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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센텀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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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영 작가의 장편소설 <페인트>의 양장본이 출간되었다. <페인트>는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으로, 2019년 4월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반년 만에 5만부가량 판매되는 등 독자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국가에서 센터를 설립해 아이를 키워 주는 '양육 공동체'가 실현된 미래 사회, 청소년이 부모를 직접 면접 본 뒤 선택하는 색다른 풍경을 그린 이야기이다.
부모 자식 관계란, 나아가 가족의 의미란 무엇인지를 질문하는 수작이다. 중국, 대만,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4개국으로 수출되는 쾌거를 보건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충분히 공감할 법한 보편성을 지닌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청소년, 부모 세대를 넘어 더욱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들에게 가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새로운 양장 판형을 선보인다. 제누 301입니다
: 『페인트』 는 열한 살 딸이 먼저 낚아채듯 가져간 책이다. 너무너무 재밌다며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딸을 보는 마음이 솔직히 따끔따끔했다. 나는 딸이 학교 가길 기다렸다가 몰래 읽기 시작했다. 『페인트』를 읽는 동안 좋은 엄마가 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내 곁으로 어린 내가 와 앉았다. 부모님의 관심과 이해를 받고 싶던 어린 시절의 내가, 그리고 부모님에게서 기필코 독립하리라 다짐했던 20대의 내가. 어느덧 엄마가 된 나는 딸과 함께 『페인트』 속 ‘부모를 선택하는 아이들’, ‘부모가 되려는 어른들’, 또 ‘그들을 돕는 센터 어른들’이 어떤 마음이었을지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그 이야기가 먼 미래까지 오래 계속되리라는 걸 안다. : 아이들이 무엇을 기대하고 어떻게 실망하는지 왜 양육자들은 제대로 알지 못할까. 왜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을 멋대로 규정하고 판단하는 걸까. 정상이 아니라는 차별과 낙인과 폭력, 그리고 정상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사랑받지만 순응하고 때로 굴종해야 하는 삶. 어른들이 내민 이 두 가지 부족한 선택지 사이에서 주인공 제누 301은 동정이나 시혜를 단호히 거부하고 동료 시민으로서의 존중과 평등을 요구하며 홀로 선다. 나를 비롯한 숱한 어른들의 한없는 미숙함을 떠올리면 그에게 ‘어른스럽다’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이 옳지 않다는 생각마저 든다. 제누 301은 제누 301답고 그는 어른들이 감히 평가하거나 칭찬할 대상이 아니다. : 부모에게 받은 상처가 너무 커서 어른이 되는 게 무서웠습니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과거로 돌아가 방황하던 20대의 나에게 『페인트』를 주고 싶습니다. “부모는 네 마음대로 못 골라도 네가 어떤 가족을 이룰지는 선택할 수 있어. 사는 게 힘들면 이 책을 읽어 봐,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거야.” 타임머신이 없어 20대의 나에게 돌아갈 수 없기에,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친구들과 함께 읽어도 좋겠습니다.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다면, 우리는 어떤 가족을 이루고 살아갈 수 있을까? 그 질문 속에 미래의 행복이 숨어 있습니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동아일보 2019년 12월 7일자 '150자 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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