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지은이)의 말
소설(小說)이란 '작은 이야기'란 뜻이다. '큰 이야기'가 아니다. 작은 이야기라고 하면 보통 10분 이내에 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원고지로 따진다면 10매 이내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요즘에 보통 소설이라고 하는 것은 보통 책 1권 분량이다.
책 1권은 원고지 1천매 내외이다. 이런 분량의 이야기는 소설이 아니다. 원고지 10매 이내, 시간상으로 10분 이내의 이야기에 해당하는 것이 소설이라고 한다면, 이 책에 실린 내용들은 그야말로 소설에 해당한다. 어찌 보면 '정통 소설'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정통을 주장하려면 소설가(小說家)에 대한 역사적 계보가 장구하다는 사실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소설가의 계보는 동아시아 역사에서 2천5백 년이 넘는 장구한 전통을 지니고 있다. 중국의 제자백가(諸子百家) 시대가 바로 그 '소설가'의 태동기였던 것이다. (중략)
길거리에서 들은 이야기, 즉 도청지설(塗聽之說)을 문자로 적어 낸다는 것은 3가지를 의미한다. 첫째는 여론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를 살피는 작업이다. 예나 지금이나 ‘도청지설’은 시중의 여론을 대표한다. 둘째는 재미를 제공한다. 인간들 사이에서 발생한 이야기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다. 인간에겐 인간사가 가장 재미있는 것이다. 셋째는 정보이다. 이야기가 정보이고, 소문이 정보 아니던가. 이를 달리 표현한다면 교양이기도 하다. 소설의 본래 역할은 여론, 재미, 정보(교양)이었다.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은 모두 소설이다. 이야기 하나마다 원고지 200자 원고지 5.5매 분량의 짧은 글이다. 그러므로 정통 소설인 것이다. 다른 소설가들은 정통 소설가가 아니다. 책 1권 분량을 쓰는 일반 작가들은 대설가(大說家)라고 불러야 맞는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 왔다. 필자야말로 2천5백 년 역사의 계보를 잇는 소설가이다.
소설은 소설답게 짧아야 한다. 이 책은 그 정통 소설의 본령에 부합된다. 내용의 상당 부분은 ‘도청지설’에 해당한다. 정통 소설의 3대 본령인 여론, 재미, 정보를 담았다. 이 책은 정통 소설이 무엇인가를 보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