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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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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지구영웅전설>을 연달아 발표하며 인상적으로 데뷔한 박민규의 신작. 2005년 출간된 소설집 <카스테라>의 행보를 이어간 장편 소설이다. 이번엔 한없이 부조리한 이 세상에 야유를 퍼붓는 왕따 중학생들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모아이'와 '못'은 존재 자체가 눈에 띄지 않는 소심한 중학생들. 늘 돈을 빼앗기고 심한 구타에 시달린다. 소년들은 그저'제발 죽여달라'고 기도하거나 '핼리혜성이 지구와 부딪쳐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그들은 빈 벌판에 홀로 놓여있는 탁구대를 발견한다. 이후 두 소년과 세계의 관계는 탁구 동작 하나 하나와 맞물려 조금씩 거대한 국면으로 나아가는데... 2005년 여름부터 2006년까지 '창작과비평'에 연재되었던 글을 묶었으며, 연재시 원고에 100매 정도를 덧붙였다. 또한 전체적으로 흥미진진한 장면들을 더 짜임새 있게 구성하여 서사의 완결성을 높였다. 독특한 스토리 전개와 본문의 형식 실험, 작가가 직접 그린 5컷의 일러스트, 그 자체로 완성도 높은 소설 속 소설까지, 기존의 한국 소설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새로움과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책. 핑 : 왜 사는가, 나는 누구인가. 끝도 없는 고뇌와 싸우는 우리 앞에 어느날 조물주가 나타나서 "아 미안! 우주에 너희가 있다는 걸 깜박했어"라고 한다면... 점점 식어가는 우주에서 별들은 서로 멀어지고, 그래서 지구는 더 작아지고 있는데, 애들은 오늘도 태어나고 있다. 핑~ 자꾸만 팽창하고 바빠지는 인류는 서로 멀어지고, 그래서 당신도 나도 세계에서 점점 더 잊혀지고 있는데, 이 세상을 어쩔래,라고 한다면... 뭐 달리 원하는 거 없습니까? 퐁!
위인들이 써준 역사는 화려하다. 하지만 엔딩은 누가 쓰는가. 누가 인류역사를, 조금 바꾸는 것도 아니고 하드디스크를 포맷하듯이 완전히 지우는가. 빙하기 때문이 아니구요? 박민규 가라사대, 아니란다. 작가는 인류를 낡은 냉장고에 차곡차옥 넣어 하나의 '카스테라'로 정리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이번엔 탁구경기 한판에 인류의 운명을 건다. 스타워즈도 아니고 고작 탁구라고? 하지만, 사실 지구는 우주의 '스타'가 아니다. 외계인 우주군함이 깜박 지나쳐버릴 정도로 작고 외진 별이다. 이 별에서 오늘도 무사히, 당신과 내가 아무 일도 없는 척, 깜박 잊은 척 살아가는 사이 누군가 인류역사를 포맷하고 새로 쓰고 있다. - 김형태 (황신혜밴드 리더) : 박민규의 소설은 우선 재미있게 읽지만 그 '재미'의 성격이 간단치 않다. 새로운 감각과 재치 넘치는 표현, 기발한 착상 등 여러 신예작가들이 공유하는 미덕 외에도 언어예술의 온갖 가능성을 총동원하는 드문 능력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장편소설에서 특히 그러한데 <핑퐁>도 예외가 아니다. 손에 들면 단숨에 읽히지만 책을 놓았다가 다시 잡을 때면 이것이 줄거리로만 연결된 작품도 아니려니와 줄거리를 떠나 입심으로만 끌고 가는 소설도 아님을 실감하곤 한다. - 백낙청 (문학평론가) : 눈물이 나왔는데, 어느 정도 그냥 울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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