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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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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이한 소설. 열세 살 소녀 팡쓰치가 쉰 살의 문학 선생님 리궈화에게 5년에 걸쳐 상습적으로 성폭행당하는 이야기이다. 이를 눈치챈 어른도 있고, 힘겨운 고백을 들은 친구도 있었으며 가해자를 도운 사람까지 있었지만 아무도 팡쓰치에게 손을 내밀어주지 않는 이야기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탈출구도 없이 고통에 길들여지는 소녀의 이야기이다.
오직 명문대 합격만 바라보며 달리는 기형적 교육제도, 성교육에 무관심한 부모, 가해자의 당당함, 사회의 싸늘한 시선…. 작가 린이한은 세상의 팡쓰치들이 처한 현실을 고통스러울 정도로 정밀하게 그려냈다. 대만의 서평지 「오픈북」에서 '올해의 좋은 책'으로, 중국 최대의 서평 사이트 더우반에서 추천도서로 선정되었다. 이 책이 출간된 후 대만 사회 전체가 들끓었으며, 출간 후 석 달이 못 되어 작가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또 한 번 충격에 휩싸였다. 그로부터 얼마 후, 린이한의 부모는 이 이야기가 작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쓰였다고 폭로하고 가해자를 지목했다.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쳤지만, 지목된 강사는 혐의를 부인했고 결국 불기소처분되었다. 1. 낙원
: 이것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스며들듯 천천히 진행된 강간이었다. 그 강간은 성(城)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소녀들에 관한 괴담이 되었다. 위조된 성과 시(詩) 속에서, 시든 꽃잎 같은 청춘 속에서, 소녀들은 나오지 못한다. 사랑이라는 벽돌쌓기 속에서. ‘착한 소녀’는 미래로 향하는 시간의 통로에서 짓밟혔지만, 그녀가 써낸 이 소녀들은 아름답다. 가려진 채 서서히 타오르는 불꽃처럼 끔찍하지만 아름다운 소설. : 피해자가 남긴 지문 같은 이야기. 얼핏 성과 폭력에 관한 작품인 것 같지만, 사실은 문학과 언어가 어떻게 강간과 속임수로 변할 수 있는지를 지적한다. 가해자가 가한 폭력 속에서 언어와 문학은 잔인한 공범이고, 소통과 문명을 배반하고 인간을 실어(失語)와 분열로 몰아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이 말하려는 것은 롤리타적 변태만이 아니라 문학이 대상이 된 섹슈얼 페티시즘이기도 하다. ‘연상, 상징, 은유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것임을 이제 알았다’는 주인공의 고백이 이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이러니하게도 풍부한 연상과 정확한 상징, 심오한 은유, 고도의 문학성이 이 작품에 최우수신인상의 수준을 뛰어넘는 가치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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