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세계사 - 고대 제국에서 G2 시대까지
피터 프랭코판 지음, 이재황 옮김 / 책과함께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세계사 책이니 당연하겠지만, 이 책 원서에는 ‘지중해를 가리키는 ‘Medi-terrancan‘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본래는 형용사여서 ‘MediterraneanSea‘가 되어야 지중해이지만, Sea를 생략하고 앞에 정관사를 붙여 명사화한 ‘the Mediterranean‘도 지중해다. 이 말은 라틴어 medius(가운데)와terra(땅)를 합친 형태다. ‘가운데 땅‘ 또는 ‘땅의 한가운데‘라는 뜻이므로, 동양의 중국中國과 같은 개념이다. 그런데 옛 서양 세계에서는 자기네가 인식하는 땅(세계)의 한가운데에 바다가 자리 잡고 있어 그 바다인 지중해에 이 이름을 붙인 것이다.
하지만 원서의 앞머리와 끄트머리에 나오는 일부 ‘Mediterranean은 용법이 조금 다르다. 지중해가 아니라 글자 그대로 ‘가운데 땅‘을 가리킨다. 어디일까? 따로 떨어진 아메리카 대륙을 제외하고 아프로유라시아 대륙으로 시야를 한정해보자. 지중해 동안에서 히말라야 산맥에이르는, 서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일대가 이 책에서 말하는 ‘가운데 땅 - P868

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유럽도 변방이고, 중국도 변방이고,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도 변방이다. 이 책은 그 가운데 땅‘ 지역을 중심에 놓고 세계의 역사를 살펴본다. 그 지역을 저자는 ‘세계의 중심‘ 또는 ‘아시아의 등뼈‘로 표현한다.
그런데 우리의 머릿속에는 이 지역이 낙후된 곳이라는 생각이박혀 있다. 현재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 지역이 어떻게 세계사의 중심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사실 이 지역은 먼 옛날부터 동방과 서방이 활발하게 교류하던 곳이었다. 교류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경제활동이 활발하다는 의미이고,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 강력한 정치체가 들어서고 문화가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이 지역에서는 페르시아의 역대 왕조나 이슬람왕조, 투르크계 왕조 등 강력한 제국들이 명멸했다. 몽골제국 역시 동쪽에서 출발하기는 했지만 이 지역을 아우르며 대제국의 바탕을 마련했다.
이 지역 중심의 세계사를 낯설어하는 것은 저자도 서두에서 말하듯이 우리가 그렇게 교육받아온 탓이다. 우리가 배운 세계사는 그리스-로마를 시작으로 하는 서양 고전 문명과 그 이후의 서양 중세 기독교 세계, 그리고 대탐험시대 이후 서양 열강의 식민지 개척으로 이어진다. 서유럽 문명이 줄곧 세계사의 주역이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허구가 섞여 있다. 우선, 저자의 말마따나 서유럽은 그리스-로마의 상속자가 아니다. 후대에 사칭했을 뿐이다. 졸부가 신분세탁을 한 셈이고, 우리 개념으로 하자면 족보를 위조한 것이다. 지금 서유럽이라 하면 이탈리아를 포함해서 생각하지만, 그 주력은 지중해권과는 별개의 문화권인 북서 유럽이다. 그리고 16세기가 되기 전에는 이들이 세계사를 - P869

주도한 적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었다. 대략 5세기 서로마가 멸망하기전까지는 로마의 변방이었고, 7세기 이슬람 세력의 대두 이후에는 중앙에 버티고 선 이 세력을 상대하기가 버거웠다.
그러다가 팔자가 피기 시작한 것은 콜럼버스로 대표되는 대탐험시대부터다. 새로운 대륙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금은보화와 자원과 노동력을 수탈하면서 졸부가 되었다. 맨 먼저 탐험을 주도한 포르투갈과에스파냐 등 두 이베리아 반도 국가가 수탈과 교역을 통해 풍요를 누렸고, 이어 영국과 네덜란드가 식민지 개척과 교역에 뛰어들었다. 프랑스 역시 뒤를 따랐다. 이들의 제국주의는 해외는 물론 유럽 안에서도끊임없이 크고 작은 전쟁을 불러왔고, 결국 20세기 들어 두 차례의 거대한 패싸움으로 기력을 소진하고 말았다. 이후 세계는 서유럽 문명의종가라 할 수 있는 영국의 후계자인 미국과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들고나온 소련의 양강이 각축을 벌이다가 소련이 붕괴하면서 외형상 미국의 독주 체제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저자는 이 시점에서 ‘가운데 땅의 재부상을 이야기한다.
근거는 석유를 비롯한 자원이다. 페르시아만 일대의 국가들은 이미1970년대에 석유의 위력을 보여준 바 있지만, 석유 외에도 천연가스와여러 가지 광물자원이 많고 그런 자원 부국이 페르시아만 일대를 넘어서 중앙아시아 국가들로까지 확대되었다. 자원 개발로 생겨나는 부는 자연히 정치적 발언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저자는 러시아, 중국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상하이협력기구가 유럽연합의 대안이 될 가능성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현실은 아직 ‘가운데 땅‘이 다시 세계사의 중심이 되리라고생각하기에는 너무나 암담하다. 이 지역의 주요 국가인 이란과 이라크 - P870

