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31일 : 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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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지금

개복치의 학명을 아십니까?

<저주토끼> 정보라의 연작 SF가 출간되었습니다. 정보라 작가의 인물들 하면 역시 '저주'라는 행위가 먼저 떠오르는데요, 작가는 2023년 초 환상문학 단편선 <아무도 모를 것이다> 출간 시 알라딘의 질문에 스스로가 '복수 전문 작가'가 아니라고 대답해주신 적도 있었습니다. 원한을 품고, 저주하고 복수하는 이야기가 아닌, 좀 더 현실에 가까운 정보라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한 이 소설을 읽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 더 보기

202쪽 : "여러분은 지금 불법 집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불법을 저지르고......"
"불법(佛法)은 내가 제일 잘 아는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지지하러 결의대회에 찾아오신 스님이 경찰 버스를 바라보며 불만스러운 얼굴로 투덜거렸다. 집회는 대체로 이런 식으로 혼란의 도가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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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지금 _3문 3답

Q : 신간 <모든 사람에 대한 이론>은 2000년대 이후로 태어난 이들은 '희망을 모르는 세대'로 함께 묶이곤 했다(11쪽)는 설정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학창 시절부터 10년을 품어온 이야기라고 하셨는데요, '희망을 모르는' 상태로도 기억하며 나아가는 이야기를 품게 된 마음이 궁금합니다.

A : 작가의 말에서도 언급했지만, 처음부터 재난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저와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라면서 제 또래인 수백 명이 이유 없이 희생되는 걸 두 번이나 목격했어요. 10대 때 한 번, 20대 때 한 번. 그래서 재난에 대한 감정이 더욱 각별할 수밖에 없고요. 가장 오래되어 소중한 이야기였기에 가장 큰 관심사를 향해 저절로 방향을 틀었던 것 같습니다.
세월호 참사 9주기가 막 지났을 때 제 노란 리본을 보고 대학 동기가 별일 아니라는 듯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이 있구나”라고 말했던 게 기억에 있어요. 연재 원고료 일부를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에 기부했을 때 대놓고 “난 그 사람들(유가족)이 싫다”고 말한 지인도 기억에 남아 있고요. 그 사람들을 매도하려는 건 아니지만, 그땐 ‘아, 이게 정말 보통의 반응이구나’하고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는 실망하지 않으려고, 기억과 애도가 유난스럽지 않은 이야기를 적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모든 후일은 제대로 기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그게 재난을 목격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이자 가장 거대한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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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MD는 지금 스마일

날씨가 변덕스러워 건강 챙기기 어려운 나날입니다. 편지를 드리는 오늘은 1월의 마지막 날이고요, 이곳 날씨는 영상 10도입니다. 적어도 오늘 하루만큼은 롱코트가 머쓱해지는 오후였습니다. 유독 눈이 잦았던 이 겨울이 드디어 끝이 보이는 것인지, 오늘은 이르게 봄 생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봄이면 찾아 읽는 계절 소설이 제겐 있는데요, (여름 소설 등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ㅎㅎ) 권여선의 소설 <봄밤>이 그것입니다. “산다는 게 참 끔찍하다. 그렇지 않니?”라고 말을 거는 소설이,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 삶에도 행운 같은 찰나가 지나가기도 한다는 걸 보여주는 방식이, 그 참혹하고 엄정한 눈이 마주할 때마다 새삼 사무칩니다. 봄밤을 기다리며 오늘은 권여선의 소설을 읽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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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는 지금 : 달다

여러분은 인물의 생김새나 풍경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면서 소설을 읽으시나요? 저는 단어의 추상적인 의미 그 자체를 받아들이며 글을 따라가는 편이에요. 하지만 만화를 그리는 제 친구는 소설을 읽을 때 구체적인 이미지를 떠올린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글을 각자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형태로 받아들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영화를 만들던 사람이 소설을 썼을 때, 그 소설은 어떻게 읽힐까요?

『우리가 기대하는 멸망들』은 선언으로 시작됩니다. 언어형 바이러스를 통해서 인류 문명을 구성하는 주요 개념들을 없애 문명을 멸망시키겠다고요. 그 뒤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미래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실망스러운 미래의 모양”들이요. 이야기 속에서 인류는 환경 파괴로 인해 지하로 숨어들거나, 복제인간들을 만들어 다른 행성을 개척하기도 하며 생존을 꾀합니다. 이야기를 읽는 동안 우리에게 멸망의 순간들이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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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 관한 소설

소설가는 소설이라는 단어를 어떤 맥락으로 쓸까요? 구병모가 '소설 쓰기에 관한 소설일 수도 있으며, 소설 읽기에 관한 소설일 수도 있는', 소설을 읽고 나면 세계는 그대로일지라도 나는 변화하는, '단지 소설일 뿐'인 소설을 출간했습니다.

정세랑은 '가장 과감한 주인공에게 자주 붙이는 이름'인 '아라'라는 이름을 미니픽션의 등장인물에게 붙여주었습니다. 소설가가 된 어떤 아라는 "읽기 쉬운 소설이 얼마나 어렵게 쓰이는지 쉽게 쓸 수 있는 사람만 안다고 믿어왔다."고 말하는데요,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세계를 대면하는 이의 의지를 응원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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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지 어떻게 보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