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선생님 생각학교 클클문고
소향 외 지음 / 생각학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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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그날, 나는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화장실을 다녀오며 습관처럼 휴대폰으로 뉴스를 확인했다. 그리고 초등 교사가 교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런저런 일이 있고 어느새 9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여전히 교단에 서 있다.


《안녕 선생님》의 표지를 보고 나서도 이 작품이 그 사건을 모티브로 했는지 알지 못했다. 몇 장을 읽고 나서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바뀌고 전학생의 설정이 들어 있지만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간신히 심호흡을 하며 책을 이어서 읽기 시작했다.


비극적인 사건을 마주한 학생, 변호사, 동료 교사, 유튜버가 각자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소설이다. 네 명의 이야기를 네 명의 작가가 집필했다. '학준'은 선생님이 죽기 전날 이야기를 나눈 학생이다. 교실의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사실대로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고민에 빠진다. 변호사 '수빈'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죄 없는 교사에게 짐을 지웠다. 동료 교사 '수미'는 동료의 죽음에도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아 괴로워한다. 사이버 레카 유튜버 '범준'은 자극적인 소재를 찾다가 이 사건을 마주한다.


내용을 각색했다 하더라도 이런 소재를 다룰 때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소설을 읽으며 상처를 더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보였다. 민감한 이야기를 자극적으로 다루지 않으려는 것이 좋았다.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비극 앞에서의 모습을 다각적으로 보여주는 선택을 한 것이다.


많은 일이 있었던 작년, 과연 올해는 달라졌을까? 아니다. 여전히 교사들은 아동 학대로 고소당하며 각종 폭언과 협박에 시달린다. 자신이 얼마나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도 모른 채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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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붕어 룰렛
오윤희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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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레슨 중에 더 빠르게 곡을 치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랬더니 선생님이 원래 몇 톤까지도 클 수 있는 상어를 어항에서 키우면 그 크기에 맞춰서 밖에 자랄 수 없다고 나의 한계를 어항에 가두지 말라고 하셨다. 반면 어항 속 금붕어에게 계속 먹이를 주면 어떻게 될까. 자신이 배부른 것도 모른 채 먹이를 계속 받아먹다가 배가 터져 죽을 것이다. 이번에 읽은 오윤희 작가의 장편소설 《금붕어 룰렛》 역시 결국 배가 터져 죽은 사람들이 나온다.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다만 그 방식이 법을 위반하고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빼앗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소설은 칼에 찔린 남성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시작한다. 형사 '준현'과 '도윤'이 수사를 하며 죽은 사람 '정상구'는 사기꾼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그는 돈을 더 벌고 싶은 사람들을 살살 꼬드겨 순식간에 모든 것을 가로채 버렸다.


사기 가해자답게 주변에 그에게 원한을 가질 만한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 피해자뿐만 아니라 부인과 내연녀, 회사 직원 등 복잡하게 얽혀 있는 그 관계가 소설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 주었다. 추가로 시신이 발견되며 소설은 한층 더 깊숙이 이야기의 굴을 파고 들어간다.


소설을 읽으며 전체적으로 굉장히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사기를 치는 방식이 그럴 듯해서 무서운 감정마저 느꼈다. 나도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 역시 설득력을 잘 갖추고 있어 소설 안으로 충분히 몰입할 수 있어 좋았다.


왜 제목이 《금붕어 룰렛》일까 생각해 보았는데, 계속 먹이를 받아먹다가 결국 죽어버리는 금붕어가 마치 러시안룰렛 같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는 그들의 끔찍함이 더 느껴지는 제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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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유희
이가라시 리쓰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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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라시 리쓰토의 장편소설 《법정유희》를 읽었다. 현직 변호사가 집필한 법정 소설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우리나라에도 도진기 변호사가 여러 재밌는 소설을 출간하고 있는데 확실히 법정 안에서의 일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모의재판 '무고 게임'과 실제 재판을 오가며 이야기를 진행한다.


'무고 게임'이라는 것은 고소인과 범인, 심판자가 있는 시스템으로 고소인이 여러 정황으로 범인을 지목하면 심판자가 그것이 합당한지 판결을 내린다. 주인공 '구가 기요요시'는 과거에 자신이 관련된 신문 기사로 인해 명예 훼손을 당했다며 무고 게임을 연다.


시간이 흘러 무고 게임이 다시 열린다는 메일을 받은 기요요시는 그곳에서 '유키 가오루'의 시신을 발견한다. 늘 심판자의 역할을 했던 그의 시신 앞에는 피투성이가 된 '오리모토 미레이'가 있다. 범인으로 지목된 그녀를 지키기 위해 기요요시는 변호사로 나선다.