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 세력에게 봉쇄와 침공이라는 형태의학대를 당했던 후유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아프가니스탄은 소련과 미국에 잇달아 유린당했다. 통치자의 문제가 빌미를 준 경우도 있지만 강대국의 이익 추구라는 측면이 더 강하다는 평가들이있다. 이런 식의 수난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소련에서 갈라져 나온 지 얼마 안 되어 역사가 일천한 데다, 국부의 증대에걸맞은 정치적 성숙을 이루어내지 못하는 등 아직 졸부 티를 벗지 못am하고 있다. 여기에 지금 세계에 큰 문제를 던지고 있는 IS까지 생각하면 이 지역이 주도하는 세계사라는 것이 아직 요원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때 이 지역에 만들어졌던 교역로가 다시 기지개를켜고 있다는 저자의 말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는 듯하며, 오늘날의세계를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팁이 될 것이다.
이 지역을 중심에 놓고 세계사를 조망한 이 책은 말하자면 대안세계사다. ‘새로운 세계사(A New History of the World)‘라는 원서의 부제가이를 압축해 보여준다. ‘실크로드(The Silk Roads)‘라는 제목은 이 책이 교류를 중심으로 한 세계사임을 암시한다. 실크로드는 그런 교류의 통로를 일반적으로 가리키는 것이지, 둔황을 거쳐 동로마에 이르는 육상의 특정 교통로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따라서 서유럽 중심의 세계사를 비판하면서도 서유럽이 교류의 주역으로 등장한 15세기 이후에는서유럽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리고 이 시점이 되면 대서양횡단로와 모든 바닷길이 중심 실크로드가 된다. 상당히 두꺼운 책이면서도 세계사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인 중국 등 동아시아에 대한 서술이 생각보다 적은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책에서는진짜 ‘가운데 땅‘에 밀려 지중해도, 중국도 모두 변방이 되어버렸다. - P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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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망이 있는 사람들은 앞다투어 대서양을 건너갔다. 신세계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서였다. 디에고 데 오르다스 Diego de Ordás는 코르테스를 따라 멕시코에 갔고 그 후 중앙아메리카와 현재의 베네수엘라를탐험하는 원정대를 이끌었는데, 이런 비정한 인물들은 에스파냐 국왕과의 계약 및 면허를 이용하여 막대한 재산을 모으고 현지 주민들에게서 공물을 짜냈다. 이는 다시 본국 에스파냐의 왕실 금고를 가득 채워주었다. 왕이 자기 몫을 챙긴 것이다."
오래지 않아 본국에서 조직적으로 정보 수집에 나서면서 믿을만한 지도들이 작성되었다. 새로 발견한 곳이 기록되고, 도선사훈련도 이루어졌으며, 물론 본국으로 수입되는 물건들이 기록되고 정확하게 세금이 매겨졌다. 이는 마치 고속으로 돌아가도록 맞춘 엔진의 스위치가 켜져 중앙아메리카 및 남아메리카에서 유럽으로 직접 부를 퍼내는 것 같았다.
이와 함께 타이밍과 혼맥 임신 실패, 파혼 등이 얽힌 우연한행운으로 나폴리, 시칠리아, 사르데냐는 물론 부르고뉴와 저지대 국가에 뻗어 있는 땅들, 그리고 에스파냐가 한 계승자의 손에 넘어가게 되었다. 돈이 끝없이 대서양을 건너 흘러들어왔기 때문에 에스파냐 국왕카를로스 1세는 아메리카 대륙에 있는 새 제국의 지배자였을 뿐만 아 - P358

니라 유럽 정치에서도 핵심 인물이 되었다. 이에 따라 야망도 재조정되었다. 1519년, 카를로스는 자리를 옮겨 자신의 지위를 더욱 강화했다.
그는 재정적 영향력을 동원해서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 5세가 되었다."
카를로스의 행운은 다른 유럽 군주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그들은 자신의 힘을 더욱 확장하기로 단단히 결심한 지배자에게 패배하고압도당하고 밀려났음을 깨달았다. 카를로스의 부와 영향력에 비하면잉글랜드의 헨리 8세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헨리의 수입은 자기 나라 교회의 수입과 비교해도 창피한 수준이었다. 에스파냐 국왕의 수입과는 비교할 나위도 없었다. 런던에 파견되었던 베네치아 사절의 말에따르면 헨리는 매우 경쟁력 있는 인물로 "아주 멋진 종아리를 가지고있었다. 머리칼은 "프랑스풍으로 짧고 곧게 잘랐으며, 동그란 얼굴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예쁜 여자로 보일 정도였다. 그는 최악의 순간에국내의 여러 문제들을 헤쳐나가야 했다."라헨리는 앤 불린을 아내로 맞아들이기 위해 이혼을 하겠다고 고집했다. 당대의 어떤 사람에 따르면 불린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축에 속하는 여자는 아니었다. 다만 눈은 "검고 아름다웠다."카를 5세(카를로스 1세)가 유럽의 상당 부분과 교황의 꼭두각시 조종자로 있던 시기에 이런 헨리의 고집은 무모한 짓이었다. 그가 이혼하겠다는 아내가 다름 아닌 카를 5세의 이모 아라곤의 카탈리나였기 때문이다.
교황이 카탈리나와의 혼인 무효(카탈리나는 본래 헨리의 형수였으나 형이요절하자 황제의 영향력을 고려한 부왕이 헨리와 결혼시켰다. 이 때문에 헨리는기독교 성서에 어긋나는 혼인이라며 무효를 주장했다 - 옮긴이) 승인을 거부하면서 벌어진 격변 상황에서 이 잉글랜드 왕은 단순히 교황과만 대립 - P359

