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청소년문학 91번째. 쉽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기존의 단편소설보다 분량이 적은 ‘짧은 소설’ 10편을 엮었으며, 유쾌하고 가슴 찡한 웃음부터 외로움에서 비롯된 씁쓸한 미소까지, ‘웃음’을 주제로 하는 다채로운 감정을 표현했다.
현재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이설, 박상영, 윤성희, 서진, 박하익, 최상희, 배명훈, 진형민, 김중미, 김해원 등 소설가 10인이 참여했다. 각기 개성 넘치는 작가의 새로운 소설을 읽는 즐거움이 무척이나 크다. 청소년, 나아가 그 시기를 지나온 이들에게 다정한 곁을 내어 주는 친구 같은 소설집이다.
첫 번째 웃음: 김이설 ・ 저스트 댄스
두 번째 웃음: 박상영 ・ 망나뇽의 눈물
세 번째 웃음: 윤성희 ・ 배꼽
네 번째 웃음: 서 진 ・ 보건실의 화성인
다섯 번째 웃음: 박하익 ・ 마음을 함께해 준다면
여섯 번째 웃음: 최상희 ・ 여름의 고양이
일곱 번째 웃음: 배명훈 ・ 정글이 빙글빙글
여덟 번째 웃음: 진형민 ・ 웃기는 의자들
아홉 번째 웃음: 김중미 ・ 웃어도 괜찮아
열 번째 웃음: 김해원 ・ 끝
첫문장
박진우에게 페메를 보내다니! 디제잉반의 광광대는 시끄러운 음악 속에서도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 성장은 청소년기의 축복이자 족쇄처럼 여겨지는 단어다.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분명 기쁜 일이지만 성장해야 한다는 강박은 스스로를 쪼그라들게 만든다. 공부하고 운동하고 춤추고 사람을 좋아하고 슬픔을 나누며 웃기도 하다 문득 내 몸이 공중에 몇 센티미터 떠오르는 것처럼 느껴질 때, 나는 아주 조금 자란 것 같다. 성장하고 싶지 않을 때조차 나도 모르게 달라진다.
『웃음을 선물할게』를 읽으며 열 명의 아이들을 만난 것 같다. 하나같이 법석이는 아이들이었다. 불안하지만 불안을 베개처럼 끌어안으며 매일 아침 어김없이 일어나는 아이들, 서로 다르다는 게 틀린 게 아니라는 사실을 온 마음으로 깨닫는 아이들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기꺼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사람이 된다. 좋아하는 과목만 골라서 들을 수 없는 아이들은 좋아하지 않는 과목도 들음으로써 좀 더 분명해진다. 자기 자신에게 한 발짝 가까워진다. 나를 알게 되는 순간은 나로 살 수 있는 시간으로 이어질 것이다.
웃고 떠들고 울고불고하며 우리는 계속 성장할 것이다. 강자와 약자로 나뉘는 사회에서 차별과 부조리에 맞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용기를 얻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랑하는 마음을,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는 여유를 키워 나갈 것이다. 이는 우리가 살아남는 것을 뛰어넘어 살아가기 때문에 가능한 기적이다. 해피 엔딩은 아니다. 아직, 계속해서 살아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어떡하지?”라는 물음이 “그래도 해 보자!”라는 결심이 되는 빛나는 순간들이 이 책에 있었다. 줘도 좋고 받아도 좋은 게 있다면 그것은 아마 웃음과 선물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웃음을 선물할게』는 웃음 같은 책, 선물 같은 책이다.
스무 살 때부터 온갖 나라를 쏘다녔지만,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쓰고, 말하고, 남 웃겨주는 것을 숙명으로 여기며 살다가, 2016년 문학동네신인상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연작소설 《대도시의 사랑법》, 《믿음에 대하여》, 장편소설 《1차원이 되고 싶어》, 에세이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를 썼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2023년 국제더블린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젊은작가상 대상, 허균문학작가상,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레고로 만든 집』, 『거기, 당신?』, 『감기』, 『웃는 동안』, 『베개를 베다』, 『날마다 만우절』, 장편소설 『구경꾼들』, 『상냥한 사람』, 중편소설 『첫 문장』 등이 있으며 현대문학상, 이수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한국일보문학상, 김승옥문학상,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2008년 가을 《계간 미스터리》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하였다. 이후 동양일보 신인문학상 소설 부문(2010), 대한민국 디지털 작가상 대상(2011), 한국추리문학대상(2015), 창비 좋은어린이책 동화 부문 대상(2018) 등을 받았다. 장편 소설로 『종료되었습니다』와 선암여고 탐정단 시리즈 『방과 후의 미스터리』, 『탐정은 연애 금지』를 출간하였고, 동화로는 『도깨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 『도술글자』 시리즈가 있다.
『그냥, 컬링』으로 비룡소 블루픽션상, 『델 문도』로 사계절문학상, 단편 「그래도 될까」로 제3회 SF어워드 중단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B의 세상』 『마령의 세계』 『닷다의 목격』 『속눈썹, 혹은 잃어버린 잠을 찾는 방법』 등의 소설을 썼고, 에세이 『빙하 맛의 사과』 『숲과 잠』 『살구의 마음』 등을 펴냈다.