소설은 무고 게임과 재판 양쪽을 훌륭하게 그려냈다. 가벼운 마음으로 지켜본 무고 게임은 큰 파장을 일으키고 도대체 어떤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될지 흥미진진한 마음으로 소설을 읽어나갔다. 모든 정황이 미레이를 범인으로 가리키고 있었기에 주인공이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갈지 궁금했다.


주로 법정 소설을 생각하면 깜짝 반전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생각지도 못한 범인이 나와 재판을 완전히 뒤집어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피고인은 무죄로 풀려나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조금 다르다. 반전 대신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묵직하게 풀어놓는 것이 좋았다. 왜 무고 게임이 진행되었는지, 미레이는 왜 기요요시에게 제대로 협조하지 않았는지 많은 것들이 후반부에서 풀리며 그 자체로 멋진 이야기를 완성한다.


요즘 재밌는 소설을 많이 읽어서 이제 책태기가 끝났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작품 역시 묻혀 있던 나의 독서 욕구를 확실히 끌어내준 고마운 작품이다.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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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남은 시간 죽음의 디데이
이혜린 지음, 박시현 그림 / 풀빛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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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스 게임이 유행인 요즘 생각에 빠져들게 하는 문제가 있었다. 바로 죽는 날짜를 아는 것과 죽는 이유를 알게 되는 것. 두 가지 모두 알고 싶기도 모르고 싶기도 했다. 굳이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죽는 날짜를 아는 게 나을 것 같다. 이유를 알게 된다면 너무 무서울 것 같다.


이혜린 작가의 장편소설 《너에게 남은 시간 죽음의 디데이》의 주인공 '류담'은 누군가와 가까워지면 그 사람의 남은 수명이 보이는 능력 혹은 저주를 가지고 있다. 그로 인해 소중한 사람을 잃은 후로 류는 벽을 쌓고 누구와도 가깝게 지내지 않으려고 한다.


청소년 문학을 읽다 보면 아이들이 가혹한 상황에 놓이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이 작품은 특히나 잔인한 설정이라고 느껴졌다. 희망이 고통으로 바뀔 수밖에 없는 그 구조가 안타까웠다. 예전에 본 드라마에서 자살을 연구한다는 목적 하에 사람들을 대상으로 모든 희망을 뺏는 설정이 생각났다. 뭐 하나 위안거리가 생기면 그것을 제거해 버렸을 때도 버틸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담이가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희망이라는 것이 담이에게도 찾아온다. 같은 반 친구 '미소'와 같은 능력을 가진 아저씨다. 아무리 비바람이 몰아쳐도 햇살같은 미소가 있다면 담이에게도 웃음이 찾아올 수 있었다.


소설은 희생의 가치를 보여준다. 목숨을 걸면서까지 누군가를 도와주려고 하는 그 모습을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했다. 이번년도에 청소년 문학을 여러 권 받아서 읽고 교실에 가져다 놓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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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성취 고객센터
마론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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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론 작가의 장편소설 소원성취 고객센터를 읽었다. 쏟아져 나오는 힐링 소설이 지겹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수식어와 장소가 만나는 소설은 거른다는 말도 들었다. 괜스레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비슷한 형식을 지녔어도 저마다 특성을 갖고 있을 것이다. 물론 유행에 편승할 뿐인 함량 미달의 소설도 있겠지만 그동안 읽은 대부분의 힐링 소설은 1인분의 몫을 하고 있었다.

 

소원성취 앱을 만든 '소원'은 과학적으로 힐링을 제공한다. 고객을 직접 만나 이루고 싶은 소원을 듣고 그에 기반하여 핸드폰을 손본다. 새롭게 태어난 핸드폰은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악플이 두려운 웹 소설 작가는 앱을 통해 순화된 댓글을 읽을 수 있으며, 여기저기 이용당하다 정작 도움이 필요할 때는 의지할 곳이 없는 사람에게는 인간관계를 줄여주는 자동 답장 서비스가 이루어진다.

 

소설을 읽으며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 사이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긴 몰라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과학 기술을 이용하면 소설에 나오는 다양한 기능이 현실에서도 구현 가능할 것 같다가도 어떤 장면을 보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게 이 소설의 매력이기도 한 것 같다. 현실의 쓴맛을 살짝 감춘 채 적당히 달콤한 시럽을 뿌린 것 같았다.

 

뻔하지 않은 전개 또한 이 소설의 장점이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 소원성취 앱을 깔고 위안을 얻는다는 고루한 전개를 예상한 사람에게 이 작품은 급커브를 안겨준다. 뒤처리는 셀프라는 뒷면의 소개가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고객마다 앱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나볼 수 있었다.

 

내가 이루고 싶은 소원은 무엇일까. 지금 생각나는 것은 수면이다. 한 번도 안 깨고 푹 자고 싶다. 이 소원을 말하면 '소원'은 내 핸드폰을 어떻게 고쳐줄까. 자는 동안 어떤 전자파가 내 뇌를 조종해 렘수면을 조절해 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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