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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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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올해로 데뷔 22년을 맞은 소설가 이나미가 6년 만에 펴낸 중단편소설집. 최근 몇 년간 작가가 맛본 여러 가지 삶의 맛을 생생하게 펼쳐놓은 작품집이다. <수상한 하루>에는 우리의 평범하고도 특별한 구석들을 있는 그대로 확대시킨 9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노동자 출신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유용주가 소설집의 발문을 썼다.
소외된 사람들의 혼잣말을 소설로 형상화한 이 작품집에는 우리가 매일 스쳐지나가는 이들의 하루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하철 잡상인, 거리의 상인들, 싸이월드 1촌, 온라인 카페 멤버, 엄마의 간병인, 연립 반장 아주머니, 대구지하철 화재 희생자 등 작가는 우리에게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거짓된 신상명세를 바탕으로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서로 속고 속이는 나날들을 소개하는 '집게와 말미잘', 지하철에서 중국산 물건을 파는 사람들의 심리를 대구지하철 화재 사건과 연결한 소설 '자크린느의 눈물', 군생활을 견디다 못해 죽음을 선택한 남동생의 심리를 그린 '푸른 푸른' 등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작가의 말 : 『수상한 하루』에는 삶에 놓인 덫과 그 덫에 치인 이들의 양태가 다양하게 드러나 있다. 발목 죄어오는 덫의 통증은 ‘이제 더는 안 참아!’라는 외침으로 터져 나오거나 살인으로 이어지고, 가상으로 도피하게 만들기도 한다. 커피믹스로 탄 커피를 마시며 직접 볶은 원두로 만든 아이리시 커피의 향을 말하고, 퉁퉁 부은 다리로 마트 계산대에서 벗어나면서 연구실 창가에서 휴식을 취하는 여교수의 환상에 젖는다. 융통성 없이 한곳만 바라본 사람들의 좌절은 더 깊다. 거머쥐고 싶었던 걸 다 놓아버리고 웅크린 뒤에야 그들은 삶의 의지를 새순처럼 피워올린다. 결연히 삭발한 여자의 허연 두피에 드러난 머리 뿌리가 화분에 뿌려놓은 씨앗처럼 보일 때, 한 오라기의 희망을 지어내며 또 살아보아야 하지 않겠냐고, 이나미는 말한다. : 단언코, 이나미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소설을 앓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래서 앓음다운 짐승인 게다. 어쩌면 고양이로 태어나기 전에 작고 눈 까만, 초식동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언제나 진행형인, 불통투성이 세상에서 온몸으로 울부짖지는 않을 것이다. : 이나미는 소외된 사람들을 지긋한 눈으로 응시하는 데 남다른 재능을 갖고 있는 작가인 것 같다. 삶의 구석구석이 엿보이는 아홉 편의 소설들을 읽었다. 부박한 생을 견뎌내려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삶의 모든 국면에는 언제나 희망이 숨어 있다는 걸 배운다. 절대, 겸허하고 인간적인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소설들이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동아일보 2010년 5월 15일 새로나온 책 - 한겨레 신문 2010년 5월 22일 문학 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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