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해하는 말 더 이해하는 말 - 삼키기 버거운 말은 거르기로 했다
조유미 지음 / 허밍버드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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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말때문에 생기는 불상사가 많다. 누군가가 내게 하는 말 때문에 상처받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내가 한 말때문에 두고두고 후회하기도 한다.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할 수많은 일상 속에서 의도치 않게 오해를 주고 받는 일들이 생기면

적잖게 불편한 상황들이 생긴다.

그런 상황들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관계가 유지될 수도 끝날 수도 있다.

이 책은 또 오해할 수 있는 말을 더 이해하는 말로 바꿀 수 있는 '공감'에 관한 고찰이 담긴 에세이다.

5개의 챕터 속에 각각 10개씩의 힘이되는 문구를 모아 그에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소개해주는 형식인데

작가 자신이 겪은 일들이 고스란히 적혀있고, 그 일들을 이겨낼 수 있도록 따뜻한 이해의 말들을 던져주는

고마운 이들과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아닌게 아니라 그녀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래, 이럴땐 저렇게 말을해주면 마음이 따뜻해지겠다.' 생각하곤 했다.

특히 두번째 챕터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을때면 평소 나역시 고민하고 있던 문제들과 맞딱들이게 되서

책을 읽는 동안 이해받는 말들로 마음이 따뜻해졌다. 또 이런 상황일때 이렇게 해결하면 명쾌하겠구나 싶었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 뿐 아니라 재미있는 여러분야의 인문사례들도 함께여서 생각거리에 힘을 보탰다.


이쁘고 다정한 문장을 말하는 이들의 말은 관계를 위해 정성을 쏟은 결과물이라고 말하는 작가.

오해하고 오해받는 관계에서 이해하고 이해받는 관계가 될 수 있도록 '말'이 주는 힘을 알려주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힘이 되는 말을 전해줄 수 있는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를 지키는 말의 힘으로 타인과의 관계도 평탄히 이어갈 수 있기를 바라며 정독했다.

관계에 서툰, 공감의 말이 필요한 누군가가 읽는다면 확실한 위로를 얻을 수 있는 좋은 책임에 틀림없다.

어떤 페이지를 펼쳐 읽더라도 사려깊은 이야기들이 펼쳐져 토닥토닥 이해를 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것이다.

그녀가 전해주는 관계와 공감의 통찰에 관한 이야기. 말이 주는 힘에 관한 이야기. 읽어보길 권한다.

또 오해하는 말 대신 더 이해하는 말로, 분명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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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3 : 약속 식당 특서 청소년문학 25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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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박현숙 작가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 '수상한' 시리즈부터 '구미호 식당', '저세상 오디션'까지 섭렵하며

그녀의 다른 책들에도 빠져있을즈음 구미호 식당의 또다른 이야기가 나왔다는 소식을 전해주니 너무나 기뻐한다.

나역시 구미호 식당 시리즈를 아이와 함께 읽으며 감동뭉클한 그녀의 책에 빠졌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뭔가 사연이 있는 스토리가 읽기도 전부터 흥미를 유발시켰다.

주인공 유채우는 요리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다.

어릴적 보육원에서 함께 자란 설이와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저승에서 이승으로 내려왔다.

인간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기회를 천년 묵은 여우 '만호'에게 넘기고 말이다.

새로운 삶대신 설이가 있을 세상으로 내려와서 '최소 30일에서 최대 100일'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채우.

수십 년 수만 년의 새로운 삶이 주어진다고해도 설이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다며

살아생전 지키지 못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손바닥 도장을 찍고 이곳 세상에 왔다.

생전과는 전혀 다른 42세 김보영이란 여자의 모습으로 말이다.

손바닥 도장이 다 지워지기 전까지 설이를 찾아야한다.

만호의 조언대로 무작정 걷고 싶은 대로 1000까지의 숫자를 세며 걸어 도착한 이층집.

이제 채우는 싫든 좋든 이곳에 머물며 이승의 시간을 보내야한다. 그것이 룰이다.

많은 소문과 괴상한 억측이 난무하는 스산한 이층 주택의 일층에 식당을 열게 된 채우.

사람들의 발길이 돌아선 이 곳에 사람을 모아 설이를 찾아야한다.

설이는 이미 다시 태어났고 다른 모습과 다른 이름으로 살고있다.

이곳에 보내졌다는건 여기서 설이를 찾을 수 있다는 말!

주어진 시간안에 단서를 찾아내어 설이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은 채우다.

비록 아줌마의 모습을 하고있지만 그가 전하는 진심만큼은 그녀가 알아챌 수 있을거라는걸 의심하지 않았다.

'약속 식당' 이라는 간판을 걸고 설이와의 추억이 있는 2가지 메뉴와 살살말랑이라는 이름 없는 풀과 꽃으로 만든 젤리가 이곳의 메뉴다.

