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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의 모험 뜨인돌 그림책 73
김태린 지음 / 뜨인돌어린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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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돈 없었던 시절의 2022 와우북페에서

상상만발 도서들이 아직 비매품인 것은

아쉬우면서도 다행이었던 점...ㅋㅋㅋㅋㅋㅋ

한창 결을 살린 산 그림을 좋아하기 시작한 때라

이 책이 더 좋았던 기억이 있다.

질감 치고는 거친 크레용으로

얼음 치고는 부드러운 남극을 그려낸 것도 귀엽고

알록달록하게 표현된 빙산,

알뜰살뜰 챙긴 초록까지.

좋아하는 구석이 너무 많은 책을 드디어..!

책을 꼭 쥐고 읽으면 계속 느껴지는

제목 '펭귄의 모험' 엠보싱도 꼼지락꼼지락

또 하나의 좋아할 만한 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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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gnuj 2023-12-31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은 왜,,, 돌아간 것임?
 
로렘 입숨의 책 - 구병모 미니픽션
구병모 지음 / 안온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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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당첨*ㅎㅎ

안온북스 세 번째 미니픽션집

구병모 새 소설 4편과 기고작 9편

소설마다 짧은 설명과 실린 지면이 적혀있다.

다양한 지면만큼 다양한 주제의 소설들.

저자가 지난 인터뷰마다 답습하지 않고 끝없이 변하기를 원한다고 했던 답변들의 실천이나 증명으로도 보인다.

인간과 그 인간들이 사는 세상이 가진 불친절한 면모를 다각도에서 조명하는 소설들.

먼발치에서 냉담한 시선을 툭 던지기도 하고, 냉혹한 세상속에서 말 그대로 얼어붙은듯하기도, ​아니면 오히려 잿더미가 될 때까지 타오르기도 한다.

「화장花葬의 도시」, 시간의 벽감壁龕」, 입회인

'매몽'이라는 매력적인 소재로 이끌어가는 영 원의 꿈에서도 사회와 세태에 대한 서늘한 감각이 잘 느껴진다.

한 발 물러선 관찰이 아닌, 완전히 그 안에 속한 관점의 소설들도 있다.
사건이나 세계에 푹- 하고 들어간다는 것은 절망이나 좌절의 농도도 그만큼 깊어진다는 뜻이다.
「궁서와 하멜른의 남자」처럼 밀접한 관점의 소설에서는 공감이 크게 작용한다. 집 내놓기의 고통을 겪어본 이는 이 소설의 모든 소음과 고통을 너무 밀접하게 공감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고도의 개인화 시대, 뭐든지 발전하고 발달하고 존중 받을 것 같지만 사실 아직도 돈 앞에서 힘 없이 짓밣히는 것이 너무 많다. 하나의 집에 소유주와 거주자와 중개인이 얽히고설킨듯이, 사회의 지반에 온갖 이해관계가 얼기설기 엉망진창. 차라리 무너지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예술은 닫힌 문」, 동사를 가질 권리」, 지당하고 그럴듯한」에서는 예술이나 글에 대한 작가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인터뷰에서 꾸준히 언급되는 끝없는 변화에 대한 욕구를 담은 소설들. 동사를 가질 권리」에 덧붙인 작가의 말이 정말 좋다. 잘 읽히는 글을 쓸 생각이 없는데 그게 잘 안 되는 거 같다는 작가. 그 아이러니는 이 짧은 「동사를 가질 권리」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8쪽 정도의 소설에서 2쪽은 주인공이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비'라는 단어, 개념을 해체하는 내용. 하지만 오히려 비의 모습과 감촉과 원리가 그 언제보다도 생생하게 드러나버린다.

표지는 쩡찌 작가의 일러스트. 숨은 요소들을 찾는 재미도 있다.
표지의 해골들로 알 수 있듯이 책에는 죽음과 혈흔이 낭자하고, 다수의 쥐와 비관과 냉소와 씁쓸함과...
그래도 한 스푼의 따스함..☆ - 「롱슬리브」
밑줄은 따스함에 긋겠어요.


어른이 되고 난 뒤로 그 애가 팔이 긴 만큼 있는 힘껏 두 팔을 벌려 많은 사람에게 손을 내밀 수 있었다는 사실을, ...... 중요한 것은 그 팔의 길이가 아니라 그것이 어디로 어떻게 뻗어 나가는지에 달려 있을 거라고도 말하지 않는다. 기다란 팔이라는 스펙터클에 압도된 사람들은 굳이 그런 걸 생각하지 않으려 할 테고, 그 애에 대해서는 나만 알고 있어도 된다.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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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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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창비 어플 '스위치' 연재작들을 즐겨 읽는다. 재밌는 게 많음.


