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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박찬순의 첫 소설집. “신산스런 생존의 조건들이 건드릴 수 없는 환상 속의 ‘발해풍 정원’처럼 고유한 격이 있다”는 평을 받으며 등단한 저자는 생이 쥐고 있는 희망과 그 희망을 찾아나서는 사람들의 모습을 농익은 필치와 간결한 호흡으로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생활 영역인 외화 번역자부터, 온돌과 보일러, 중국 서민 음식인 양꼬치와 흰집칼새 둥지 요리, 오토바이 묘기, 다양한 민물고기, 태국 마사지, 폐사지와 연꽃, 크리스털 제조자 등등 놀랍고도 치밀한 소재와 광범위한 11편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발해풍의 정원
가리봉 양꼬치
손가락 철학자
연밥 따는 시간
흰집칼새 둥지
지질시대를 헤엄치는 물고기
잭나이프 하는 바퀴
지하삼림을 가다
우리 집 이사했다
물의 축제
립싱크

해설_ 경계인의 정처를 위하여_ 김병익
작가의말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10년 1월 15일자
 - 동아일보 2010년 1월 16일자
 - 중앙일보(조인스닷컴) 2010년 1월 16일자

발해풍의 정원
표제작이자, 이번 소설집의 핵심인 작품. 간결하고도 세련된 필치로 가슴 아픈 사랑을 이야기한다.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 있는 ‘나(김본)’은 보일러 영업이사이다. ‘나’가 재직 중인 보일러 회사는 동구권 진출을 위해 십여 년 전부터 이곳에 차이하나(우즈벡식 찻집) ‘카레야’를 운영 중이다. 그러나 회사의 흑자부도로 이제는 이곳의 문을 닫아야 할 처지이다. ‘나’는 이곳에 도착하는 그 순간부터 한 여자를 떠올린다. 옛 사랑, 카레이스키 오알료나이다. 그녀는 ‘차아하나 카레이’의 아이디어 제공자이자, 첫 운영자였다. 어느 날 고장난 보일러 때문에 우는 그녀를 보고 ‘나’는 ‘알 수 없는 감정’에 휘말린다. 서울에 있는 애인과 오알료나 사이를 반복하며 살아가던 나는 죄책감에 시달리지만, 오알료나가 건네는 달콤한 손길에 결심을 미루고만 있다. 그녀와 함께 발해풍 정원에 가게 된 ‘나’. 발해풍 정원은 잊을 수 없는, 그리고 잊지 않는 공간이다.

가리봉 양꼬치
200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차분하며 신산스런 생존의 조건들이 건드릴 수 없는 환상 속의 발해풍(渤海風) 정원처럼 고유한 격이 있다”는 평을 받은 작품이다.
‘나(파야)’는 가리봉동의 닝안반점 양꼬치 요리사다. 불법체류자의 신분으로 먼저 밀입국한 자신의 부모를 찾아 서울에 왔다. 그러나 자신의 부모의 행적은 묘연하고, 이리저리 방황을 한 끝에 가리봉동에 정착했다. 이곳에는 그의 작고 누추하지만 따뜻한 보금자리와 자신의 애인인 분희가 있다. 분희는 대륙다방 종업원으로 ‘나’와는 어릴 적부터 장래를 약속한 사이다. 나는 안정된 생활을 바탕으로 자신 만의 양꼬치 소스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한다. 실패 끝에 부추을 섞은 양념을 개발하고 그 맛을 평가 받기 위해 분희와 분희의 친구들을 초대한다. 초조하게 그들을 기다리는 ‘나’는 그동안의 일들을 회상하며 콧노래를 부르지만, 정작 찾아온 것은 분희와 그 지역의 조직폭력배들이다. ‘나’는 소스의 비밀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들이 찌른 칼에 맞고 천천히 죽어간다.

손가락 철학자
어쩔 수 없이 헤어진 한 남녀와 크리스털이 내는 오묘한 빛이 아우러진 수작이다.
한때 운동권이었던 ‘나’는 여행사 TC이다. 얼마 전 이혼을 하고 어린 딸과 둘이서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KM’이라는, 크리스털 장인과 그가 그믐날 밤 프라하에서 벌이는 퍼포먼스에 대한 소문을 듣는다. ‘나’는 KM이 과거 자신이 그리고 자신을 사랑했던 한 남자가 아닐까 하는 마음에 조바심이 인다. 마침내 프라하를 여행하는 단체를 맡게 된 ‘나’는 남자의 정체를 알고 싶어 마음이 급하다. 그 남자 KM은 민주화 투쟁을 하던 시절 만난 사람이다. 둘은 언제나 함께 투쟁했고 사랑했다. 어느 해, 크리스털 공장에 위장 취업을 한 그들. 그러나 ‘그’는 투쟁보다는 크리스털에 매혹된 듯하다. 결국 크리스털 공장 점거 작전에 성공하는 그들. 그...

