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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법 70년 변화와 전망
청헌 김증한 교수 30주기 추모논문집 간행위원회
(엮은이) |
법문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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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행사
청헌 김증한 교수를 그리며
선생님께서 세상을 떠나신 지도 벌써 30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자취가 너무 크고 또렷하여, 크고 작은 일들이 생길 때면, 선생님을 자주 떠 올리고 그리워합니다.
오늘의 법조현실이 뒤숭숭한 탓인지, 처음 판사로 발령받고 인사드리려 찾아뵈었을 때,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을 곰곰 되씹게 됩니다.
그때 선생님께서는 법의 의미와 목적을 깊이 천착하지 않고,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과 도구로 이용하려고 법을 구부릴 때의 그 부정직함, 그리고 그로부터 생기는 해악을 경계하셨습니다.
오늘 법을 앞세우는 사람들의 그 내면에 있는 불순함이 엿보이는 듯하고, 그 폐해는 두고두고 나타날 것이라는 예감이 떠나지 않기 때문에 선생님의 말씀이 더욱 생생하고 또렷하게 들리는 듯합니다.
그러면서, 젊은이들 특히 젊은 법학도들에게 걸었던 선생님의 믿음과 기대를 되새기게 됩니다. ...
간행사
청헌 김증한 교수를 그리며
선생님께서 세상을 떠나신 지도 벌써 30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자취가 너무 크고 또렷하여, 크고 작은 일들이 생길 때면, 선생님을 자주 떠 올리고 그리워합니다.
오늘의 법조현실이 뒤숭숭한 탓인지, 처음 판사로 발령받고 인사드리려 찾아뵈었을 때,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을 곰곰 되씹게 됩니다.
그때 선생님께서는 법의 의미와 목적을 깊이 천착하지 않고,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과 도구로 이용하려고 법을 구부릴 때의 그 부정직함, 그리고 그로부터 생기는 해악을 경계하셨습니다.
오늘 법을 앞세우는 사람들의 그 내면에 있는 불순함이 엿보이는 듯하고, 그 폐해는 두고두고 나타날 것이라는 예감이 떠나지 않기 때문에 선생님의 말씀이 더욱 생생하고 또렷하게 들리는 듯합니다.
그러면서, 젊은이들 특히 젊은 법학도들에게 걸었던 선생님의 믿음과 기대를 되새기게 됩니다. 오늘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풀 주체는 결국 젊은이들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젊은 법학도들에게 성실하셨습니다. 아주 작은 예지만, 지금과 달리 논술형식으로 된 당시 2차 사법시험 채점을 하실 때, 선생님께서는 일찍 일어나 시험지를 살펴보시되 오전 중에만 점수를 매기셨습니다. 이유를 여쭌 즉, “아무래도 저녁에는 정신이 맑지 못한데, 내 소홀로 젊은 사람의 진로가 잘못되어서는 안 되지 않나?”하시는 것이었습니다. 평생 간직하고 지키신 사도(師道)이십니다
법조개혁과 관련하여서는 선생님께서 아쉬워하실 것 같아 죄송한 마음도 갖게 됩니다.
선생님께서 세상을 떠나신 후 법조계 최대의 변화중 하나는, 종래의 법학교육제도를 전면적으로 바꾸어 2009년부터 법학전문대학원 이른바 Law School제도를 채택한 것일 것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생전, 우리 법학계가 극복해야할 과제로 고시법학을 말씀하시곤 하셨습니다. 법률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자격시험인 사법시험을 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처음부터 시험 합격을 목표로 거기에 매달려서는 안 되고, 학문으로서의 법학을 먼저 배우고 익힌 다음 시혐을 쳐 합격하여야 비로소 올바른 법조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신 것입니다. 참으로 새겨들어야 할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러나 법조개혁의 핵심으로 삼는 법학전문대학원제도가 오히려 고시법학을 심화시키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머리 흔드시는 선생님의 모습을 떠 올리게 되고, 우리 법조개혁의 미진함과 법학전문대학원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하여 해야 할 일을 다시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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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생, “살아있는 법을 발견하여 적용하려고 애써야한다. 살아있다는 것은 변하는 것이므로 항상 연구와 성찰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는 선생님의 가르치심을 삶과 재판의 좌표로 삼아왔지만, 이 말씀은 곧 선생님 삶의 묘사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제가 당시 저술하시는 물권법의 원고정리를 도와 드리려고 1970년 댁을 찾아뵙고 기거하게 될 때, 먼저 놀란 것은, 15평 남짓 너른 서제에 꽉 들어찬 원서들이었습니다. 책값이 비쌀 뿐만 아니라 해외에 송금하는 절차도 쉽지 않은 때, 그 많은 책을 구입하시다니......! 대학원생에 불과하던 나에게는, 주(註)에서만 보던 세계적 대가들의 저서를 내 눈으로 찾아 뽑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 보다도 더욱 각인되고 기억되는 것은, 독일의 NJW, 일본의ジュリスト등을 정기구독하시면서 독일과 일본의 학설의 추이와 변동을 주의 깊게 관찰하시고, 하루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으시는 모습이었습니다.
나중 선생님으로부터 직접 들은 고백이지만, 선생님은 그 때 마음이 무척 급하셨다고 합니다. 변변한 법률잡지 하나 없었던 척박한 법학계에서 당시 선진으로 여겼던 독일과 일본의 법학을 극복하고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겨눌 한국법학을 일궈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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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후학들이 드리는 이 논문집 『우리 법 70년 변화와 전망 -사법을 중심으로-』를 헌정 받으며, 기뻐하실 모습이 눈에 선하고, 느끼는 감동도 각별합니다. 선생님의 학문을 감히 평할 수는 없지만, 선생님의 학문작업은 법과 법원칙들을 찾아 발견하고 그것들이 잘 유지되고 작동되도록 모색하는 지혜를 탐구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 학설은 고쳐지고 변경되기도 하겠지만, 그러나 그러한 변화 속에서도 올바른 법과 법의 원리를 찾는 일이 멈추어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는 그 일에 동참하는 모든 이들을, 친구요 동역자요 제자로 여길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제 세월의 흐름을 따라, 선생님께 직접 사사한 제자들은 벌써 원로가 되었는데, 그 원로와 책으로만 존함을 알았던 신진의 학자들까지도 함께 모여 선생님을 기념하며 연구업적을 담은 논문집을 내어 헌정하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귀하고 의의 있는 일입니다.
이 논문집이야말로 선과 형평의 원리를 찾는 일이 우리 안에서 끊임없이 그리고 중단 없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산 증거이며, 선생님께서 가장 보람되고 기쁘게 여기시는 일이 될 것입니다.
끝으로 이번 추모논문집 사업은 정창순 님(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11회)이 김증한 선생님의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희사해주신 출연금으로 추진되었습니다. 선생님 30주기를 맞아, 선생님의 학덕이 다시 한 번 기억되고, 그 학풍이 후학들에게 이어지는 모습이 아름답게 펼쳐지도록 해 주신 정창순 님에게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