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중국어 연구방법론 1
蔣绍愚 지음, 최재영.임미나 옮김 / PB PRESS(피비프레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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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1권만 나와 있는 것 같은데, 후속작은 언제 출간될지.. 고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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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 드로우 - 나만의 길을 찾을 때까지 인생의 레버를 당기는 법
드로우앤드류 지음 / 다산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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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번 달에 인문계 석사학위를 끝마쳤다. 보통 세간에 알려져 있는 ‘석사’ 이미지와 달리 내가 속한 곳은 정통적인 아카데미즘을 추구하는 곳이고 또 나 자신도 사이비 학자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기에 석사반임에도 논문 완성 과정이 무척 험난했다. 보통 젊은이들이 관심 갖게 마련인 패션 같은 학문 외적 분야에는 눈을 돌리기 어려운 환경이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학위 통과 후 나는 유튜브를 돌며 그동안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던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논문 작업하는 몇 년 동안 휴일 없이 매일매일이 평일뿐인 삶을 살았는데 아무래도 휴식 시간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다 보니 몹시 지쳐서 그냥 이번 겨울방학 동안만이라도 아무 생각 없이 좀 쉬고 싶었다. 그러던 중 평소 구독하는 어느 유튜버가 ‘드로우앤드류’라는 사람과 나란히 앉아 대화하는 영상이 알고리즘에 나타났다.


나는 그때까지 드로우앤드류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름을 보고 처음에는 ‘드로우&드류’인 줄 알았으니까-. 그런데 호기심에 영상을 하나 둘 시청할수록 내공이 만만치 않다는 느낌이 들고 이 사람을 구독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도 괜찮았고 사운드까지 입체적으로 신경 쓴 디테일한 영상편집도 인상깊었다. 그렇게 구독자가 되어 화면에 뜨는 연관 동영상을 계속 타면서 넘어가던 중 『럭키 드로우』라는 신간이 나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선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았는데, 내용을 보니 이건 내가 구입해서 소장할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며칠 뒤 알라딘에서 발송된 책이 문간에 도착했다. (이때 내 가방 안에는 도서관에서 대출해온 또 다른 책 『뉴타입의 시대』, 『린치핀』 등이 같이 들어 있었다. 앤드류를 보다 깊이 이해하기 위해 그가 긍정적으로 언급한 책들을 함께 읽은 것이다.)


대체로 정통적인 인문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자기계발서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 특히 고전(古典)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평소에 읽는 책이 너무 ‘쎈’ 책들이라 그런지 웬만큼 무게감을 지닌 책이 아니면 자기도 모르게 얕잡아보기 쉽다. 나 또한 부지불식간에 자기계발서류 서적에 대해 비슷한 편견이 있었던 것 같다. 비록 나는 학자들이 빠지기 쉬운 그 타인을 섣부르게 판단하는 못된 버릇에 빠지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기는 하지만, 어릴 적부터 새뮤얼 스마일스, 나폴레온 힐, 이지성 등의 자기계발서가 하나같이 붕 뜬 느낌이라 마음에 들지 않았고 이 때문에 어떤 책이든 자기계발서 카테고리에 들어가 있으면 일단 부정적인 느낌부터 먼저 드는 게 솔직히 사실이었다. 그러나 『럭키 드로우』는 일반적인 속류 자기계발서가 아니라는 게 책을 다 읽고 난 내 소감이다.


자기계발의 유행을 사회학적 연구대상으로 간주해 분석한 이원석의 『거대한 사기극』에 의하면, 자기계발은 크게 ‘노력’을 강조하는 윤리적 자기계발과 ‘소망’을 강조하는 신비적 자기계발의 두 흐름으로 정리될 수 있다. 노력형의 경우 신자유주의적 경쟁 논리에 충실하며 사람을 죽을 때까지 계속 일하게 몰아붙이는 지배계급의 의도가 깔려 있고, 소망형의 경우 종교나 다를 바 없는 공상적인 믿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비현실성이 문제가 된다. (이 외로 유형에 상관없이 자기계발서 전반의 문제점으로 개인에만 집중할 뿐 사회 구조적 문제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점이 언급되기도 하는데 나는 이 부분은 핀트가 나간 별 의미 없는 지적이라고 보므로 여기서 자세히 다루지는 않겠다.)


이원석의 책은 2013년에 나왔고 앤드류의 책은 2022년에 나왔다. 시간차로 인해 이원석 책의 내용이 최신 정보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은 이해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출간일시보다 각 책의 내용 자체에 집중해보면, 흥미롭게도 『럭키 드로우』는 이원석이 제시한 자기계발서의 여러 문제점들을 상당 부분 피해가는 제3의 안전지대에 위치해 있다고 보인다. 앤드류가 이걸 의도한 것 같지는 않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볼 때 그는 윤리적 자기계발론과 신비적 자기계발론에서 각각의 장점만을 취하고 단점은 배제한 자기만의 독특한 지형에 서는 데 성공했다. 가령 윤리적 자기계발에서 취할 만한 과감한 도전정신과 실행력은 계승되지만 승자독식의 원리에 경쟁적으로 매달려 평생 고군분투해야 하는 부작용은 ‘올드타입’으로 처리하여 필터링해 버린다. 또한 신비적 자기계발에서 자기암시기법의 효과는 실용적으로 계승하지만 망상이나 종교적 믿음으로 빠지는 위험에는 발을 들여놓지 않는다.


