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리스 빈은 어디서건 골치가 아프다. 집에서는 귀찮은 동생과 언니, 오빠에 시달리는 데다가 학교에 가면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다가 선생님께 꾸중을 듣는 게 일쑤니까. 클라리스 빈이 좋아하는 건 딱 하나, '루비 레드포트 총서'라는 탐정 소설이다. 클라리스 빈이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책벌레가 되었을 정도로, 이 책은 무지무지 재미있다. 비록 선생님은 그런 책이 '도대체 배울 거라곤 하나도 없는 책'이라고 하지만.
발랄한 입말, 기발한 그림, 말투를 고스란히 담아 꿈틀거리는 글 배치 등 로렌 차일드만의 독특한 형식은 여전히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한 아이들의 평범한 생활 속에, 뼈 있는 한 가지 주제를 아이들의 말로 유쾌하게 담아내고 있다.
지은이는 주인공 ‘클라리스 빈’의 입을 빌어 '즐거운 책읽기'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책, 특히 아이들 책은 반드시 교육적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대신, 아이들 스스로 찾아 읽는 '재미난 책'도 충분히 가치 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이 책도 무엇인가 배우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도 못할 정도로 재미있다.
<길 아저씨 손 아저씨> 두 다리가 불편한 길 아저씨와 두 눈이 보이지 않는 손 아저씨가 서로 도와 어려움을 이겨내고 행복을 만들어 간다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훨훨 간다> <강아지 똥>의 작가 고 권정생 선생님의 다정하고 따뜻한 글에 김용철 화가의 섬세하고 정성스런 석판화가 멋지게 어우러진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