수상 :200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최근작 :<검은 모나리자>,<암스테르담행 완행열차>,<북남시집 오케스트라> … 총 17종 (모두보기)
소개 :200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가리봉 양꼬치」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으로 『발해풍의 정원』 『무당벌레는 꼭대기에서 난다』 『암스테르담행 완행열차』가 있다. 2011년 아이오와 국제창작프로그램, 2015년 테헤란 레지던스 작가로 선정되었다. 2012년 서울문화재단, 2017년 경기문화재단 문예창작지원금을 수혜했다. 2014년 한국소설가협회 작가상, 2018년 문학비단길 작가상을 수상했다.

박찬순 (지은이)의 말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밥을 위해 내 모든 시간이 생업에 바쳐지고 있을 때 문득문득 쓰고 싶다는 욕구가 턱에 찰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산다면서 그 욕구를 꾹꾹 눌러왔다. 어쩌다 운 좋게 늦깎이 등단은 했지만 쓴다는 일의 지엄함을 모르고 함부로 뛰어들었다는 생각에 괴로움이 크다. 준비도 안 된 채 왜 쓰느냐고 내 자신에게 물어본다. 아무래도 그것은 내 생의 첫 기억과 관련이 있을 듯하다. 피난길의 끝에 보았던 녹색 세계에 대한 동경이다.
겨우 네 살 차이 오빠 등에 어설프게 업혀 떠난 피난길이 내 생의 첫 기억이었다. 어머니의 등은 병환 중이던 할머니에게 내어주었다. 아장거리며 길을 나서면 바로 몇 발짝 앞에 폭탄이 떨어져 나는 눈 위에 납작 엎드리는 법을 배웠다. 의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서울 생활은 다복했지만 내겐 전쟁 이전의 기억은 전혀 없다. 갑작스런 아버지의 부재도 전쟁 때문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환자가 있었던 우리 가족은 수 백리 길을 걸어서 몇 달 뒤에야 고향에 닿았나 보다. 고향 마을 어귀로 들어섰을 때 그곳에서는 화약 냄새가 나지 않았다. 초록 보리밭과 나무와 풀숲으로 넉넉한 녹색의 세상이었다. 홀연 어린 마음에도 저절로 안도감이 느껴졌다. 이런 세상을 두고 왜 그런 험한 곳을 헤맸는지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전쟁도 끝나고 인간이 그토록 많은 것을 이루었다는 지금도 세상살이는 녹록지 않아 고통스럽고 위태로운 일들 투성이다. 내 곁에는 거센 물살을 힘겹게 가르는 작은 친구 물고기들이 있다. 그들은 물살을 따라 내려가다가 또는 거슬러 올라가다가 몸에 생채기가 나고 한쪽 지느러미가 잘려나갔다. 나를 안심시키던 그 푸른 세상이 다시 그립다. 나와 내 이웃 물고기들에게 그런 안도감은 좀체 찾아지지 않을 것만 같다. 우린 모두 서로에게 실오라기 한 올만큼이라도 힘이 되어줄 수 없음을 나는 안다. 이 얽히고설킨 복잡한 세상에서 우리 삶의 조건에 무슨 조화를 부릴 마법은 없다. 다만 이 말만은 할 수 있을 듯하다. 고통의 한가운데를 늠연하게 견뎌내는 이들의 지느러미에는 아무도 범접하지 못하는 눈부심이 깃들어 있을 것이라고. 그것을 찾아내는 일만이 이 혼돈의 세상을 사는 보람이라고. 누군가 그 눈부심을 찾아낼 수 있다면 행운이리라. 그 누군가가 가끔은 나였으면 정말 좋겠다.
그리하여 나는 땀 냄새에 절은 일터를 사랑하고 싶다. 굵은 땀방울 흠씬 흘린 뒤에도 어이없게 찾아오는 고통에, 홀로 아파하는 이를 만나고 싶다. 그의 몸에서 눈부심의 징후를 맡고 싶다.
학창시절부터 내게 글쓰기를 부추긴 친구이자 글 스승인 소설가 윤후명 형과 문학의 찬연함을 느끼게 해준 김치수 선생님, 내 무딘 글에 첫번째로 격려의 눈길을 주신 최윤 선생님, 피난길에서부터 내 생에 변함없는 등짝이 되어준 오빠에게 무한한 사랑을 보낸다. 무엇보다 부족한 글을 책으로 엮어주신 문학과지성사에 깊이 감사드린다.

문학과지성사   
최근작 :<아일랜드>,<여행하는 목마>,<소설 보다 : 가을 2024>등 총 1,923종
대표분야 :한국시 1위 (브랜드 지수 1,871,033점),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6위 (브랜드 지수 988,501점), 철학 일반 10위 (브랜드 지수 82,778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