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와 정치제도 연구의 고전
1776년 독립을 이루고 거대한 도약을 시작한 미국은 유럽 사람들에게 경이의 대상이었다. 우선 당대의 세계 최강국인 영국을 물리치고 독립을 이룩했을 뿐 아니라 그 직후부터 영토 확장과 경제 성장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인 것이다.

독립 당시 미국은 5대호에서 미시시피에 이르는 북아메리카 대륙 동쪽 해안 지대를 따라 남북으로 길게 뻗은 나라였으나, 19세기 초반부터 본격적인 서부 개척이 시작되면서 영토가 급속도로 팽창했다.

그러나 그런 외적인 것들보다 더욱 유럽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미국의 정치 제도였다. 1831-32년 행형 제도를 연구하기 위해 미국에 간 프랑스의 정치가 토크빌(Alesis de Tocqueville, 1805-1859)은 신세계라는 이름에 걸맞게 새로운 평등의 이념이 지배하고 있는 미국의 정치 제도를 보고 크게 놀랐다. 1835년 그가 프랑스에 돌아와 쓴 책이 바로 <미국의 민주주의>이다. 책의 서론에서 그는 이렇게 토로하고 있다.

"내가 미국에 머무는 동안 나의 관심을 끈 신기한 일들 가운데 국민들 사이의 생활 형태의 전반적인 평등만큼 강렬하게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없다. …… 그것은 여론에 독특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며, 법률에 특이한 경향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그것은 정부에게는 새로운 규율을, 그리고 국민에게는 독특한 습관을 주고 있다."

민주주의가 당연시되고 있는 지금에 와서는 평등의 이념이 그다지 새로울 게 없지만 토크빌에게 그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당시 프랑스의 귀족들은 새로 생겨난 민주주의라는 제도를 일회적 유행일 뿐이라고 여기면서 곧 모든 것이 다시 '좋았던 옛날'로 되돌아가리라는 낙관적 견해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토크빌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쓴 이유는 미국을 겨냥한 게 아니라 아직도 구체제(앙시앵 레짐)의 굴레에 묶여 있는 프랑스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당시 프랑스의 정세는 대단히 어지러웠다.

1830년 왕정 복고가 이루어지면서 시민 계급의 권리를 억압하는 반동 정치를 펴자 자유주의 정치가와 언론가들은 일제히 이를 비난하고 나섰다. 이는 자유주의 2월 혁명으로 이어져 결국 루이 필립이 왕으로 추대되고 입헌군주제가 실시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구체제의 오랜 전통은 프랑스의 정치를 자유주의의 물결에 맡겨 두지 않았다. 왕정은 다시 반동으로 돌아서서 자유주의 세력과 대립하게 되는데, 토크빌은 2월 혁명 이후 제헌의회 의원을 맡고 있었으니 자유주의의 선봉 역할이었던 셈이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두 권으로 나뉘어 있는데, 1835년에 발간된 1권에서는 먼저 북아메리카의 지리와 문물, 그리고 영국계가 다수를 차지하는 미국인에 관해 소개한 다음 미국의 정치 체제 분석에 들어간다. 또 5년 뒤에 나온...

미국사와 정치제도 연구의 고전
1776년 독립을 이루고 거대한 도약을 시작한 미국은 유럽 사람들에게 경이의 대상이었다. 우선 당대의 세계 최강국인 영국을 물리치고 독립을 이룩했을 뿐 아니라 그 직후부터 영토 확장과 경제 성장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인 것이다.

독립 당시 미국은 5대호에서 미시시피에 이르는 북아메리카 대륙 동쪽 해안 지대를 따라 남북으로 길게 뻗은 나라였으나, 19세기 초반부터 본격적인 서부 개척이 시작되면서 영토가 급속도로 팽창했다.

그러나 그런 외적인 것들보다 더욱 유럽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미국의 정치 제도였다. 1831-32년 행형 제도를 연구하기 위해 미국에 간 프랑스의 정치가 토크빌(Alesis de Tocqueville, 1805-1859)은 신세계라는 이름에 걸맞게 새로운 평등의 이념이 지배하고 있는 미국의 정치 제도를 보고 크게 놀랐다. 1835년 그가 프랑스에 돌아와 쓴 책이 바로 <미국의 민주주의>이다. 책의 서론에서 그는 이렇게 토로하고 있다.

"내가 미국에 머무는 동안 나의 관심을 끈 신기한 일들 가운데 국민들 사이의 생활 형태의 전반적인 평등만큼 강렬하게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없다. …… 그것은 여론에 독특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며, 법률에 특이한 경향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그것은 정부에게는 새로운 규율을, 그리고 국민에게는 독특한 습관을 주고 있다."

민주주의가 당연시되고 있는 지금에 와서는 평등의 이념이 그다지 새로울 게 없지만 토크빌에게 그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당시 프랑스의 귀족들은 새로 생겨난 민주주의라는 제도를 일회적 유행일 뿐이라고 여기면서 곧 모든 것이 다시 '좋았던 옛날'로 되돌아가리라는 낙관적 견해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토크빌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쓴 이유는 미국을 겨냥한 게 아니라 아직도 구체제(앙시앵 레짐)의 굴레에 묶여 있는 프랑스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당시 프랑스의 정세는 대단히 어지러웠다.

1830년 왕정 복고가 이루어지면서 시민 계급의 권리를 억압하는 반동 정치를 펴자 자유주의 정치가와 언론가들은 일제히 이를 비난하고 나섰다. 이는 자유주의 2월 혁명으로 이어져 결국 루이 필립이 왕으로 추대되고 입헌군주제가 실시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구체제의 오랜 전통은 프랑스의 정치를 자유주의의 물결에 맡겨 두지 않았다. 왕정은 다시 반동으로 돌아서서 자유주의 세력과 대립하게 되는데, 토크빌은 2월 혁명 이후 제헌의회 의원을 맡고 있었으니 자유주의의 선봉 역할이었던 셈이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두 권으로 나뉘어 있는데, 1835년에 발간된 1권에서는 먼저 북아메리카의 지리와 문물, 그리고 영국계가 다수를 차지하는 미국인에 관해 소개한 다음 미국의 정치 체제 분석에 들어간다. 또 5년 뒤에 나온 2권에서는 민주주의가 미국의 지식인, 미국인의 감정, 풍습, 정치 문화에 준 영향을 서술하고 있다.

토크빌은 귀족 가문에서 자라났으나 일찍부터 자유주의 사상에 심취했기기에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은 더욱 지대했다. 그 스스로도 말하듯이 유럽에서 오랜 역사를 지닌 귀족 정치는 '자제심, 계획성, 정치적 기교'를 바탕으로 세련된 입법 활동을 특징으로 하는 데 반해 미국의 법률은 '결함 투성이이고 불완전한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도 토크빌이 미국의 정치 제도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민주적 법률은 일반적으로 최대 다수의 복지를 증진하려고 한다. 그 이유는 그 법률들이 시민들로부터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현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국민 주권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미국은 프랑스처럼 구체제의 오랜 전통이 없었기에 정치 제도의 채택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이는 마치 13세기 영국에 의회 제도가 처음 성립할 수 있었던 것도 당시 영국이 유럽의 중심권에서 벗어나 있는 '변방'이었던 때문인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보면 토크빌이 프랑스에 소개한 미국의 민주주의는 애초부터 프랑스에 도입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제도였는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미국의 민주주의>는 이후 오히려 미국과 영국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오늘날까지 미국의 역사와 정치제도를 연구하는 고전이 되었다. - 남경태(전문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