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돈 많은 사람이자 대륙을 지배하고 있던 사람에게 싸움을 걸고 있었다.
에스파냐가 유럽에서 비중이 높아지고 중앙아메리카 및 남아메리카에서 급속하게 팽창한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웠다. 부와 힘과 기회가 변함에 따라 에스파냐는 지중해의 가장 외진 곳에 있는 지방 변두리에서 세계의 강국으로 변모했다. 한 에스파냐 역사가에게 이것은 "천지창조 이래 가장 큰 사건"이나 다름없었다. "예수의 생각과 창조주 자신의 죽음을 제외하고 말이다. 또 다른 사람은 "그렇게 많은금과 은이 매장된 페루 지방을 보여준 것은 하느님의 뜻이라고 말했다. 미래 세대는 얼마나 많은 양의 보물이 발견되었는지 믿지 못할 것이라고 페드로 메히아 Pedro Mejia 는 생각했다."
SIP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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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옆 인문학 책상 위 교양 21
박홍순 지음 / 서해문집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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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절망은 불투명함에서 온다. 힘들거나 어려움이 곧 절망일 수는 없다. 당장은 아무리 힘든 일을 마주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해결을 위해나아가는 과정에 있다거나 넘어설 수 있는 확신이 있다면 오히려 희망으로전화된다. 그리고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열정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벗어날 수 없는 수렁처럼 앞이 보이지 않을 때,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을 때 절망이 소리 없이 스며든다. 처음에는 그것이 절망이라는 느낌도없다. 단지 ‘불안‘ 의 일종으로 다가오고 그 정도에서 시간이 흐른다. 그러다가 과연 ‘전망이 있는가‘ 라는 물음 앞에 답이 없을 때 보통은 절망에 빠진다. - P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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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삭스 지리 기술 제도 - 7번의 세계화로 본 인류의 미래 Philos 시리즈 7
제프리 삭스 지음, 이종인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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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벚꽃 에디션) 불편한 편의점 1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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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그 편의점 야외 테이블이 그의 단골 혼술처가 됐는지는 그 역시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대략 날씨가 추워질 즈음 편의점에 들러 컵라면을 하나 먹고 집에 들어가곤 했는데, 야식이 늘 그렇듯 라면에 삼각김밥이 추가되고, 거기에 볶음김치도 추가되고, 마침내 소주 빨간 딱지 한 병까지 더해져서 푸짐한 상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후로 경만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참새가 되어 매일 자정 전후 5천 원어치 술과 안주로 속을 덥히게 되었다. 뜨거운 국물이 시원하듯 차가운 소주는 따뜻했고, 편의점에 세팅된 수많은 컵라면과 삼각김밥은 매일 새로운 조합을 만들 수 있기에 결코 지겹지 않았다.
오늘 밤은 ‘참참참‘ 이다. 지난 몇 개월간 선택해온 경만의 최적의 조합이 바로 이것이었다. 참깨라면과 참치김밥에 참이슬, 이것이 경만의 1선발이자 절대 후회하지 않을 하루의 마감이고 빈자의혼술상 최고 가성비가 아닐 수 없었다. - P112

곰 같은 사내가 편의점 사장으로 보이기 시작하자 술맛이 달아올랐다. 은근 매콤한 참깨라면을 후후 불어 삼키곤 다시 소주를 따라 비웠다. 단군 이래 경기는 한 번도 나아진 적이 없고 회사는 언제나 힘들다. 대표는 경영난을 들어 추석 상여금이 불가하다 통보한 뒤 차를 바꿨다. 도로에서 옆에 나타나면 절로 피하게 되는 고가의 외제차였다. 4년째 동결인 그의 연봉은 협상 테이블에 오르기는커녕 놀림감으로 후배들의 입길에 오를 뿐이고, 언제 그만둬도이상하지 않은 대접임에도 퇴사할 수 없는 사정인 그에게 대표는지옥의 두목으로 보일 뿐이었다.
집에 간다고 지옥에서 로그아웃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내년이면 중학교에 들어갈 쌍둥이들은 이만저만 돈이 들어가는 게 아니었고, 아내 역시 부업을 하며 살림을 꾸리느라 경만에게 신경을쓸 여유가 없었다. 가정에서 느낄 수 있느 ㅠ뜨리고 - P114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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