2005년 과학기술창작문예 단편 부문에 「스마트 D」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타워』 『안녕, 인공존재!』 『총통각하』 『예술과 중력가속도』 『미래과거시제』 『화성과 나』, 장편소설 『신의 궤도 1, 2』 『은닉』 『청혼』 『맛집 폭격』 『첫숨』 『고고심령학자』 『빙글빙글 우주군』 『우주섬 사비의 기묘한 탄도학』, 에세이 『SF 작가입니다』 등을 썼다. 2010년 제1회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기호 3번 안석뽕』으로 창비 좋은어린이책 대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동화 『꼴뚜기』 『소리 질러, 운동장』 『우리는 돈 벌러 갑니다』 『사랑이 훅!』, 청소년소설 『곰의 부탁』 『불안의 주파수』(공저) 『존재의 아우성』(공저) 『웃음을 선물할게』(공저) 『아무것도 모르면서』(공저)를 썼다.
1963년 인천에서 태어나 1987년부터 인천 만석동에서 ‘기차길옆공부방’을 열고 지역 운동을 해 왔다. 지금은 강화로 터전을 옮겨 농촌 공동체를 꾸려 가며 ‘기차길옆작은학교’의 큰이모로 살고 있다.
동화 『괭이부리말 아이들』 『꽃섬 고양이』, 청소년소설 『모두 깜언』 『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곁에 있다는 것』, 에세이 『꽃은 많을수록 좋다』, 강연집 『존재, 감』 등을 썼다.
옛날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살았을까? 그 호기심 때문에 역사를 좋아해요.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 온 이야기를 글에 담아 전하고 싶답니다. 그동안 쓴 책으로는 《오월의 달리기》 《매호의 옷감》 《빼앗긴 나라의 위대한 영웅들》 《한지, 천년의 비밀을 밝혀라》 등이 있어요.
김이설 (지은이)의 말
“힘겨운 나날 가운데에서도 웃음을 짓던 순간이 있었어요. 싱겁게 툭 건넨 친구의 우스갯소리, 등교 버스의 라디오에서 들은 훈훈한 사연, 책에서 우연히 만난 근사한 문장 한 줄, 묵묵히 어깨를 다독여 주는 식구의 따스한 손길,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연인의 포근한 메시지, 이상하게 유난히 예뻐 보이는 거울 앞에 선 나를 만난 날……. 『웃음을 선물할게』도 그런 무수한 순간에 포함되면 좋겠어요.”
박상영 (지은이)의 말
“시트콤 속 세상은 안전하고, 편안하고, 아무리 극심한 갈등 속에서도 언제나 웃음이 있었다. 나는 그게 왠지 좋았다. 어쩌면 나는 시트콤 속에서 세상을 버티는 방식을 배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윤성희 (지은이)의 말
“힘들 때마다 생각합니다. 누구나 주머니에 좋아하는 장면 한두 개를 넣어 두어야 한다고요. 나를 행복하게 했던 장면 한두 개 말이에요. 그리고 가끔씩 꺼내서 들여다보면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모른다고요.”
서진 (지은이)의 말
“선생님이 늘 강조하던, 성공한 어른은 되지 못했지만 많이 웃을 수 있는 어른은 되었습니다. 쓸데없는 농담도 잘하니까 그럭저럭 성공한 겁니다. 힘이 들 때 억지로 웃을 필요는 없어요. 다만 여러분이 힘들 때, 누군가가 옆에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소설을 썼습니다.”
박하익 (지은이)의 말
“웃음도 일종의 대화가 아닐까요? 혼자서 낄낄거리는 일도 있겠지요. 그러나 대체로 웃음은 나를 바라봐 주는 다른 이가 있을 때 꽃처럼 피어납니다. 가끔은 혼자가 편하겠지만 함께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 주세요.”
최상희 (지은이)의 말
“어떻게 할지 모르면서 최선을 다해 잘해 보려 애쓰는 것, 그게 내가 소설을 쓰는 방식인 것 같다. 그런 것들을 쓰고 있다. ‘메오메오’라든가 ‘미요미요’ 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고작 작고 말랑말랑한 고양이의 핑크빛 젤리 같은 것을.”
배명훈 (지은이)의 말
“이 이야기의 주제는? 저도 잘 모릅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역시 잘 모르겠습니다. 어느 부분에서 웃으면 되나요? 여러분 마음대로 정해 보시기 바랍니다. 작가가 그렇게 무책임해도 되나요? 열심히 썼습니다. 이것만 믿어 주시면 됩니다.”
진형민 (지은이)의 말
“모든 울타리에 문이 있고, 누구나 그 문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배움은 안과 밖 어디에나 존재하며, 답을 구하는 이에게는 산길에서 마주친 고라니도 기꺼이 스승이 되어 줄 것입니다.”
김중미 (지은이)의 말
“사람은 혼자서는 웃을 수 없다. 웃음은 관계 속에서 나온다. 웃음은 견고한 슬픔과 고립을 깨는 힘이다.”
김해원 (지은이)의 말
“인종 차별을 비난하는 스탠드업 코미디를 보며 오랜만에 호쾌하게 웃다가 생각했다. 아직 웃음이 남아 있구나. 호쾌하게 웃다가 생각했다. 아직 웃음이 남아 있구나. 돌이켜 보면 나도 배를 잡고 웃던 때가 있었다. 정말 나뭇잎만 굴러가도 깔깔대던 그 시절에 ‘웃음’을 거의 소진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