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채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더 스크랩>을 새롭게 단장해 선보인다. 원문을 충실하게 반영한 새 번역에 제목과 꼭 닮은 커버재킷을 입은, 한층 알찬 구성이다. 사진삽화와 앙상블을 이뤘던 원서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기존 한국어판에 없던 40여 컷의 일러스트도 새로 그려넣었다.
구성은 크게 세 장으로 나뉜다. 처음 장은 「에스콰이어」, 「롤링스톤」, 「라이프」, 「뉴욕타임스」 등 신문과 잡지에서 흥미가 당기는 기사를 스크랩하여 쓴 81편의 '스크랩' 에피소드이고, 개장을 앞두고 있던 '도쿄 디즈니랜드 방문기'와 1984년 LA 올림픽 시즌에 쓴 '올림픽과 관계없는 올림픽 일기'가 차례로 이어진다.
특히, 둘째 장에는 도쿄 디즈니랜드 방문에 동행한 안자이 미즈마루 씨의 일러스트를 함께 수록해 오랜 콤비 '무라카미 하루키×안자이 미즈마루'가 빚어내는 글과 그림의 하모니도 맛볼 수 있다. 1982년 봄부터 1986년 2월까지, 격주간지 「스포츠 그래픽 넘버」에 연재한 글들을 한데 엮은 책이다.
수상 :2010년 일본 서점대상, 2006년 프란츠 카프카상, 1994년 요미우리 문학상, 1985년 다니자키 준이치로상, 1982년 노마문예신인상, 1979년 군조신인문학상, 1944년 요미우리 문학상 최근작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2>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1> ,<어느 작가의 오후> … 총 982종 (모두보기) 소개 :일본의 작가, 영미문학 번역가.
1949년 교토에서 태어났다. 와세다대학교 제1문학부 연극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에 결혼하여 1974년부터 7년여 동안 아내와 재즈 카페를 운영했다. 서른 살을 앞두고 소설을 쓰기 시작한 그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1979)로 《군조》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했다. 1981년부터 전업 작가로서 활동했고, 1987년에 발표한 《노르웨이의 숲》으로 경이로운 판매 기록을 세운다. 이는 일본 문화계에 ‘무라카미 하루키 신드롬’이리는 용어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된다.
이후 《양을 둘러싼 모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태엽 감는 새》, 《1Q84》, 《기사단장 죽이기》 등 화제작을 차례차례 발표했다. 일본을 넘어 아시아를 비롯한 미국, 유럽, 러시아까지 총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된 그의 책들은 각국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고 권위 있는 문학상들을 수상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영미문학 번역가로도 유명하다. 스콧 피츠제럴드, 레이먼드 챈들러, 레이먼드 카버, 트루먼 커포티 같은 작가의 작품을 일본어로 옮겨 재조명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최근작 :<[큰글자도서] 스타벅스 일기> ,<스타벅스 일기> ,<어느 날 마음속에 나무를 심었다> … 총 359종 (모두보기) 소개 :일본 문학 번역가. 에세이스트.
지은 책으로 『스타벅스 일기』 『번역에 살고 죽고』 『귀찮지만 행복해볼까』 『혼자여서 좋은 직업』 『어느 날 마음속에 나무를 심었다』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 『달팽이 식당』 『카모메 식당』 『시드니!』 『애도하는 사람』 『빵가게 재습격』 『반딧불이』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종이달』 『배를 엮다』 『누구』 『후와 후와』 『츠바키 문구점』 『반짝반짝 공화국』 『라이온의 간식』 『숙명』 『무라카미 T』 등이 있다.
다사다난했던 우리의 1980년대, 하루키 씨와 제대로 추억하기
걱정 마세요, 재미있으니까!
비채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더 스크랩》을 새롭게 단장해 선보인다. 원문을 충실하게 반영한 새 번역에 제목과 꼭 닮은 커버재킷을 입은, 한층 알찬 구성이다. 사진삽화와 앙상블을 이뤘던 원서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기존 한국어판에 없던 40여 컷의 일러스트도 새로 그려넣었다. 구성은 크게 세 장으로 나뉜다. 처음 장은 <에스콰이어><롤링스톤><라이프><뉴욕타임스> 등, 신문과 잡지에서 흥미가 당기는 기사를 스크랩하여 쓴 81편의 ‘스크랩’ 에피소드이고, 개장을 앞두고 있던 ‘도쿄 디즈니랜드 방문기’와 1984년 LA 올림픽 시즌에 쓴 ‘올림픽과 관계없는 올림픽 일기’가 차례로 이어진다. 특히, 둘째 장에는 도쿄 디즈니랜드 방문에 동행한 안자이 미즈마루 씨의 일러스트를 함께 수록해 오랜 콤비 ‘무라카미 하루키×안자이 미즈마루’가 빚어내는 글과 그림의 하모니도 맛볼 수 있다.
