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는 글자라는 기호를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것에 집중하는 직업이라 글자 자체를 활용하는 기술이 거의 없다. 번역가의 영역은 형태론이 아니라 의미론의 영역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애초에 그런 기술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 <번역: 황석희>, 황석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52f2dd72554a73 - P107

스파이더맨: 홈커밍2017에선 스마일()과 주먹() 이모지를 자막에 넣었다. - <번역: 황석희>, 황석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52f2dd72554a73 - P110

데드풀 22018에서는 원문 속 "pumpkin fucker"를 표현할 말이 딱히 없어서 글자 크기를 이용해 표현한 적이 있다.

"씨호박 새끼" - <번역: 황석희>, 황석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52f2dd72554a73 - P111

캐릭터들의 대사가 갑자기 우스꽝스럽게 셰익스피어 희곡 투로 바뀌는 바이스2018에서 그 장면의 자막들만 통째로 궁서체를 쓴다거나 아예 화면과 동일하게 자막 글자를 상하좌우 반전해놓은 작품도 있다. - <번역: 황석희>, 황석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52f2dd72554a73 - P111

번역가의 개입과 틀을 깨는 시도의 적정선을 찾는 일은 이 일을 놓을 때까지도 해결하지 못할 것 같다. 시도해도 불편하고 그냥 둬도 불편하고. 무슨 성격이 이렇게 불편하게 생겨먹었는지 모르겠다. - <번역: 황석희>, 황석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52f2dd72554a73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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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made up my mind I’m not going to pay attention to what people think. I’ve done that too long—all my life. I’m not going to live that way anymore. - P7

I’ve been a schoolteacher in a little town too long, he said. That’s what it is. But all right. I’ll come by the front door the next time. If there is a next time. - P7

Let’s have a drink first, she said. That sounds like a good idea. Do you drink wine? A little. But you prefer beer? Yes. I’ll get beer for the next time. If there is a next time, she said. - P9

How strange this is. How new it is to be here. How uncertain I feel, and sort of nervous. I don’t know what I’m thinking. A mess of things. - P11

I’m too keyed up. - P12

A wind had come up.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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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고 역사가 있다. 지금 이곳에서 내 이야기와 내 역사를 들려주려 한다. 내 몸과 내 허기에 관해 고백하려 한다. - P13

이 책은 내 몸, 내 허기에 관한 책이며, 궁극적으로는 사라지고 싶고 다 놓아버리고 싶으면서도 그와 동시에 너무나도 많은 것을 원하는, 간절히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고 이해받고 싶은 사람에 관한 책이다. 비록 그 과정이 한없이 느려터지긴했으나, 마침내 자신을 보여주고 이해받는 것이 가능함을 배우게 된 한 사람에 관한 책이다. - P16

이 책 『헝거』는 평균보다 몇 킬로그램, 아니 20킬로그램 정도 더 많이 나가는 사람들에 관한 책이 아니다. 130킬로그램 내지 160킬로그램이 더 많이 나가는 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그저 과체중이나 경도비만이나 고도비만이 아니라 체질량지수BMI 수치상 병적인 초고도비만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 P23

사람의 체질량 지수는 체중(kg)을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값[체중(kg)/신장(m²)]이다. 수학이란 어렵다. 몸의 관리 부족 정도를 정의할 수 있는 여러 숫자가 있다. 체질량 지수가18.5에서 24.9면 ‘정상‘이다. 체질량 지수가 25 이상이면 과체중이다. 체질량 지수가 30 이상이면 비만이다. 만약 체질량지수가 40이 넘는다면 고도비만이다. 그리고 50이 넘으면 초고도비만이다. 내 체질량 지수는 50이 넘는다. - P24

이러한 용어들은 그 자체로 다소 끔찍한 면이 있다. ‘비만obese‘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라틴어 오베수스obesus에서 유래했는데 ‘뚱뚱해질 때까지 먹다‘라는 뜻이다. - P24

대부분의 여자들은 알고 있다. 우리는 점차 작아지고 사라져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더 크게 반복적으로 해야만 한다. 그래야 이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에 힘없이 굴복하지 않고 저항할 수 있다. - P26

내 몸으로 살아가는 현실은 이렇다. 나는 감옥에 갇혀 있다.
이 감옥에서 가장 좌절스러운 점은 갇혀 있으면서도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감옥 밖으로 손을 뻗을 수는 있지만 멀리까지 뻗지는 못한다. - P30

이 책은 내 몸에 관한 고백이다. 내 몸은 망가졌다. 나도 망가졌다. 그전으로 어떻게 다시 되돌릴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나는 분열했다. 내 일부는 죽었다. 내 일부는 침묵했고 수년 동안 그 상태 그대로 있었다. - P34