찾아보니 『크리스마스 타일』은 작년 연말에 맞춰 연재를 시작한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여름에 몰아 읽었지. 더운 날에 뛰어서 지하철에 타면 더위와 땀을 보상하듯 이 겨울 이야기들을 읽곤 했는데 어느새 겨울이 되고 책이 나왔다. 『사랑 밖의 모든 말들』을 재밌게 읽었던 기억으로 연재분을 읽기 시작했었는데, 감질이 나서 예전아주예전에 독서모임에서 상품으로 받은 『너무 한낮의 연애』도 꺼내서 마구 읽었던 이번 여름의 기억.


「은하의 밤」

  첫 단편은 방송 작가로 일하는 친구에게 야금야금 주워들었던 방송국 구조나 배경들이 겹쳐 보여서 더 재미있게 읽었다. 은하가 일하는 이 방송국을 중심으로 작품 전체의 인물 관계도가 쭉 이어진다. 연작 소설을 처음 읽는 것도 아닌데 이 눈송이 맺힌 거미줄은 상당히 재미있었다. '이 사람은 누구야?' '이 이름은 혹시..!' 해가며 끝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재미요소였다.

  고독을 대하는 은하의 모습에 묘한 동질감도 느껴보고, 어쩌면 폭풍 같은 스토리 뒤의 평화를 맞이하면 이제 아주 영화적인 「데이, 이브닝, 나이트」로 넘어간다.


 「데이, 이브닝, 나이트」

  한가을의 문장들은 물론이고, 특히 한가을과 경은의 대화들이 아주 영화적이다. 아니면 지문적이라고 할까? 삶의 장면들을 시나리오 용어로 느끼고 정리하는 한가을 때문에 한가을과 경은의 삶이 영화처럼, 잊히지 않을 장면처럼 느껴졌다.


 「월계동 옥주」

  그다음은 어쩐지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옥주의 이야기다. 여름 지하철에서 이 단편을 제일 재미있게 읽었다. 여름에 크리스마스 이야기들을 읽고 있는 나처럼, 그들이 자꾸 한여름의 여행에서 얼어 죽을 수 있을 만치 추운 날의 첫 만남을 떠올려서. 옥주의 매력은 책을 받아 끝까지 읽고 뭔가 납득하게 되었다.

  마성의 옥주 언니..


 「하바나 눈사람 클럽」

  진희의 어린 시절 이야기에는 사실 살짝 눈물이 났다. 외따로 떨어진 이야기를 하듯이, 이제는 상관없는 척 이야기를 이어가지만, 너무나 생생하게 설렘과 후회를 말한다. 여전히 설레고 후회하는 듯이. 다만 어떤 후회는 노련함으로 회복되지 않을까 기대할 뿐이다.


「첫눈으로」

  남 국장의 것까지 드디어 방송국 사람들이 흘린 세 개의 쿠바 이야기가 완성됐다. 어쨌든 쿠바에서 계시랄지 구원일지 모를 것을 얻은 이들은 살아남았다. 어쩌면 살기 위해 스스로 찾아낸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소봄은 살기 위해 무엇을 찾으러 가는 걸까?


「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

  세미는 살기 위해 남의 개들을 만나고 다녔다. "긍정 경험 되살리기", "사랑의 환생" 같은 것을 도모하던 세미는 그저 떠난 강아지 설기보다 새삼 뚜렷해진 자기 자신만을 회복했다. 그리고 전혀 괜찮지 않지만 나아진다고, 아무것도 무의미하지 않다고 말하는 힘을 얻었다. 꾸준히 굴러가는 세상에서 문제는 끊임없이 생겨나지만 아마 우리도 꾸준히..


「크리스마스에는」

  왠지 마지막 단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등장인물 중에 유일하게 방송국 인물 관계도에 속하지 않을 다리집의 엑스트라 손님들, 선생님과 제자들이다. 우리 지선이, 우리 명환이, 우리 서준이, 우리 수혜. 아이들을 부르는 그 목소리야말로 이 책에서 가장 크리스마스다운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민의 두 번째 부산 크리스마스에는, 첫 번째 부산 크리스마스를 소복이 덮진 못 했어도, 적어도 생일 축하는 있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다정한 크리스마스 엔딩으로 시작해서 은은한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짝사랑과 여름에 떠올리는 크리스마스를 지나, 지울 수도 덮을 수도 없는 과거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두 개 훑어보고, 다시금 조금 힘찬 크리스마스 엔딩과 조금 허무한 새해를 맞이한다.

  조금은 새로우면서도, 여전히 지난한 한 해가 시작될 것이다. 나는 또 무결하고 결백하고 싶어서 엉엉 울곤 하겠지만 어쩌면 울지 않는 날이 더 많은 한 해가 될지도 모른다.



