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농민문학가 김용택의 첫 시집. 우리 농촌의 토속적 정서를 잘 표현하고 있다. 개발시대를 맞아 사라져가는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정한을 서정적인 시어로 형상화했다.
부박한 시대에 보기 드문 맑은 서정과 따뜻한 마음씨, 그리고 거기에서만 우러나올 수 있는 강인한 가락으로 해체되어가는 오늘의 농촌공동체를 아프게 투시하는 젊은 시인의 첫시집. 「섬진강」 연작 1∼20을 비롯하여 모두 3부로 나뉘어 51편이 수록되어 있다.
김용택 (지은이)의 말
온갖 수난과 박해 속에서도 농사꾼으로 아름답게 살다 가신 우리 아버지, 나는 그분을 가장 역사적인 삶으로 일관해 오신 분으로 생각한다. 나는 평생을 몸부림으로 살아도 그분의 삶 한 끄트머리에도 닿지 못할 것이다.
숨이 컥컥 막히는 불볕 속에서 땀을 팥죽같이 흘리며 태양 속에 일과 함께 들어가셨다가 집에 오실 때면 얼굴이 팅팅 부었어도 쉴 때면 허리가, 온 삭신이 아프시다며 한참을 쉬지 않으시는 우리 어머니, 이 글들은 그분들께는 참으로 하찮은 이야기이다.
`시가 다 뭣이다냐, 고것이 뭐여, 뭔 소용이여`하시는 어머님의 물음은 곧 내 물음이 되어 우리 땅을 향한 내 채 찍이 되어 나를 늘 후려쳐 피 흘리게 한다. 동네 사람들에게 인정 많으시고 쾌활하시며 매사에 거침새가 없고 사람들 간에 허심탄회하신 마음의 정갈하심, 끝없이 삶에 대해 낙천적인 어머님은 내 나머지 삶의 지침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