꼭 자신의 분신은 아니라면서 자신은 조지만큼 용감하게 견뎌내지 못할 거라고 말했다. 살아남는다는 두려움도 살아 있다는 즐거움도 너무나 잘 아는 이 오랜 삶의 수인은 긴 하루의 끝, 눈을 감는 마지막 순간까지 꿋꿋하게 현재를, 삶을 끌어안는다.
『싱글 맨』은 별다른 사건도 없이 일상의 장면 장면을 세심하게 배치하며 이야기를 완성해나간다. 죽음이 임박한 도리스를 병문안하고, 역시 혼자 남은 친구 샬럿을 만나 취하도록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이어 제자인 케니를 우연히 만나 미묘한 교감을 나누는 작은 사건들은 이를 바라보고 전하는 조지의 눈을 통해 의미를 갖게 된다. 이 소설의 진짜 이야기는 조지의 내면에서 분노, 증오 같은 격렬함과 성찰과 절제 같은 고요함이 매순간 부딪히며 내는 파장들에 있다. 우리는 조지 내면의 드라마를 좇으며 조지를 이해하거나 공감하고, 함께 삶의 의미를 곰곰 돌아보게 된다.
젊은 시절 일찍이 써머싯 몸이 ‘영국 문학의 미래’라고 극찬했던 이셔우드는 말년에 발표한 이 ‘얇은 대작’에서 녹슬지 않은 필력에 원숙함을 더해 간결하지만 깊은 성찰을 담아낸다. 소설은 1960년대 미국 사회에 대한 예리한 통찰, 소수자의 시선으로 보는 삶의 면모들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상실과 고독이라는 영원한 주제를 묵직하고 감동적으로 다뤄 깊은 공감을 끌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