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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란의 일곱번째 소설집. <일요일의 철학> 이후 단편소설집으로는 5년 만이다. 총 여덟 편의 단편소설로 이뤄진 이번 책에서는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살피는 세심한 문장과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주는 고백 조의 어조를 통해 작가가 지난 4년여의 시간 동안 고민해온 삶의 문제를 엿볼 수 있다.

특히 수록 작품 중 다수에서 사람 사이의 시작되는 작은 변화들이 삶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풀어내며, 개인과 타인의 문제를 각자의 삶과 연결해낸다. 더불어 조경란이 지속적으로 다뤄온 가족의 형태에 관한 문제를 섬세하게 파고드는 탐구 의식 역시 이번 소설집에서 이어진다.

매일 건강과 시
11월 30일
언젠가 떠내려가는 집에서
오랜 이별을 생각함
김진희를 몰랐다
492번을 타고
봄의 피안
저수하(樗樹下)에서

해설|기억에 없지만 잊고 싶지 않다는 말 _황예인

첫문장
그녀는 이 도시에 밤에 도착했다. 네다섯 채의 커다란 쓰레기통들이 주인처럼 보이는 거리였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조선일보 2018년 6월 16일자
 - 문화일보 2018년 6월 21일자
 - 국민일보 2018년 6월 22일자 '책과 길'

수상 :2024년 이상문학상, 2008년 동인문학상, 2003년 현대문학상, 1996년 문학동네 작가상
최근작 :<움직임>,<일러두기>,<푸른색 루비콘> … 총 78종 (모두보기)
소개 :199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불란서 안경원」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불란서 안경원』『나의 자줏빛 소파』『코끼리를 찾아서』『국자 이야기』『풍선을 샀어』『일요일의 철학』『언젠가 떠내려가는 집에서』『가정 사정』, 장편소설 『식빵 굽는 시간』『가족의 기원』『혀』『복어』, 짧은소설집 『후후후의 숲』, 산문집 『조경란의 악어 이야기』『백화점-그리고 사물, 세계, 사람』『소설가의 사물』 등을 펴냈다. 문학동네작가상, 현대문학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받았다.

조경란 (지은이)의 말
교정지를 넘겨놓고 새 단편소설을 한 편 썼다. 청탁을 받은 것도 아니고 마감이 정해진 원고도 아니었다. 이 일곱번째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도 대부분 그렇게 씌어졌고 어떤 소설은 몇 달씩 서랍 속에 있다가 발표되었다. 청탁이 밀리고 마감일을 넘겨 원고를 보냈던 시절이 있었나 싶다. 지금은 천천히 쓰고 오래 수정했다 기회가 오면 발표한다. 어쩌다 조금 나은 소설을 썼다는 기분이 들 때면 이 리듬 때문이라고 여긴다.

「11월 30일」은 집으로 가는 오르막길에서 본 한 청년의 뒷모습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고단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을 기다리는 사람을 그려보던 중이었다. 저녁 어스름 속에서 달걀 한 판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고개 숙인 채 골목을 오르는 그 청년의 모습이 마음에 깊이 남았다가 2016년 광화문에서 보낸 11월 30일의 개인적 경험과 연결되었다. 오래전부터 나이가 조금 더 들면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떠날 수밖에 없는, 용서가 아니라 이해를 구하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그런 소설은 아무래도 자기 고백적인, 형식이 자유로운 서간체가 어떨까 하다가 「오랜 이별을 생각함」을 썼다.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어떤 영향은 반드시 옳지는 않아도 미약하게나마 남은 생을 끌어당기는 힘을 갖고 있을 거라고 여긴다. 「492번을 타고」를 쓸 당시에는 고민이 많았고 거의 모든 것에 자신감을 잃은 때였다. 날마다 두세 시간쯤 정처 없이 걸어 다니며 낯선 사람들을 지켜보는 일로 나 자신을 지탱했을지 모른다. 그 시간을 통과한 후, 내가 쓰는 모든 소설이 살아가기에 관한 것이 되기를 바랐다. 이제 겨우 시작이라는 마음이 든다. ‘서시’라는 단어를 쓴 이유도 거기에 있겠지. 「봄의 피안」은 사람 사이에 변치 않는 마음, 그 견고함에 관해서 말해보려고 했다. 다른 방향에서 보고 다른 눈으로 보되, 사람이 사람에게 감탄하는 이야기 말이다. 그게 불가능한 일이라면 인간의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그런 질문을 했던 기억도 난다. 「저수하(樗樹下)에서」는 제목 때문이었을까, ‘염상섭 포럼’에 다녀온 후 지금 느낌으로는 순식간에 써 내려간 듯하다. 자전적 요소가 개입돼 있지만 어떤 환상이 일상에 틈입함으로써 좀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이야기가 되었으면 했다.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아직도 저수하에 살고 있으며 이곳에서 읽고 쓰는 하루하루를 예전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다. 표제작이 된 「언젠가 떠내려가는 집에서」는 아는 분이 저녁 식사 자리에서 들려준 소소한 뇌물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부정청탁금지법이 만들어지기 이전이었으며 그 후였다면 아마 쓰지 못했을 거란 짐작이 든다. 새로운 가족의 형태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심이 많다. “매일 건강과 시”라는 제목은 몇 년 전 스페인의 문학 행사 때 만났던 그곳의 한 노시인한테 들은 이야기에서 빌렸다. 자신에게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과 시, 그 두 가지라는 말이 마음을 울렸다. 소설을 쓰던 중에 이 여성이 그동안 듣고 한 말로 이루어진 단어들로 결말을 쓰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었고 그러자 안녕하세요, 기분이 어때요, 오늘은 날씨가 좋군요 같은 일상어들이 무척이나 특별하게 다가오는 정서적 경험을 했다. 「김진희를 몰랐다」에 나오는 다라이에 담긴 벤자민고무나무는 얼마 전에 가 보니 누렇게 말라버렸고 통 안에 색색의 팬지들이 소복이 피어 있었다. 아동 방임 문제를 어떻게 의미 있게 쓸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어떤 분에게 들은 앵무새 이야기가 떠올랐다. 구상 단계에서 얼핏 연결될 수 없을 거라고 느껴졌던 인물과 삽화들이 그렇게 만나 결합되었다.

이 책으로 전하고 싶었던 말은 사실 책의 표지가 충분히 보여주고 있는 듯해 마음이 놓인다. 소설집 제목을 ‘모르는 사람들끼리’로 하자는 말이 편집부와 오갔을 만큼 모르는 사람들, 몰랐던 사람들끼리 알아가고 이해하려는 단편들이 모였다. 많은 사건들을 통과하는 동안 인간은 이 땅 위에서 시적으로 거주한다는 횔덜린의 말을 자주 떠올렸다. 어떤 경우에도 삶이 먼저고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은 변함없다. 소설의 출발도 거기에 있으리라 믿고, 오늘은 오늘의 글을 쓰고 내일은 내일의 글을 쓸 뿐이다. 누군가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과장하지 않으며 자연스럽고 조용한 빛을 발산시키는 그런 책을 쓸 때까지.

문학과지성사   
최근작 :<개구리 남자>,<우리, 함께 걸을까?>,<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등 총 1,920종
대표분야 :한국시 1위 (브랜드 지수 1,814,338점),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6위 (브랜드 지수 969,019점), 철학 일반 10위 (브랜드 지수 80,620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