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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휴먼스 랜드 ㅣ 창비청소년문학 120
김정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평점 :
창비 스위치 서평단에서 무료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덥다. 더워도 너무 덥다. 그리고 갑자기 내리는 비는 다혈질 성격의 사람같다. 갑자기 화를 내는 것처럼 비가 막 쏟아졌다가 금세 그친다.
우리는 지금 기후 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우리의 멀지 않은 미래를 그린 소설이 바로 ‘노 휴먼스 랜드’라고 생각한다. 노 휴먼스 랜드의 주인공인 ‘미아(시은)’은 기후 난민이다. 어쩌면 그의 이름이 ‘미아’인 것은 아마도 난민인 그의 처지를 보여주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미아는 UNDCE의 조사단으로 ‘노 휴먼스 랜드’인 서울에 오게 된다.
“우리는 대한민국 서울, 노 휴먼스 랜드에 도착했다.” 16쪽
시은(미아)과 크리스, 파커, 한나, 아드리안 5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은 노 휴먼스 랜드인 서울에 도착했다. 노 휴먼스 랜드는 1,2차 세계재난이 있은 후 오클랜드 협약을 통해 세계의 정해진 몇 군데를 제외한 나머지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땅을 이야기한다. 그나저나 서울이 노 휴먼스 랜드라니… 지금도 1000만 가까이 사는 도시인데, 소설에서는 사람이 살지 않는 도시로 설정된 것이 인상적이기도 했고, 재미있기도 했지만,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가 경험하게 될 일은 아닌지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조사단이 캠프를 꾸린 곳은 용산 공원이었다. 조사를 하던 중 조사단에는 사망, 실종 사건이 발생한다. 그러한 가운데 조사단 내부에서도 갈등이 발생한다. 그렇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라고 여겼던 서울에,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그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미아와 조사단 일행이 알게 되면서 사건은 전개된다.
노 휴먼스 랜드라는 표면적 공간 속에 숨겨진 많은 이익 관계들이 드러나면서 소설은 점점 박진감을 갖게 된다. 미아와 플래그리스, 연구소장이자 할머니의 동료였던 앤 소장, UNCDE의 자문위원회 위원장이자, 그레이 시티라는 명명의 원인인 이사벨 그레이, 한나와 파커, 그리고 별.. 이들의 관계와 이들의 욕심. 그리고 자신들이 처한 기후 위기에 대한 각각의 해답. 이런 것들이 얽히고 설켜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소설의 내용을 더 이상 언급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 내용은 여기까지!!
이 소설을 읽으면서 기후 난민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기후 문제와 난민 문제에 대해서 각각 생각해보기는 했지만(그렇다고 엄청 깊이 있게 고민한 건 아니지만), 기후 난민이라니. 어쩌면 미래에 내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나의 후손들이 경험할 수 있는 충분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이 소설을 단지 SF라고, 허구의 이야기라고만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 같다. 우리의 멀지 않은 미래의 실재하는 이야기. 그렇다면 우리는, 아니.. 나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