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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야탑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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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첨예한 시각과 밀도 높은 문장을 갖춘 작가, 젊은작가상을 받으며 오늘의 한국문학을 이끌어가는 젊은 작가 중 하나로 인정받은 천희란의 소설 <자동 피아노>가 출간되었다. 창비에서 펴내는 '소설Q' 시리즈의 세번째 책이다.
자기 자신에 갇힌 인물의 끝없이 분열하는 목소리가 죽음을 음악처럼 연주하는 작품으로, 죽음에 대한 욕망과 충동, 이에 맞서는 삶에 대한 열망을 집요하게 그려낸다. 죽음에 대한 깊은 사유와 조각한 듯 정교하게 다듬어진 문장이 특히 돋보인다. 스물한개의 각 장 제목은 저자가 즉흥적으로 떠올린 피아노곡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작품에 대한 해석은 독자를 향해 자유롭게 열려 있다. 소설 뒤에 실린 '작가의 말'에는 작가가 겪은 자살사고에 대한 묵직한 발언이 담겼고, 음악평론가 신예슬이 쓴 해설은 '자동 피아노'라는 기계장치를 중심으로 작품을 신선하고 아름답게 풀어주었다. "평생 변하지 않는대도 괜찮다. 그러나 절대로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라고 말하는 작가의 목소리에서도 알 수 있듯, 끊임없이 재생되고 반복되는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도 이 책은 역설적으로 삶에 대한 열망을, 내일을 생각할 수 있는 미약하지만 분명한 빛을 전달한다.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나는 이 스물한곡의 음악에 뒤따르는 죽음에 관한 글들을 그가 살아서 시간을 보낸 방식으로 읽는다. 그 글들을 내가 완전히 오인했더라도, 각 부제의 음악에 의존해 읽은 만큼 음악의 성긴 그물로 그 정교한 언어를 다 잡아채지 못했더라도, 내게는 상관이 없다. 나는 그가 죽고 싶다고 이야기함으로써 죽지 않고 망설였고, 음악의 상실을 고통스러워한 그가 살아서 음악에 의지해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으로 족하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국일보 2019년 12월 13일자 '새책' - 경향신문 2019년 12월 13일자 '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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