내 안에는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나는 그 빈 공간을 메우기로 작정했고 별로 남아 있지 않은 내 주변에 방패막을 만들기 위해 음식을 이용했다. 나는 먹고 먹고 또 먹으며 나 자신을 크게 만들고자, 내 몸을 안전하게 만들고자 했다. 과거의 나는 묻어버렸다. 그 소녀는 온갖 종류의 말썽을 일으킬 뿐이었다. 그녀의 기억을 지워버리려 노력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어딘가에 남아 있다. 여전히 작은 몸으로 두려움에 떨면서 모멸감에 몸부림치고 있다. 어쩌면 나는 그 소녀에게 다시 돌아가려고 이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소녀가 그때 반드시 들어야만 했던 그 모든 이야기를 지금이라도 해주려고.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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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는 누구나 번역가거든요. 상대의 말은 물론, 표정과 기분을 읽어내 각자의 언어로 이해하는 것도 번역이고 콧속에 들어온 차끈한 아침 공기로 겨울이 오고 있음을 깨닫는 것도 일종의 번역이죠. 그 과정에서 때론 오역을 하기도 하고 과한 의역을 하기도 해요. 그런데 반드시 정역해야 하는 제 일과 달리 일상의 번역은 오역이면 오역, 의역이면 의역 그 나름의 재미가 있죠. - <번역: 황석희>, 황석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52f2dd72554a73 - P7

농아는 귀머거리 농(聾), 벙어리 아(啞), 그저 두 가지 장애를 결합해놓은 표현이라 장애만을 지칭할 뿐 장애인의 정체성을 나타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 <번역: 황석희>, 황석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52f2dd72554a73 - P20

노력과 성실도 재능이라는 걸 언제쯤 이해할는지. - <번역: 황석희>, 황석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52f2dd72554a73 - P29

농담 같겠지만 당신도 아이가 생기면 이 글이 생각날 거다. 그땐 일산 한구석에서 어떤 중년의 아저씨가 ‘추리닝’ 바람에 헤드폰을 끼고 컴퓨터 앞에 앉아, 주먹을 입에 물고 꺽꺽 울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위안삼기를. - <번역: 황석희>, 황석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52f2dd72554a73 - P33

매년 연말 마지막 작품을 번역할 때 SNS에 그해 작업 소감을 남긴다. 그때마다 꼭 쓰는 문장이 있다. "부디 내년엔 한국의 모든 영화 수입사가 50만 명 부근의 작품을, 더도 말고 한 편씩은 만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빕니다." 소박한 소원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업계 사정을 아는 이들에겐 꿈같은 소원이다. - <번역: 황석희>, 황석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52f2dd72554a73 - P42

그래서, 결론은 오역이고 뭐고 못 잡는다. 못 잡는다기보다 귀에 거슬리는 게 스쳐가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간다. 오역은 날파리와 마찬가지로 미스터리하게 자연 발생하는 존재라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하기도 하고. - <번역: 황석희>, 황석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52f2dd72554a73 - P49

그래서 자막에 오역 시비가 있어도 제일 늦게 아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나예요. 저도 자막 봅니다. 아니, 자막 없으면 영화 못 봅니다. - <번역: 황석희>, 황석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52f2dd72554a73 - P50

입학식을 하는 강당 의자에, 아담한 교실 의자에 앉아 있는 어머니의 뒷모습만 봐도 들뜬 기운이 느껴진다. 어머니는 정말 그 시절 국민학생으로 돌아간 것만 같다. 그 뒷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는 심정이 묘하다. 너무 기분좋은 날인데 희한하게도 마음 한구석이 시리다. 좋은 학부모가 되자. - <번역: 황석희>, 황석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52f2dd72554a73 - P60

그리고 구체적으로 말하면 요즘 사람은 단순히 무례한 게 아니라 과민해서 무례해진다. 자극에 과하게 민감하다. 그게 어떤 자극이든 조금이라도 자신의 심기에 거슬리는 자극이면 그냥 넘어가질 못한다. 반드시 시비를 걸어 싸우거나, 싸우는 게 피곤할 때라도 기어코 비아냥 또는 빈정대기라도 하고 지나가야 속이 편해진다. - <번역: 황석희>, 황석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52f2dd72554a73 - P62

이제 이견을 이견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좀처럼 없다. 이견은 나에 대한 공격, 더 나아가 나의 존엄을 짓밟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니 맞붙어 싸우든 이죽거리기라도 한번 하고 지나가야 내 존엄이 회복된다. 특히나 얼굴을 맞댈 필요가 없는 온라인상에서는 이게 일상이다. - <번역: 황석희>, 황석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52f2dd72554a73 - P62

