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문학 잡지 '일 베리 Il Verri' 지에 "아주 작은 일기 Diario Minimo"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칼럼과 그 이후에 같은 형식으로 쓴 글들을 모아 엮었다. 미니멀 아트라는 미술 용어를 빌려 쓴 칼럼이지만, '미니멀 다이어리'라는 글쓰기 영역이 새로 생겨날 만큼 관심을 끌었다.
최소한의 일기 형식을 지키면서 자유로운 문체로 다양한 내용의 글을 써나가되, 소설과 수필, 공상과학소설, 우화, 혼성 모방 등 여러 가지 기법을 동원한다. 현대 생활에 대한 해학적 고찰과 문학적인 패러디, 환상적이고 황당무계하기까지 한 잡문들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현대 문물에 대한 에코의 기호학적 해석이 도도하게 흐르며, 그것을 파악하는 일이 책읽기를 더욱 즐겁게 한다.
에코가 이야기하는 일상들은 평범함을 벗고 신기하고 흥미로운 대상이 된다. 에코는 상대방의 얼을 빼는 논객이 되기도 하고 썰렁한 웃음도 마다않는 익살꾼 역할을 하기도 한다. 빠른 변화의 시기에 상처받지 않고 살기 위한 처세법을 아주 유쾌하게 풀어놓는다.
삶을 허비하게 하는 부조리, 작동이 되지 않는 제품들, 사람을 노예로 만드는 아이디어 상품,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공무원, 끝없이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TV 토크쇼 등, 다양한 현대의 모습이 괴로움을 넘어 즐거움의 대상으로 변화한다. 일반인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현대의 과학 이론들 역시 에코의 조롱을 피해가지 못했다.
우리는 웃으면서 화를 낼 수 있을까? 악의나 잔혹함에 분개하는 것이라면 그럴 수 없지만, 어리석음에 분노하는 것이라면 그럴 수 있다. 데카르트가 말했던 것과는 반대로 세상 사람들이 가장 공평하게 나눠 가진 것과는 반대로 세상 사람들이 가장 공평하게 나눠 가진 것은 양식이 아니라 어리석음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안에 있는 어리석음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다른 것에는 쉽게 만족하지 않는 아주 까다로운 사람들조차도 자기 안의 어리석음을 없애는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