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월간 '현대문학'에서 등단한 젊은 작가 이기호의 첫 소설집. 지난 5년 간 여러 잡지에 발표해온 여덟 편의 작품을 모아 묶었다. 해설을 쓴 우찬제는 이 책을 작가의 '이야기하는 욕망과 대화적 상상력'의 탁월한 성취라 말한다.
절에서 길러진 고아 소녀('머리칼 전언'), 지하철 앵벌이('옆에서 본 저 고백은'), 생활에 찌든 무능한 가장('최순덕 성령충만기'), 자기 이름 석 자밖에 쓸 줄 모르는 청년('백미러 사나이'), 민통선 근처서 감자밭 가꾸기에만 여념이 없는 순박한 아낙('발밑으로 사라진 사람들') 등 사회 주변부에 놓인, 교양이란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막돼먹은' 사람들의 삶이 주를 이룬다.
저잣거리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자잘한 이야기들을 한데 모아 '닦고 조이고 기름을 쳐서' 빚어내는 재주가 눈에 띈다. 작가의 '삐딱한 세상 보기'가 경쾌하고 자유자재한 문체를 통해 그려진다. 유쾌한 웃음 끝에 씁쓸함을 느끼게 하는-오랜만에 눈에 띄는 신인작가의 데뷔작이다.
버니
햄릿 포에버
옆에서 본 저 고백은 - 告白時代
머리칼 傳言
백미러 사나이 - 사물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간첩이 다녀가셨다
최순덕 성령충만기
발밑으로 사라진 사람들
1999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 공모에 단편소설 <버니>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사과는 잘해요》 《차남들의 세계사》 《목양면 방화사건 전말기》, 소설집 《최순덕 성령충만기》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김 박사는 누구인가?》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등이 있다. 동인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승옥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이기호 (지은이)의 말
어느 책에선가 자살한 문어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작가의 말을 쓰고 있는 지금, 그 문어의 어지러운 다리가 내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돌아보니 지난 오 년, 내 삶의 궤적이 꼭 그 꼴이었다. 해산되어버린 서커스단의, 그리 신통치도 않고 게으르기까지 한 문어. 심수봉 누님의 전언처럼 '사랑밖에 모르는' 문어. 그 문어의 혼잣말이 바로 여기에 묶인 소설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