《더 스크랩》은 1982년 봄부터 1986년 2월까지, 격주간지 <스포츠 그래픽 넘버>에 연재한 글들을 한데 엮은 책이다. 지금은 환갑이 훌쩍 넘은 작가가 서른다섯 살이던 시절이고, 작품으로 보면 장편소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발표한 즈음이다. 책에 실린 것처럼, 마이클 잭슨이 전세계 뮤직차트를 석권하고, 파랑 펩시와 빨강 코카콜라가 열띤 경쟁을 펼치고, 로키와 코만도가 테스토스테론을 마구 뿜어내던, ‘로망’ 가득한 시절이다. 카렌 카펜터스와 리처드 브라우티건이 유명을 달리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때 태어난 아기들이 벌써 스물아홉, 서른이 되었으니 꽤 오래된 옛날이야기가 되는 셈이지만, 걱정할 것 없다. 우리는 오늘도 그 시절의 문화를 향유하며 살고 있는 데다, 무진장 재미있으니까! 작가를 닮은 심플하고도 유쾌한 문체, 그 특유의 리듬감에 실린 1980년대가 이제 한국 독자에게 응답할 차례다.
작가적 근력과 재기 넘치는 순발력, 여유 있는 유연성까지!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세계적인 작가의 기초체력을 확인할 수 있는 매력적인 메타 에세이
《더 스크랩》을 읽는 즐거움은 뭐니 뭐니 해도 자연인 무라카미 하루키를 만난다는 데 있다. 육 개월 전에 담배를 끊었는데 꿈속에서 무의식중에 담배를 입에 물었다가 꿈에서도 깜짝 놀랐다며 애꿎은 말보로 광고를 타박하고(<말보로 나라로 오세요>), 머리숱도 별로 없는 아저씨 빌 머레이가 왜 그렇게 인기가 있는 것이냐며 질투 섞인 투정을 부리고(<빌·‘고스트 버스터스’·머레이>),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가만히 있어도 한 달에 기만 부가 팔리면 어떤 기분일까 하고 궁금해하기도 한다(<1951년의 파수꾼>). 하루키 에세이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영화, 음악, 책 이야기도 풍성하다. <스타워즈-제다이의 귀환>을 세 번이나 봤다며 스타워즈 예찬론을 늘어놓고(<스타워즈의 츄바카>), 스티븐 킹의 팬이지만 그래도 <쿠조>는 좀 지루했다며 솔직한 독후감을 토로한다(<스티븐·공포·킹>).
“〈에스콰이어〉 12월호는 《호밀밭의 파수꾼》 출판 삼십 주년을 기념해서 ‘중년을 맞이한 파수꾼’이라는 작은 특집기사를 꾸몄다. 소설도 생일을 축하받다니 대단한 일이다. 흔히 이십 년 지나도 평가가 변하지 않으면 그 소설은 진짜라고 하는데 (…중략…) 그런데 가만히 내버려둬도 한 달에 이삼만 부가 팔리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_<1951년의 파수꾼>에서
“지난번에도 이 칼럼에서 스티븐 킹 원작의 영화 〈쿠조〉 이야기를 썼는데, 이번에는 같은 스티븐 킹 원작으로 존 카펜터가 감독한 <크리스틴> 이야기다. 유감스럽게도 이 원작은 아직 읽지 못했지만(하여간 줄줄이 신작을 내는 사람이라) (…중략…) 그러나 그럼에도 이 영화는 참으로 재미있다. 어디가 재미있는가 하면 이 영화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크리스틴이라는 이름의 빈티지 자동차인데, 그 점이 재미있다.”_<스티븐 킹&존 카펜터>에서
하여간 기분 나쁘지 않게 ‘돌직구’를 날리는 법을 하루키만큼 잘 아는 작가도 드물 것이다. 한편 아침 발기 횟수에 대해서 집요하리만치 상세한 통계를 전달하고(<늙는다는 건 어떤 것일까>), 성병 헤르페스에 대한 정보를 담담하게 설명하고(<헤르페스1,2>), 유명인사의 연수입을 키워드 삼아 당당하게 돈에 대한 관심을 표하는(<레지 잭슨과 빌리 조엘, 두 사람이 100만 달러를 버는 방법>) 등, 다소 주뼛거릴 수 있는 화제도 거침없는 입담으로 유쾌하게 풀어낸다. 하지만 이 책은 굉장히 사소할 뿐이라며 이삿짐을 싸다 벽장에서 나온 오래된 앨범을 보듯 무심코 봐달라고 작가는 책머리에서부터 겸손을 표한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이 글들의 백미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빤한 순간을 무라카미 작가만의 눈으로 스크랩하여 들려주는 점일 것이다. 작가가 ‘로키’ 실베스터 스탤론을 두고 하는 말이 인상적이다.
“‘로키’가 뻔한 시리즈라고 한다면 스탤론의 인생도 뻔한 인생이다(어쩌면 누구의 인생이건 뻔한 인생이다). (…중략…) 신의 계시라고 말하지만, 딱히 그 정도는 아니다. 여자, 술, 사치, 좌절…… 성공에 필수적으로 따라다니는 흔히 있는 얘기다. 그러나 그 흔히 있는 얘기를 ‘신의 계시’라 생각하고 대작 영화를 만들어 히트시킨 점이 스탤론의 대단한 점이다.”_<호랑이 눈·‘로키’·스탤론>에서
그런 점에서 하루키도 꼭 마찬가지로 대단하다. 일상이라는 아득한 크레바스에서 빛나는 순간을 길어올려 이렇게 걸작 에세이로 풀어내 히트시키니 말이다. 역시 하루키! 신간이 나온다는 소식 만으로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는 작가답다. 서른다섯, 청년작가 하루키의 존재감으로 반짝반짝하는 《더 스크랩》은 그 시절 청년들은 물론이고 삼십 년 후 오늘의 청년들에게도 흥미진진한 독서를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