아주 사소하게 거슬리는 일에도 ‘역겹다’란 말이 흔하다. 뭔가를 보고 욕지기가 날 정도로 혐오감을 느끼는 건 레벨 1부터 10까지로 치면 거의 10에 가까운 것 아니었나. 그 정도로 혐오스럽고 역한 것들이 그렇게 흔하고 많다는 건가. - <번역: 황석희>, 황석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52f2dd72554a73 - P63

과민성 이죽거림과 비아냥을 습관처럼 손가락과 입에 달고 살고, 남을 모욕하거나 상처를 주려 할 때 언어를 실체가 있는 무기처럼 점점 구체화하여 사용한다. 우린 갈수록 잔인해지고 과격해진다. 아니다, 그것만도 못하게 갈수록 비열하고 저열해진다. 우린 어쩌다 이렇게 후진 사람이 되어가는 걸까. - <번역: 황석희>, 황석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52f2dd72554a73 - P64

미디어에 노출된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사연에(정말로 특별한지는 모르겠지만) 부러움이나 자괴감 느낄 것 없이 내 자리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으면 될 일이다. "어쩌다보니 이 일을 하게 됐어요"라는 말은 어찌 보면 그 어떤 사연보다도 훨씬 운명적이다. - <번역: 황석희>, 황석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52f2dd72554a73 - P85

‘투명한 번역’이란 표현은 니콜라이 고골이 바실리 주콥스키의 『오디세이아』 번역에 보냈던 찬사—"투명한 유리 같은 역자라서 유리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를, 조르주 무냉이 『부정한 미녀들』에서 "투명 유리"로 인용하며 유명해졌다. 혹자는 이 표현을 번역문에서도 ‘원문이 그대로 보이는 충실한 번역’으로 해석하지만 여기서 조르주 무냉이 말하는 "투명"은 그 반대의 의미다. ‘유리(번역자)가 있는 것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번역’이라는 뜻이다. 단어 대 단어, 표현 대 표현으로 정확하게만 옮기는 걸 ‘투명한 번역’으로 알고 있다면 고골과 조르주 무냉의 말을 완전히 오독한 것이다. - <번역: 황석희>, 황석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52f2dd72554a73 - P87

고골의 투명처럼 도착어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의역을 지향하면 오히려 번역가의 냄새가 훨씬 진하게 밴다. - <번역: 황석희>, 황석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52f2dd72554a73 - P88

내 눈에 "번역가의 임무는 투명해지는 것"이란 명제는 이상향으로는 존재할 수 있어도 물리적으로는 불가능한 도전이다. - <번역: 황석희>, 황석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52f2dd72554a73 - P89

하지만 번역가라는 필터는 인성을 띄고 있어서 그 필터가 평생 겪어온 경험은 물론이고, 가치관과 언어 습관 등이 결과물에 반영된다. - <번역: 황석희>, 황석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52f2dd72554a73 - P90

고골이 주콥스키에게 보낸 서한에는 이런 말도 있다.
"좋은 번역은 완벽하게 투명한 유리 같아야 한다는 통념이 있지만, 진정 훌륭한 번역은 현실의 거울처럼 작은 얼룩들과 결함들이 있는 번역이다." - <번역: 황석희>, 황석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52f2dd72554a73 - P92

여기서 고골이 말하는 "투명"은 글의 서두에서 말한 ‘자연스러운 의역으로서의 투명’이 아니라 사전적인 의미에서의 투명이다. 진정 훌륭한 번역은 번역문에서 인간적인 흠결이 보일 정도로 번역자의 인성이 느껴져야 한다는 뜻이다. - <번역: 황석희>, 황석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52f2dd72554a73 - P93

여기서 고골이 말하는 "투명"은 글의 서두에서 말한 ‘자연스러운 의역으로서의 투명’이 아니라 사전적인 의미에서의 투명이다. 진정 훌륭한 번역은 번역문에서 인간적인 흠결이 보일 정도로 번역자의 인성이 느껴져야 한다는 뜻이다. - <번역: 황석희>, 황석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52f2dd72554a73 - P93

내가 번역했다는 것 따윈 몰라줘도 상관없다. 누군가의 인생 영화, 누군가에게 소중한 영화를 내가 번역할 수 있었다는 감사함과 뿌듯함이면 충분하다. 영화 한 그릇 만족스럽게 먹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그걸로 됐다. 나는 참 괜찮은 직업을 골랐다. - <번역: 황석희>, 황석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52f2dd72554a73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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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텍스트 위를 헤매다 카메라를 들고 현장에 서면, 공간이 갖고 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이미지로 풀어내나, 하고 얼굴을 감싸 안았다. - <뭉우리돌의 바다>, 김동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25b029326fa4f80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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