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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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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세계의 문학』 가을호를 통해 시단에 등장해 욕망의 파편들을 실험적이면서 감각적인 방식으로 펼쳐온 성기완 시인의 여섯번째 시집 『빛과 이름』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시적 무정부주의자”(김현문학패 선정의 말)라는 평처럼 시인은 그간 한국 현대시의 기준을 허물고 그 자장을 끝없이 넓히며 자유분방한 시 세계를 구축해왔다. 불온한 욕망, 의미 없음, 사랑에 관한 언어의 실험, 시와 음악의 결합 등이 그의 30년 가까운 시력을 대변한다.
이번 시집 전반에 담긴 정서는 올해로 작고한 지 10년이 된 그의 선친 故 성찬경 시인을 비롯한 모든 이별한 존재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통탄과 그리움이다. 첫 시의 마지막 행 “누런 오후 하늘에 달무리 지”(「눈-화 아버지 돌아가시던 날 오후」)는 풍경은 아버지를 떠나보내던 날 “무릎을 말아 쥔 채/기다리”던 “어둠을”(‘시인의 말’) 짐작게 한다. 상실감에 굴복한 채 한곳에 고여 웅크리고 있을 법한 이 애절한 슬픔은 이어지는 시편들에서 다시 음악처럼 ‘들리는 것’으로 자세를 바꿔 더 깊은 울림으로 오감을 뒤흔든다. 슬프면 슬픈 대로 “끝없이 노래하”(「게으른 기타리스트의 발라드-Où sont les neiges d’antan?」)게 하는 동력은 다름 아닌 ‘사랑’이다. “때로 이름과 함께 절절히” 사랑했던 사람들을 하나둘 꺼내며 “스테이지에 홀로 서서 부르는 사랑 노래”(황유원).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서울신문 2023년 11월 4일자 - 경향신문 2023년 11월 17일자 '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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