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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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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을 거부한 돈 키호테. 그 절대고독을 찾아 떠난 영적 순례기. 이순을 넘긴 작가 서영은이 돈 키호테가 가장 돈 키호테다워지는 땅 라 만차로 떠났다. 루타 데 돈 키호테(La Ruta de Don Quijote) 즉 돈 키호테 길(루트)에 오른 것이다. 그곳에서 마주친 돈 키호테는 400년의 세월이 무색하도록 뜨겁고 생생하며, 그 여정은 텍스트 여행이라기 보다는 순례에 가깝다.
전 세계 사람들을 스페인에서도 가장 척박한 황야로, 이제는 돌지 않는 풍차를 보러 떠나게 하며, 음습한 지하감옥으로 불러들이는 거대한 허구의 땅 라 만차. 라 만차를 찾은 작가 서영은이 들려주는 돈 키호테 이야기는 우리가 알던, 허무맹랑한 4차원 모험담과는 많이 다르다. 작가 서영은은 불행한 세리 세르반테스의 삶에 한때 알론소 키하노였던 한 남자와 우리의 인식을 영원히 바꾸어놓은 영웅 돈 키호테의 이야기를 포갠다. 그리고 그 위에 자신의 삶을 던진다. 오래전에 흘렸어야 했던 눈물을 쏟고, 돈 키호테의 삶에 자기 자신을 비추어보고, 행간에 숨은 성경적 메시지를 읽는다. 1. 높이 쳐든 오른손 : 이 책은 돈 키호테가 육적 소유의 삶에 안주한 세속에 대적해 철저히 의미와 존재적 삶을 추구한 영성적 인물임을 일깨운다. 이는 작가 자신의 절대선을 향한 도전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서영은은 돈 키호테를 낳은 스페인의 황무지에서 다시 산티아고로 이어지며 열리는 영적 순례의 길에 우리를 초대한다. 그 길에 동참해 우리의 무디어진 영성을 흔들어 깨우고 싶다. : 이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은혜다. 불멸의 명예를 위한 위대한 모험을 떠나게 하는 책을 접한 것이 은혜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작가 서영은으로 인해 나는 이제야 돈 키호테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그같이 고결한 믿음의 전사(戰士)를 여태껏 몰랐다니! 책을 읽으며 수없이 “나에게 돈 키호테는 어떤 의미인가”를 물었다. 돈 키호테는 이렇게 말했다. “자네, 이제 한가한 펜 놀음일랑 접고 출정(出征)하지 않겠나” 나 역시 이 세상의 중력을 뛰어넘어 작가의 결심과 같이 ‘산 자(者)’로서 ‘ 더 좋은 것’을 추구하는 생을 살고 싶다.
이 책은 절절한 믿음의 책이다. 침노는 책에 흐르는 중심 키워드. 그렇다. 천국은 침노하는 자의 것이다. 내가 경험할 최고의 비극은 일생과 일상에 매여 한번 출정하지도, 침노해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치는 것이다. 나는 지금 하늘의 뜻을 이 땅에 이루게 하기 위한 소명으로서의 전투를 치러야 한다. 그것이 나, 아니 우리의 데스티니(destiny)다. 내 소명의 여정에 이 책을 가져가고 싶다. 고맙다, 돈 키호테. 나의 잠든 소명에 불을 지펴줘서.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중앙일보 2013년 8월 24일자 '책꽂이' - 동아일보 2013년 8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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