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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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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를 통해 특유의 까칠하고 화통한 매력을 선보였던 사노 요코. 이번에는 중년의 돌싱녀로서 세상의 편견에 맞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시원시원한 화법으로 그려 낸 두 번째 산문집 <아니라고 말하는 게 뭐가 어때서>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한없이 가볍고 발랄한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사노 요코의 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이 책은 아직 나이가 차지 않은 저자의 젊은 시절의 고뇌가 곳곳에 묻어난다. 세상을 달관한 듯한 노년의 사노 요코 글과는 다른 색의 연륜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이 책은 더 힘이 넘쳐나고 맹랑하면서도 여전히 시크하다. 사노 요코는 오로지 작가 자신이 겪은 경험들을 통해 독자적인 생각을 관철시킨다. "저축 따위보다 친구가 중요하고, 이혼이 기뻐서 어쩔 수가 없고, 내가 싼 똥에 질식해서 죽더라도 미친 듯이 자고 싶고, 상대를 예술적으로 험담하는 지성을 기르고 싶고, 내가 뱉은 욕이 너무 심해서 후회할 때도 있으며, 죽을 때까지 돈을 벌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 세상 풍파에 시달리지 않는 꼿꼿한 그녀의 뚝심이 이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큰 줄기다. 또한 사노 요코는 절대로 일반적인 상식, 보편적인 지식에 빗대어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지 않는다. 머리말을 대신하는 자문자답
: 눈으로 읽고 있지만, 귀로 들리는 것 같은 편안한 수다. 언니 같은 인생 선배가 들려주는 소박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 ‘멜론’ 하나로 행복을 느끼게 해 주는 사람. 사노 요코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자연스레 무릎을 치며 “맞아요, 언니!” 하게 된다. 그녀는 그저 사람이 태어나 살고 죽는 것을 담담히 이야기한다. 그리고 ‘인간은 단지 그것뿐인 이야기를 소박하게 바라는구나’ 하고 깨닫는다. “맞아요, 언니! 그거면 돼요. 고마워요. 들려줘서.” : 나는 사노 요코가 좋다. 그녀의 솔직함이 불편하지 않은 건 우리가 가진 모순 덕분이다. 반려견인 잡종 숏 다리 시바견 모모코가 자지러지게 ‘웃는 개’라고 얘기해 놓곤, 태연히 다른 집 롱 다리 개를 보며 “못생겼어. 개답지가 않아!”라고 한다. 사랑은 가까이에 있는 것을 사랑하는 가운데 생겨난다. 사노 요코의 말처럼 그것은 실로 불공평한 편애로, 미의식조차 바꾸는 것이다.
편애, 편견, 편식. 이런 말들이야말로 개인이 걸어온 궤적의 가장 핵심일지도 모른다. 너무 사랑했거나 너무 싫어했던 것이니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것이 이 책이 정말 재밌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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