끓는 우유에 치즈를 녹여 그걸로 반죽한 밀가루를 뜨거운 프라이팬에 얇게 펴서 구운 다음 둘만 알고있는 재료를 넣어 돌돌말아 노릇하게 구워 낸, 비밀병기. 미완성이지만 꼭 완성해서 맛보여주고 싶었던 파와 감자의 조합으로 만든 파감로맨스(파와 감자가 사랑에 빠졌을때)에 관한 설명이 나올땐 정말이지 군침이 돌았다.^^

약속식당은 비밀병기, 파감로맨스, 살살말랑으로 영업을 시작했고, 조금씩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비밀병기와 살살말랑은 맛본 사람들에게 계속 생각나게 만드는 요리였나보다.

약속식당과 인연을 맺기시작한 인물들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힘을 얻어 쭉쭉 나아갔다.

황부장, 왕사장, 고동미, 구주미, 구동찬. 그들 중 분명 설이가 있다.

전생의 모든 기억을 다 잊었대도 상관없으니 채우는 꼭 약속을 지키고 싶다.

전생에도 지금도 가지고 있는 설이의 게 알러지를 단서로 찾아야한다.

누가 설이일까? 이 집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채우는 어떻게 파감로맨스를 완성시킬까?

중간중간 반전을 실었지만 살짝 예측가능한 흐름이었다.

하지만 스토리자체가 흔들림 없었기에 끝까지 따뜻한 감동을 느낄수 있었다.

끝내 파감로맨스를 완성시켜 맛보여 줄 순 없었지만,

채우는 다른 방식으로 약속을 지켰고 다음 생을 살고 있는 설이에게 값진 선물을 주고 떠난다.

전생의 기억만을 끌어안고 다른 모습의 설이를 받아들을 수 없었다면 그가 환생을 포기하고 얻은 기회가 무용지물이 됐을거다.

자신의 기억으로 잡고 있었던 약속은 채우 스스로가 풀어야할 과제 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시간에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약속이었다면 그것으로 된거라고 작가가 말해주는 듯했다.

죽어서도 설이를 지켜주겠다던 채우의 약속은 분명히 지켜졌다고 믿는다.

늘 잔잔한 감동을 주는 구미호 식당 시리즈. 이번 약속식당도 참 좋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지키기 위해 약속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이 아닌 지금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금 지킬 수 잇는 약속을 해야 한다. 조금은 부족하고 모자라더라도 내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된거다." - 244. [약속식당]창작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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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그 아이 - 영화보다 잔인한 5.18 그날의 이야기! 고래동화마을 9
임지형 지음, 최민호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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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잔인한 5.18 그 날의 이야기"

2017년 5월 18일, 광주 망월동 5.18 민주 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을 잊을 수가 없다.

기념행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것은 그 날이 유일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진심을 담은 연설에 눈물이 흘렀고 감동이 일었다.

그래서인지 tv앞에 앉아있었지만 꼭 그곳에 있는듯 숙연해졌다. 내가 직접 겪지 않았지만 그 날을 꼭 기억하리라 마음먹게 되었다.

올해는 김부겸 국무총리가 기념사를 했는데 대한민국 국무총리로서 "광주시민과 5.18영령들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라고

말하곤 고개를 숙이고 사죄하는 모습에 또 눈물이 떨구어졌다. 2017년 이후로 5월18일 오전 10시면

한 해도 빠트리지 않고 tv앞에 앉아 '임을 위한 행진곡'이 흘러나올때까지 장엄한 그 행사를 지켜보게 되었다.

그렇게라도 잊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던것 같다.

책은 5.18 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해서인지 5월 18일에 출간되었다. 아이가 평소 좋아하는 임지형작가가 쓴 책으로

저자가 광주 민주화 운동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 '낙화잔향'에 참여했던 경험이 글의 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주인공 찬들이의 엄마는 영화배우가 꿈이었다. 어느날 찬들이 엄마는 영화 오디션에 합격하게 되고 시민배우가 된다.

그리고 영화에 필요한 아이 엑스트라 역할을 찬들이와 찬들이의 친구 제훈이가 맡게된다.

그 영화가 바로 5.18 민주화 운동에 관한 영화였다. 연기였지만 얼떨결에 계엄군에 쫓기며 매를 맞게되고

같이 도망가던 엄마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연기였지만 리얼한 상황에 찬들이는 눈물을 흘리게 되고

자신이 연기하고 있는 그 아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 날 이후 1980년 5월18일 광주에서 일어났던 그 날 그 사건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그 일을 겪은 친구 무진이의 가족사도 알게된다.

전두환이 재판을 받는 날.. 찬들이와 친구들은 용기를 내어 소리를 높여 시위한다.

5.18 민주화 운동 유공자와 유가족들에게 사과하라고! 무진이의 할머니께 사과하라고! 영화 속 그 아이에게 사과하라고 말이다.