『럭키 드로우』가 이런 절묘한 균형감각을 갖춘 내용으로 짜여질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내가 보기에 그것은 앤드류가 직접 몸으로 부딪혀 가며 체득한 결실을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진실하게 담아내었기 때문인 것 같다. 속류 자기계발서의 경우 저자 자신이 잘 알지도 못하는 분야에 대해 무책임하게 아는 척을 하거나 겪어보지도 않은 것을 머리로 ‘상상’해서 그럴듯하게 말을 꾸며내는 식으로 내용을 채우기도 하고 자기의 논리적 틀을 고수하기 위해 의견이 다른 쪽은 배척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앤드류는 자기가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고 또 자신과 다른 의견이나 스타일을 존중하고 수용하는 열린 마인드가 있다. 이는 책에서도 알 수 있고 또 유튜브 채널의 동영상들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가령 최근 올라온 「퇴사 안해도 퍼스널 브랜딩 잘하는 진짜 이유」를 보면 앤드류는 회사를 그만두고 자기 브랜드를 가꾸어나가는 스타일인 반면 이승희는 회사를 다니면서 자기 브랜드를 병행하는 스타일인데, 여기서 앤드류는 자신과 반대되는 스타일을 너무나 쿨하게 인정하고 존중하고 경청한다.


앤드류의 책을 읽고 유튜브를 보면서 나는 그가 말하는 내용의 많은 부분에 공감이 되었다. 내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논문의 완성과 퇴고에 심혈을 기울이며 살았던 경험을 떠올려보면 신기하게도 접점이 없을 것 같은데도 앤드류의 멘트에서 공감되는 바가 많았다. 가령 나는 논문을 집필할 때 학위 통과를 직접적인 목표로 머리에 이고 궁리한 게 아니라 그저 내가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연구를 해내고자 스스로 빠져들어 진행하였는데 그 결과 학위 취득이라는 성공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그런데 앤드류 역시 돈을 얼마 벌어야겠다는 강박을 머리에 이고서 일을 한 게 아니라 자기가 정말 좋아하고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빠져들다 보니 그 결과 성공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는 것이다. 이런 경험이 과연 분야가 다르다고 해서 서로 통하는 게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어떤 분야에 진정으로 빠져서 매진해보고 그 결실을 거두어본 사람들은 앤드류의 멘트를 수월하게 이해하며 공감할 것이다.


이 외로도 공감가는 대목은 많지만 하나만 더 들어보자면 책 217쪽에 나오는 ‘제품’, ‘작품’, ‘상품’의 구분에 주목해볼 수 있다. 물론 앤드류의 초점은 소비가 잘 되는 상품에 있겠지만, 나는 제품/작품/상품 구분법이 물건 파는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더 넓게 응용되어 이해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구분법을 학계에 적용해보자. 어떤 학자들이 연구물을 생산해낼 때는 그것이 학계에 어떤 유의미한 기여를 할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혼자만 이해할 수 있는 암호 같은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고, 이 지경까지 가지 않더라도 자기만 제멋에 취해 감탄할 뿐 남들은 아무도 보지 않는 연구가 될 수도 있다. 혼자만 알아주는 연구는 대개 ‘제품’(-좋게 봐주면 ‘작품’일 수도 있지만 이는 확률이 높지 않음-)이다. 반면 동료학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나 시각을 제공해 계속해서 인용되고 활발한 담론을 가능케 하는 연구라면 그것은 ‘상품’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작품이면서 상품인 케이스도 가능하다. (여기서 말하는 상품은 일반 대중을 홀리기 위한 상업주의적 사이비 학문을 말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해둔다.) 학자들이 학계에서 연구성과를 생산하고 주고받는 것 역시 크게 보면 ‘마케팅’의 원리가 녹아들어 있는 것이다. 마케팅의 문제는 비단 비즈니스 장사하는 데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나는 『럭키 드로우』가 속류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분야를 막론하고 일반인들이 진정으로 성공적인 삶을 꾸려가기 위한 좋은 참고자료라고 보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리라고 생각한다. 『럭키 드로우』의 가치는 단지 유튜브나 SNS 마케팅을 위한 실전적인 기술이나 돈 잘버는 비결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이 책은 실용서이기만 한 게 아니라 원론적인 삶의 자세에 관한 그 나름의 깨달음이 같이 들어 있는 인생의 참고모델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성공을 위해 앤드류의 방식을 무조건 그대로 좇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분야든 어려운 성취를 이룩해낸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는 일은 매우 유익한 일이다. 그 사람의 스타일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 큰 성취를 이루는 과정에는 반드시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지 못하는 난관이나 보통 수준 이상의 프로페셔널한 정신무장이 들어 있게 마련이다. 그런 것을 나보다 앞서 성공한 사람이 어떻게 풀어나갔는지 책이나 영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것은 사람을 성장시키는 데 뛰어난 교육효과를 제공한다.


『럭키 드로우』는 기실 그러한 드로우앤드류 브랜드의 여러 콘텐츠 중 하나일 뿐이다. 앞으로도 ‘드로우앤드류’가 각 분야에서 보다 훌륭한 성취를 내고자 하는 이들의 길벗이 되길 바란다. 책, 영상, 오프라인 강의 등 어느 매체에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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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3 1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ㄷㄷ 2024-02-17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예전에 쓰신 역행자 서평은 어디로갔나요??

2024-02-18 14:39   좋아요 0 | URL
작년 중에 비공개 처리했습니다. 노아AI 사건 이후 내가 사람을 잘못 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