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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두 1 - 나는 왜 나일까? ㅣ 비룡소 그래픽노블
국무영 지음 / 비룡소 / 2020년 12월
평점 :
하늘은 왜 하늘이고, 숟가락은 왜 숟가락이고 나는 왜 나인지. 나는 도대체 왜 이 집에서 태어나, 엄마와 아빠의 딸이 된 것인지. 엄마는 왜 나의 엄마고, 아빠는 왜 나의 아빠인 것인지. 온통 질문투성이인데다가, 불행한 일은 어쩐지 나한테만 일어나는 것 같고, 스스로 마음에 드는 구석이라곤 도무지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십 대 소녀, 그녀의 이름은 동두희. 친구들은 그녀를 똥두, 똥두, 하고 부르는데 그녀는 그 역시도 정말 탐탁지가 않다. 싫은 것은 아주 적극적으로 싫어하고 좋아하는 것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좋아하는, 본인이 순수하지도 모르고 순수한 두희를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번진다.
아!!! 진짜!!!! 이름도 안 바까 주고, 얼굴도 안 바까 주고.
내가 이래 생겨 먹은 게 내 잘못이냐고!
엄마 아빠도 책임이 있다 아이가!!
내는 늙어 죽을 때까지 똥두라는 별명으로 살아가야 될 끼다…. 흐으윽… 으윽….
사실 십 대라는 시기를 회상하면서 '풋풋하다(혹은 풋풋했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날이 올지 몰랐다. 누구나처럼 십 대를 지독한 고민과 버팀으로 지나왔기 때문에 언제까지고 그렇게 지독하게 기억할 것 같았다. 인생에서 제일 불쌍한 시기는 학교에 소속된 학생 신분일 때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고 '좋을 때'라고 딱 꼬집어 이야기하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른들을 원망하며 컴컴한 마음을 애꿎은 일기장에 거칠게 써내려갔었다. 하지만 이제 똥두를 통해 그 시절을 조금씩 아름답게 꾸며내기에 이른다.
똥두는 '똥두'라고 놀림당하기 딱 좋은 자신의 이름도, 자신의 외모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영화 <레이디 버드>에서 주인공 크리스틴은 엄마가 지어준 이름으로 불리는 것 대신, 자신이 지은 '레이디 버드'라는 이름으로 불리길 원했다. 인간은 유년에 한 번씩 자신의 이름과 생김새, 가족 등 자의와 상관없이 이루어져 버린 것들에 대해 필수적으로 부정하는 것일까.
0이요. 전 뭐든 파괴해 버리고 싶거든요.
뭘 곱해도 0을 만나면 다 0이 되어 버리잖아요.
폭탄 같기도 하고….
구두쇠인 엄마가 부끄럽고, 길에서 만난 초라한 아빠를 보면 모른 척하고 싶고, 한 것도 없이 착한 인간이 되어있는 '오빠야'도 싫다.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질풍노도의 시기이지만, 슈퍼 아주머니가 더 거슬러줘버린 1,000원을 알면서도 받아온 것 때문에 죄책감에 시달리는 영락없는 십 대.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큰 소리로 웃어본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말풍선 안에 적힌 대사는 부산 사투리 그대로 적혀있어서 더 현실감이 있고, 똥두가 울고 웃는 표정이 과장되게 그려져서 그의 격한 감정은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달된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똥두 때문에 한 번은 웃는다. 무조건! 이젠 지나온 시간이 되어 잊어버린 십 대라는 시기를 다시금 떠올리고 웃음 짓게 되는 책 『똥두』.
비룡소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