아이들도 잘못을 했을땐 억지로라도 사과를 하는데 다 큰 어른이 이렇게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고도 한번도 사과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이들을 소리 높이게 만들었다. 아는것이 힘이라고 아이들은 이제 강해졌다. 그리고 절대로 잊지 않을것이다.

이 책을 읽고 큰아이와 다시한번 5.18 민주화 운동에 관해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내 아이도 다시 알게 되었다.

평범한 시민이었고 학생이었고, 누군가의 가족이었고 이웃이었던 그들이 목숨을 걸고 지키고자 했던것은

인권과 자유를 억압받지 않는, 평범한 일상이었다는 것을.. 그때 그 시절엔 그것을 지키고자 싸웠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슬프고 아픈 역사인 5.18 민주화 항쟁의 진실규명은 꼭 이루어져야 하고

그날의 그 사건은 절대 잊혀져서는 안된다고 다시 한번 되뇌이게 되었다.

더이상 어둡고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길 바라며 이 책이 시사하는 내용을 가슴깊이 새기게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꼭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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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 2021 뉴베리상 대상 수상작 꿈꾸는돌 28
태 켈러 지음, 강나은 옮김 / 돌베개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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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야기들은 갇혀 있기를 거부한다."

표지만 봐도 뭔가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돈다. 거대한 호랑이가 신비한 유리병에서 별가루들과 함께

빠져나오는 것인지 빨려들어 가는것인지 알수없는 그림이 그려져있다. 확실히 판타지한 이야기들이 펼쳐질것만 같은 기대감을 갖게 한다.

갇혀 있기를 거부하는 이야기들을 얼른 만나보고 싶어 호기롭게 첫장을 펼치곤 뭔가 빨려들어가듯 쉬지않고 읽어내려갔다.

2021년 뉴베리상 수상작인 이번 책은 한국인인 외할머니와의 추억이있는 한국계 미국인인 태 켈러의 작품이다.

어린시절 할머니로부터 한국의 옛이야기를 듣고 자란 덕분에 소설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설화들이 녹아있다.

'해님과 달님'이 소설의 모티브이고, 우리에게 친숙한 호랑이가 이야기에 주축을 이루어 등장한다.

이야기의 구성도 색달랐지만 우리의 전래동화와 미신과 관련된 오래된 관습이 미국인인 그녀의 삶과 적절히 섞여있어

읽는동안 뭔가 이색적인 느낌이었다. 알고 있는 내용의 동화와 조금은 친숙한 관습들이지만 다른 느낌의 이야기들인것 같았다.

조용한 아시아 여자아이인 주인공 릴리는 교통사고로 아빠를 잃고 아픈 할머니의 간호를 위해 엄마, 언니와 함께

캘리포니아에서 워싱턴주로 이사를 하게 된다. 그날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이었고, 차안에서 엄마는 어김없이 언니와 말다툼을 벌인다.

그러던중 릴리의 눈에만 보인 커다란 호랑이 한마리. 꿈인듯 생시인듯 믿기지 않는 장면을 얼른 할머니께 이야기 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알게된 호랑이의 정체. 릴리는 가족을 위해 선택해야한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자신을 위해, 이민자인 할머니와 엄마를 위해

투명인간인듯 조용히 지내고 있던 릴리의 가슴속에 스파크가 튄다. 그리고 할머니와 그녀가 감추고 있던 가슴속 숨겨두었던 고통과

릴리 자신의 본연의 모습들과도 마주하게 되는데 지루할 틈 없이 이야기가 전개되어 읽는동안 마법에 빠진 느낌이었다.

'이렇게 가족이 화합하고 결속될 수 있구나!', '이야기의 힘이 이토록 강인하구나!'를 느끼게 되었다.

숨겨두고 말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풀어내며 할머니도 릴리도 강해졌다. 그리고 무한한 이야기의 힘으로 빛을 만들었다.

책장을 덮고 뭉클 가슴이 벅찼고, 눈물이 흘렀고, 앞세대 어른들의 고난과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뿌리를 찾아가며 만난 호랑이 소녀가 어쩌면 세대를 거슬러 올라가 나의 뿌리인 조상이었고, 또 어쩌면 지금 그들의 후예로 살고 있는 릴리였고,

책을 읽고 있는 우리였을지도 모르겠다. 동화같은 장편 소설 한권을 읽으며 나의 이야기도 풀어보고싶어졌다.

이야기의 힘은 강하다는것을 확실히 믿게 되었으니 말이다. 오랜만에 벅찬 감동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그래도요 할머니, 슬픈 이야기를 숨기는 건 안 좋은지도 몰라요.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일들이 일어나지 않은 게 되는 건 아니니까요.