복도 미등과 내 손전등 빛이 흘러들면 잠 못 든 채 밤을 보내고 있는 사람은 더 뚜렷해졌고 나는 그렇게 해서 실루엣들이 인화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한 컷 한 컷을 완성한다면 그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영화가 될 것이었다.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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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계가 마을로 온 날 - 가장 어두울 때의 사랑에 관하여
짐 디피디 지음, 장상미 옮김 / 갈라파고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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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를 쓴 작가들이 모조리 내가 관심가는 작가들이라서 덥석 읽었는데 초반에는 해외 지명도 헷갈리고 인물도 너무 많고 이름도 되게 헷갈렸다. 근데 읽다보면 알게 되겠지만 그런 거 좀 신경 끄고 쑥쑥 읽으면 좋다.

9.11테러 직후 닫혀버린 미국 영공에, 수많은 비행기들이 회항하여 다른 나라의 공항에 착륙했고, 그 중에서도 캐나다 뉴펀들랜드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담은 책.

책 속의 사람들은 모두 무너진 쌍둥이 빌딩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있지만, 참사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은 모두 제각각이다. 무너진 건물에서 아들이 발견되기를 기다리는 부모, 사상 초유의 비행기 테러로 충격 받은 승무원, 영문도 모르고 영어도 못하는 사람들까지. 그런데 책에는 하나같이 아름다운 '뉴피'의 모습과 거기에 감동하고 보답하는 '비행기 사람들'의 모습만이 반복된다. 사람들이 거리낌 없이 자신의 것을 내어놓고 선행한다. 솔직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다. 좋은 것만 골라 쓴 건 아닐지 의심되고, 20년 전이 아니라 200년 전의 풍경 같기도 하고, 아니면 20년 사이에 사람들이 정말로 그렇게나 삭막해졌던가..

나쁜 소식이 너무 많다. 티비 뉴스에도, 인터넷 기사는 물론이고 댓글에도, 그놈의 알고리즘이 뭔지 종류별로 내가 놓친 죽음의 소식들을 전하는 유튜브에도. 갈등, 그로 인한 희생, 또 다시 그로 인한 갈등이 반복되는 굴레를 계속 목도하고 있다. 그래도 모니터에서 눈을 돌리면 가끔은 누군가 나에게 이유 없는 선물이나 미소를 건네 주기도한다. 그러면 아주 가끔, '그래 세상은 살 만 하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나쁜 소식이 넘쳐나는 세상에 내던져진 시민들에게, 잊혀지고 가려지고 미처 못 본 좋은 소식을, 누군가의 선량함을 코앞에 펼쳐주려는 것이다.

"우리가 연대 의식을 발휘하게 만든 그 고통만 빼고 그때처럼 하나가 될 수는 없을까요? 너무 무리한 바람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20년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뉴펀들랜드도 결국 사람 사는 곳이지 '마법의 선량함 마을'은 아니다. 그러니까 저런 아름다운 연대와 희생은 다시 없을 일일 것처럼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나는 지나가는 사람이 흘린 물건을 주워줬다. 탈레반이 다시 집권했지만 그래도, 나는 그들을 지켜 보고 있다. 코로나 이후로는 절대 가까이 갈 순 없지만 그래도, 나는 아이들에게 미소 짓는다. 그저 화가 나서 저지르는 범죄들이 판을 치지만 그래도, 나는 화가 아닌 사랑을 전할 방법을 궁리한다. 그래도. 적어보니 더욱 초라한 '그래도'들이지만, 이 책과 같은 '그래도'들이 모이면 부디 살아갈 수 있기를, 나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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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일 - 재수 x 오은 그림 시집
재수.오은 지음 / 창비교육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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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독 책 냄새가 많이 나는 책이다. 새 책이 오랜만이라 그럴 수도, 유독 향이 많이 날리는 종이를 써서일지도, 아니면 연필로 된 그림 때문에 검은색만큼 짙은 잉크향이 나는 걸지도 모른다. 그런 알 수 없는 가능성들은 차치하고 그냥 책 냄새가 짙은 책으로 기억하기로 했다. 시집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읽어보니 이해가 가고 말고가 문제인 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뭔가 애틋해서 귀엽고 자꾸만 교실과 교복이 나와서 좀 따듯한 책이다.

  만화 프레임을 종이 위에서 본 것도 오랜만인데 연필 드로잉 질감을 그대로 가져와서 친구들이 보면 아마 또 '지 같은 거 보네' 할 책이다. 좀 욕같지만 부드럽다는 의미이다. 부드러운 그림과 함께보는 시는 확실히 이해가 쉬웠고 그러다보니 딴 생각도 많이 해볼 수 있었다. 그리운 학창시절이나 희미한 기억들을 가진 누구나 즐거운 기억조작을 동반하고 읽을 수 있을 책이다.

포근포근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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