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벅투'. 오스터의 어느 소설에선가 '팀벅투' 얘기가 나왔었다. 아프리카 어딘가에 있다는 낙원같은 안식처. 미국인들에겐 '아무리 애를 써도 다다를 수 없는 아주 먼 곳'을 가리키는 이름이라는, 그 곳. 폴 오스터의 신작소설 <동행>의 원제가 바로 팀벅투다.
소설의 등장인물은 홈리스 술주정꾼 윌리와 그의 잡종개 '미스터 본즈'다. 자신이 곧 죽으리라는 것을 예감한 윌리는 평생 써온 수백편의 시를 전하기 위해서, 그리고 '미스터 본즈'를 맡기기 위해서 고등학교 적 영어 선생님을 찾아 나선다.
작가의 재능이 흘러넘치지만 정신병이 있는 윌리는 어느날 산타클로스의 계시를 받고 온 세계에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사도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름마저 윌리 G. 크리스마스로 바꿔버렸다. 우스꽝스럽지만 진실된 이 인물은 (오스터의 여느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대부분 그렇듯) 고도자본주의 미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 그의 무너져내린 구석은 슬프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책의 진짜 주인공은 그의 개 '미스터 본즈'다. 윌리는 죽어버리고 '미스터 본즈'는 혼자 외롭게 세상을 가로질러 간다. 새 주인을 만나고, 윌리가 가르쳐 준 것들("중국집 근처를 배회하면 잡아먹힐거야!")을 회상하며 윌리가 먼저 가 있을 그 곳, '팀벅투'를 꿈꾼다. 오스터는 여전히 유려하고 매혹적인 글솜씨로 미스터 본즈의 눈에 비친 세상을 그려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