숨긴다고 해서 과거가 지워지는 것도 아니에요. 갇혀 있는 것뿐이지..”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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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런 벽지
샬럿 퍼킨스 길먼 지음 / 내로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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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매 시간 내가 할 일을 처방해 주지.

이토록 세심하게 돌봐 주는데 은혜를 아는 사람이라면

응당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할 거야"

"이런 건 내 상상 속 괴담을 망치는 이야기지. 하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아.

이 집에 무언가 이상한 것이 있음을, 나는 분명히 느낄 수 있으니까."

월간 내노라 출판사의 단편문학과 저자의 책은 처음 접해보았는데 128페이지의 짧은 책의 내용이 혼란스러웠다.저자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샬롯 퍼킨스 길먼, 자신의 이야기를 일기형식의 글로 담아 놓았는데 꼭 21세기를 살고 있는 내가 수신자가 되어 그녀의 비밀 편지를 읽어본 느낌이었다.(일기로 쓰여진 편지글처럼 느껴졌다.)

19세기 문학을 읽으며 그 시절 여성의 위치와 상황이 그리고 한 사람의 삶이 그려져 마음아팠다.그녀는 액세사리같은 삶을 강요했던 시대에 일도 할 수  없고, 글도 쓸 수 없고, 마음대로 생각도 상상도 할 수없었던 삶을 살아간다.

불우한 어린시절 충분한 사랑을 받지도 못했고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도 배우지 못한 그녀는 스스로 정신병이 있는것 같다고 생각하게된다. 아이를 낳고 우울증을 앓게 되었던 즈음 더욱 심해지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책 <누런 벽지>는 그당시 그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조신하고 순종적인 아내상을 요하고 별거와 이혼이 금기였던 시대.

여성은 본래 나약한 존재이고 그들이 호소하는 고통은 나약함에 징징거리는 것으로 치부했던 시대에 살고 있던 지성인이었던 그녀. 그녀는 이런 불합리한 차별들이 숨이 막혔을것이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 화가 났을것이다. 무엇이든 감시받고, 스스로 결정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거스르는 행동을 하면 치료의 대상이 되어버렸던 그 시대의 그녀들.

상상만해도 숨이 막힌다. 여름 한철 그녀의 신경쇠약증을 치료하기 위해 '휴식치료법'을 받으러 그녀는 남편과 함께 유서깊은 대저택에 가게 된다.

말이 대저택이지 정신병원같은 곳에 감금된채 누워지내야만 한 그녀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침대에 누워 모든것을 통제당했던 여자가 완벽한 치료를 위해 6~8주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녀는 점점 더 상태가 안좋아지지만 남편은 그녀의 고통의 호소를 무시한다. 감옥에 갇힌듯한 갑갑함을 느끼던 그녀의 눈에 들어온 색이바랜 오래된 벽지와 벽지의 패턴들.

그녀는 패턴들이 움직이는 것을 느끼고 그 속에 갇혀 나오지 못하는 여자의 존재를 밝히기 위해 더욱 예민해진다. 방에 갇혀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살을 찌우고 잠만 자야하는 휴식을 강요 받게 된다면 나라도 못견뎠을 것 같다. 오히려 냄새나고 오래되서 찢어지고 낡은 누런 벽지에 눈을 돌린 그녀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치료기간의 막바지에 이르렀을 즈음 그녀는 그녀를 바라보던 벽지를 갈기갈기 찢으며 벽지에 갇혀 나오지 못한 여자를 꺼내는데 성공한 그녀가 느꼈을 희열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벽지속에 갇혀있던 여자가 그녀자신이었을까?

모든 벽지를 제거하고 그녀를 바라보던 수많은 눈들을 걷어내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해 그녀. 아무것도 없는, 침대만 남아있는 텅빈 방을 계속해서 기어다니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녀의 모습을 목격한 남편은 그자리에서 기절하고 그녀는 그를 넘어 반복해서 방을 기어다니며 책은 끝이 난다.

산후 우울증을 겪던 저자는 '휴식치료법'이라는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더욱 피폐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그당시 느꼈던 감정을 글로 옮겼다고 했다. 파멸의 문턱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것을 기뻐하며 이책을 썼다고 말이다.

그녀의 책으로 말미암아 더이상 '휴식치료법'은 시행되지 않았고, 여성은 일상적인 활동을 하도록 가족들의 동의를 얻어냈다고 한다. 잘못된 오랜 관습과 여성의 차별이 19세기 짧은 단편 소설 한편으로 재조명 되었고 악행에서 회복되었다는 것에 뜨거운 갈채를 보낸다.

모든게 금지되었던 그 시대에 그녀의 용기있는 행동이 더욱 크고 값지게 느껴졌다.

"저는 사람들을 광증으로 믿어 넣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닙니다.

광증으로 떠밀려 가는 사람들을 구해 내기 위해서 썼습니다.

이 책은 그들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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