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의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입에서 입으로, 귀에서 귀로 전해지면서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다. 이 책은 발매 한 달만에 3쇄에 돌입하고 두 달만에 10만권을, 그리고 지금까지는 거의 50만권 가까이 판매되면서 90년대에 출간된 시집 중에서 가장 높은 시장경쟁력을 보여준 시집.
평론가들조차 이 시집의 문학성을 논쟁거리로 삼을 정도였으니 한편으로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문제시집이라 할 만했다. 사람들은 이 시집의 '문제성'을 간파하기 위해서라도 이 시집을 찾아 읽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배경에는 이 시집의 출간년도가 1994년이었다는 것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시집은 이념의 홍수가 지나간 후 그에 가담했던 세대의 과감하고 솔직한 기록으로서의 그의 시편들은 시인의 모던한 기질과 도발적 언어에 힘입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무엇보다 '사랑'과 '혁명'이라는 두 가지의 시제를 감각적인 비유와 파격적인 시어들로 엮어낸 솜씨가 뛰어나다. 80년대의 사랑과 아픔, 상처와 위선, 부딪치며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서른'의 삶속에 뭉그러트리면서 솔직한 내면을 들어내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